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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말하기 수행평가에서 남자는 가산점” 학생들이 털어놓은 교실속 성차별
-여학생 상대로 몸매ㆍ얼굴 평가…교사도 가담

-“억울한 경험이 페미니스트로 만들었어요”

-“페미는 정신병자” 손가락질…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해야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수행평가에서 여자들이 더 말 잘하니까 남자는 좀만 더 잘해도 가산점 줄게 하는 얘기를 들었어요.”

“선생님이 ‘너는 성형수술 1억 들여도 안돼’라고 했어요. 불편하다고 말을 하면 그들이 둔감한 건데 내가 예민하다고 해요.”

학생들이 밝힌 교실 속 성차별, 여성 혐오는 심각한 수준이었다. 남학생은 물론 교사들까지 여학생의 외모를 평가하고, 성희롱 하는 일이 비일비재했다. 문제제기를 하면 페미니스트라고 손가락질해 성차별을 당해도 침묵하는 경우도 많았다.

여성가족부는 지난 18일 오후 서울 강북구 삼각산고등학교에서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 주재로 ‘일상 속 2차 성차별 언어표현에 관한 집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학내에서 페미니즘 관련 활동을 하는 청소년, 청소년참여위원회 소속 청소년, 전교조 여성위원회 소속 교사 등 약 15명이 참여했다.

학생들은 왜 페미니즘에 관심 갖게 됐는지 교실에서 경험한 불합리한 사례들을 들며 조목조목 설명했다. 한 학생은 “교복이 짧고 작아 불편해서 남자 교복을 입는 경우가 있는데 그런 걸로 벌점을 받았다. 수행평가에서도 여자들이 더 말 잘하니까 남자는 좀만 더 잘해도 가산점 줄게 하는 얘기도 들었다”며 “이런 것에 관심을 갖게 된 게 최근이다. 어릴 때부터 성차별적 발언을 너무 쉽게 접하다 보니 이를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다. 이제서야 인식하게 돼 아쉽다”고 말했다. 
<사진>123RF

이들은 현재 학교에서 쓰이는 여성 혐오 발언은 선생님, 학생들을 가리지 않고 사용되고 있었다. 한 현직 교사는 “한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여자는 시집이나 가라’, ‘여자가 조신하게 있어야지’, ‘오빠라고 불러라’는 등 성차별 발언을 한 적이 있다”면서 “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였지만 오히려 학생들이 대자보를 붙인 학생을 색출하고 공격해 학교도 못 왔다”고 말했다.

여학생의 얼굴을 평가하고 성희롱 하며 성적 대상화하는 것은 일상이었다. 한 학생은 “중학교 때 몸매 드러나는 옷 입은 친구가 있었는데 남학생들이 단톡방 파서 그 친구를 초대해 ‘나랑 하자’는 등 수치스러운 발언했지만 학교는 알아서 해결하라고 했다”면서 “평소에도 여학생 이름 다 적으면서 몸매와 얼굴을 평가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일상 속 성차별, 여성혐오를 견디다 못해 페미니스트가 됐지만, 이들은 자신이 페미니스트라고 당당히 밝히기 어렵다고 털어놨다. 한 학생은 “페미니스트 학생에게 메갈X, 페미X이라고 욕을 하니 더 드러낼 수 없다”고 했다. 다른 학생도 “남학생들이 여학생이 지나가는 복도를 막고 서서 ‘페미니즘 정신병 아니냐’,고 욕하는 것을 봤다. 학교에서 페미니즘 비하하는 ‘메퇘지’ 같은 단어를 쓰고 있는데 이도 폭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교내 성차별을 줄이기 위해선 교사의 인식개선과 페미니즘 교육이 의무화 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교사를 대상으로페미니즘과 성평등에 대한 연수를 실시하고, 임용시험 때부터성인지 감수성을 묻는 등 적극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 현직 교사는 “실제로 교실 안에서 페미니즘 지도를 하다 보니까 외모 평가가 사라졌다. 교사 인식 개선과 페미니즘 교육 의무화 필요하다. 그래야 아이들이 페미니즘에 대해 오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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