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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길용의 화식열전] 삼성바이오, ‘오묘한’ 유상증자의 비밀은?

삼바에피스 유상신주 발행가액
2012년~최근 1주당 5만원 유지
회계변경 후에도 시가반영 안해
상장시 1주당 수십만원 차익날수


[헤럴드경제=홍길용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로직스)의 회계기준 변경에 대한 증권선물위원회의 조치 결과가 나왔다. 일단 분식에 대한 판단은 금융감독원 감리 이후로 유보했지만,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 콜옵션(call option) 관련 공시를 제대로 하지 않은 잘못은 고의적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금감원의 재검토가 중요해졌고, 로직스는 물론 대주주인 삼성물산 주가에까지 영향을 미칠 변수다.

로직스는 2015년말 취득가(주당 5만원)로 장부가에 반영했던 에피스 지분을 공정가치로 재평가한다. 1157만주의 가치는 4조8086억으로 1주당 41만5682원이 된다. 그런데 2015년 이후에도 줄곧 유상증자의 1주당 발행가를 회계기준 변경전과 마찬가지로 5만원으로 유지한다. 바이오젠은 2015년 2월을 끝으로 증자에 참여하지 않았다.

비상장 회사의 유상신주 발행가격은 액면가 이하만 아니면 발행가에 법적 제한이 거의 없다. 하지만 1주당 5만원은 에피스 기업가치와는 차이가 엄청나다. 2016년말 기준 로직스의 에피스 지분 장부가는 4조8655억원이다. 1주당 31만2535원이다. 5만원에 산 주식이 31만원짜리가 된 셈이다. 2017년 3월에도 역시 같은 방식의 증자가 이뤄진다.

콜옵션 계약에 의해 로직스는 보유한 에피스 지분을 상당수를 공정가치를 재평가한 가치보다 낮은 가격에 바이오젠에 넘겨야 한다. 원칙적으로 콜옵션 가격보다 주식가치가 비싸면 그만큼 장부상 우발채무로 반영해야 한다. 하지만 싸게 산 걸 싸게 넘기고, 싸게 산 걸 비싸게 평가한다면 어떻게 될까? 결국 싸게 사서 비싸진 것만 남는다.

현재 로직스가 보유한 에피스 주식은 1957만여주다. 6월말 바이오젠은 예고대로 콜옵션을 행사했다. 9월말까지 로직스는 보유한 에피스 주식 923만주를 1주당 8만1140원씩에 바이오젠에 넘기게 된다. 콜옵션 행사시점에서 로직스의 장부상 에피스 주식 가치는 1주당 24만4817원이다. 로직스가 1주당 16만원 이상 손해를 보는 것일까?

공교롭게도 회계기준이 바뀌기 전인 2014년말까지 로직스가 보유한 에피스 지분도 922만4200주다. 바이오젠에 넘기는 주식수와 거의 같다. 취득원가는 1주당 5만7737원이다. 바이오젠에 넘기기로 한 지분의 평가이익은 사실 의미가 없다. 우발채무와 상쇄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취득원가다. 로직스 입장에선 5만7737에 산 지분은 8114만원에 넘기지만, 5만원에 산 주식이 24만4817원 짜리가 된 것이 중요하다.

결국 에피스가 상장을 한다면 로직스는 1주당 5만원에 산 주식이 수 십 만원짜리가 될 수 있다. 위험을 무릅쓴 투자의 결과이지만, 시가 보다 한참 낮게 유상신주를 발행한 덕분이다. 굳이 에피스 지분을 ‘시가’로 평가했음에도, 이후 발행가에는 반영하지 않은 점은 곱씹어볼 대목이다. 공모가를 산정할 때 논란이 될 수도 있어 보인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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