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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회용도 친환경이면 어때요, "좋지요"

   커목민


“아메리카노 하나, 라떼 하나 주세요. 둘 다 뜨거운 걸로요.”

주중이든, 주말이든. 일주일 내내 카페를 안 가고 끝나는 하루가 없게 됐다. 전국 곳곳 카페에 놓인 의자들은 일을 하는 사람들을, 누군가를 만나는 사람들을, 책을 읽는 사람들을 매일매일 앉히고 있다.

그리고 사람들 앞에 놓인 하얀 컵들. 종이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재활용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표백제가 너무 많이 쓰이기도 하고요. 대부분 폴리에틸렌으로 코팅해서 재활용이 안돼요. 순수한 종이가 아니기 때문에 태우더라도 다이옥신이랑 환경호르몬이 많이 나와요. 땅 속에 묻어도 잘 안 썩긴 하는데 매립말곤 방법이 없어요.”(한국설란 관계자)

 
유리컵(대부분의 카페에선 따로 말하지 않으면 머그컵 혹은 유리컵에 주지 않고 곧바로 일회용컵에 음료를 담아준다.)

그래서 머그컵, 유리컵, 텀블러를 쓰자 외쳤다. 틀린 말은 아니었지만 힘든 말이었다. 커피를 들고 이동하는 현대 커목민들에게 특히 그랬다. 휴대성에 있어 완벽에 거의 가까워진 일회용품을 전혀 쓰지 않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결국 일회용품들이 변하고 있다. 평소에 눈 여겨봤던 일회용품들을 정리해봤다.


   종이컵

하얀 종이컵 대신.

친환경녹색운동본부에서 설립한 한국설란은 옥수수 전분으로 코팅한 종이컵을 개발했다. 세계 최초다. 원료도 천연 크라프트지를 사용했다. 화학접착제와 본드를 쓰지 않고 양면을 붙여 만들었다. 기존의 일회용 컵들은 화학약품과 표백제를 써 뜨거운 물을 부으면 환경호르몬과 같은 유해물질이 생기지만 한국설란의 종이컵은 옥수수추출물(PLA)로 코팅을 했기 때문에 뜨거운 물을 부어도 환경호르몬이 나오지 않는다.

튼튼하기도 하다. 내구성이 좋기 때문에 여러번 씻어서 써도 괜찮다.

한국설란[제공=한국설란]


   컵홀더

버려지는 컵홀더 대신.

다음은 서울 시내 한 카페에서 사용하는 컵홀더에 적힌 문구다.

“재사용을 위한 홀더 15개를 깨끗하게 모아 오시면 테이크 아웃 아메리카노 1잔을 드립니다. 자연아 죽지마!!”

카페 핀벨 이상원 사장의 처음 고민은 ‘컵홀더’가 아니었다.

“5년 전에 테이크아웃 아메리카노를 1000원에 팔기 시작했는데 그렇다보니 종이컵 사용량이 많아졌어요. 컵도 너무 많이 쓰고, 쓰레기도 너무 많이 생겨서 고민되더라고요. 컵을 다시 쓰는 건 어려웠습니다. 씻어쓰려고 해도 세제양이 어마하게 들어가고요. 컵홀더가 더 간단하고 실용적으로 접근할 수 있었어요. 손님들한테도 모으는 재미가 있었나봐요.”

처음엔 말로 설명했지만 자체 홀더를 제작하면서 홀더에 해당 문구를 새겼다. 반응은 의외로 좋다. 컵홀더의 회수율은 20%가 넘는다. 홀더 다섯 개 중 하나는 회수돼 재활용된다는 것이다. 근처 일부 회사에선 자체적으로 모으는 상자를 만들어 갖고오는 손님들도 있단다. ‘다른 카페에서도 함께 하면 좋겠다’는 의견에 이 씨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냐고 물어오는 다른 카페 사장님들은 계셨는데 아직 다른 데서 하는 걸 보지는 못했다”고 답했다.

핀벨 컵홀더


   냅킨

하얀 냅킨 대신.

대부분의 냅킨은 새하얗다.

“깨끗해보이기 위해 형광증백제라는 성분을 씁니다. 아무래도 피부에 직접 닿는 경우가 많다보니 오래 쓰면 몸에도 안 좋고요.”

기술표준원에 따르면 이 형광증백제는 유해물질이다. 기술표준원에서 제시하는 안전품질표시기준은 ‘형광증백제가 미용티슈에는 검출돼서는 안 되며 두루마리 화장지의 경우 생산과정에서 형광증백제를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형광증백제를 사용하지 않고 ‘표백하지 않은’ 어두운 냅킨 제품들이 눈에 띈다.

냅킨


   뒷이야기

많은 곳에서 친환경 일회용 제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힘쓰고 있지만 어려운 점도 많다고들 한다. 특히 최대한 생산비용을 줄여야 하는데 막상 친환경 인증을 받기 위해 드는 수수료가 꽤 높다.

“영세한 업체들은 어렵게 친환경 제품을 만들더라도 정부로부터 친환경인증을 받거나 받은 인증을 유지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가요. 결국 제대로 팔아보지도 못하고 문 닫은 데도 꽤 돼요.”

안 어울리지만, 일회용과 친환경의 동행길. 험하고 멀지라도 끝까지 가볼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많은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업체들은 “인증 제도의 개선과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길” 기다리고 있다.

korean.gu@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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