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사-SK주유소 복합화 투시도. [제공=SK이노베이션]

SK 주유소-우체국 시설 활용
전기·수소 충전소 등 구축
계열사도 스타트업 경영 등 지원

최태원 SK 회장의 주도 아래 박차를 가하고 있는 그룹 계열사들의 ‘공유 인프라’ 구축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판을 벌리고 있다.

협력사와 노하우나 자산을 공유하는 정도의 비교적 작은 단위에서 시작된 이 시도는 차츰 경쟁사를 참여시키고, 국가 기관과도 손을 잡으면서 인프라 공유 범위를 넓히는 중이다.

SK이노베이션 자회사 SK에너지는 지난 18일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보유한 국가 기관인 우정사업본부와 업무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우체국과 주유소가 결합된 미래형 복합 네트워크 개발에 나서기로 합의했다.

우정사업본부가 보유한 전국 3500여개소 우체국 자산과 SK에너지의 3570여개소 주유소가 전국 네트워크 면에서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 양사는 우체국과 주유소 기능 뿐 아니라 전기ㆍ수소 충전소 등 다양한 기능을 가진 네트워크를 구축키로 했다.

연내 수도권 노후 우체국과 혁신도시 내 신규 우체국을 중심으로 우체국과 주유소가 결합한 형태로 탈바꿈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SK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이 강조해온 공유 인프라 경영 철학이 정부 기관과의 협력까지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이번 업무협력을 평가했다.

최 회장은 그동안 SK그룹이 보유한 유무형의 자산을 협력사 및 사회에 공유하면서 사회적ㆍ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며 공유 인프라 구축 방안을 적극 독려해 왔다. 앞서 지난달 SK에너지는 ‘정유업계 맞수’인 GS칼텍스와 손잡고 택배서비스 홈픽(Homepick)을 선보이며 공유 인프라 이슈를 그룹 외부로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업계는 SK 주유소에 GS칼텍스의 2500여개 주유소, 그리고 우제국까지 더해지면서 1만개소에 달하는 강력한 전국 네트워크를 구축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 CJ대한통운과 협력하기도 한 데다 우체국까지 인프라 공유에 동참하면서 택배ㆍ물류 산업에 새로운 파장을 몰고 올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SK에너지 외 다른 계열사들도 인프라 공유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SKC는 최근 신소재 기술 공모전을 진행하고 5개 스타트업 지원을 결정했다.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고 회사 연구개발 설비와 사업 노하우를 전수하는 등 노하우 공유에 나선다. SKC의 내부 자원인 법무, 재무, 특허 등 경영에 필요한 인프라 서비스도 제공할 예정이다.

SK텔레콤도 자사 인프라 공유 방안 공모전을 진행, 하반기 중 사업화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공유인프라 포털’을 개설하고 협력업체에 반도체 공정 관련 지식 노하우 전수에 나서고 있다.

이세진 기자/jinlee@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