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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점심의 사회학⑥] 단체 점심 ‘NO’…혼밥 먹고 헬스ㆍ수영 ‘나홀로 점심족’ 는다
점심시간 밥을 포기하고 운동을 하는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헤럴드경제DB]

-“우르르 몰려가 밥 먹고 남는 건 뱃살 뿐”
-점심 다이어트족 늘어…“저녁보다 편해”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김치찌개, 불고기, 칼국수, 청국장, 다시 김치찌개…지겹다’ 서울 강남구의 직장인 전모(32) 씨는 입사 2년만에 살이 8㎏가 찐 뒤 하루를 곰곰이 되돌아봤다.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서 이것저것 간식을 먹다 보면 점심시간에 배도 고프지 않는데 점심시간 팀원들과 일제히 점심을 먹으러 갔었다. 똑같은 메뉴와 똑같은 대화들, 먹고 나면 속이 더부룩해 소화제를 먹곤 했다. 최근 전 씨는 점심시간 왕따를 자처하고 헬스장을 찾는다. 과일이나 주먹밥으로 식사를 간단히 해결하고 신나게 뛰고 나면 오후 일과도 잘 되는 느낌이다. 그는 “점심시간은 나만의 시간인데도 억지로 맛도 못느끼는 밥을 먹으면서 보냈던 것 같다”며 “당분간 건강관리를 위해 쓸 것”이라고 말했다.

점심시간, 밥을 포기하고 건강 관리를 하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이들은 집에서 싸온 건강식으로 간단히 식사를 해결한 뒤 헬스장, 수영장 등을 찾는다. 단체로 식사를 하는 조직문화에서 홀로 식사를 하겠다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 점심 운동족들은 그만큼 건강 관리를 절박한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5년차 직장인 이훈(37) 씨는 2년 전 건강검진에서 지방간이 많고 고혈압이 우려된다는 결과에 충격을 받고 점심시간 마다 수영장을 찾는다. 의사는 술도 끊고 운동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지만 일주일 3번 저녁 미팅이 있기 때문에 저녁 운동은 불가능했다. 그는 “꾸준히 운동을 하고 난 뒤 살도 빠지고 건강도 되찾았다”면서 “처음엔 상사도 유난떤다고 눈치주더니 지금은 어디서 운동하는 게 좋느냐고 묻는다”고 만족해했다.

점심시간을 쪼개 운동하는 직장인이 많다는 것은 아주 반가운 일만은 아니었다. 밥을 포기할 만큼 건강이 나쁘거나 저녁시간에는 도저히 운동할 시간이 안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직장인 윤모(35) 씨는 “짧은 점심시간에 쫓기듯 운동하는 것보다 저녁에 운동하고 싶다. 하지만 집에 가면 아이도 봐야 하고 밀린 집안일도 해야 해서 저녁엔 시간이 안 난다”고 털어놨다.

‘2017 건강통계연보’에 따르면 19세 이상 한국인 중 하루에 8시간 이상 앉아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54%에 달했다. 또 한 주간 하루 30분씩 5일 이상 걷기를 실천한 성인의 비율은 39.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직장인이라면 아침에 출근해 퇴근할 때 까지 대부분의 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서 보내는 경우가 많다. 잦은 야근과 회식 때문에 건강을 챙기기란 쉽지 않다.

점심에 헬스장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점심시간도 근무시간이라고 생각하는 회사 분위기에서 점심 운동은 꿈도 못 꾼다는 이들도 상당수였다. 서울 종로구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32ㆍ여) 씨는 “다이어트를 하고 싶지만 사실상 맨날 ‘점심 회식’을 하고 있다”며 “운동할 시간이 어디에 있겠느냐”고 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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