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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미 최악, 휴업여력도 없어요”…일부 편의점주 격앙
‘동참 vs 생계우선’ 갈라진 업계

12시간 일하고 80만원 버는데
며칠 문닫으면 마이너스 수입…
임대료 인건비는 어떻게 하나
최저임금 오르면 차라리 폐업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 시한을 코앞에 두고 편의점 점주들이 전국 동시 휴업까지 불사하겠다며 배수진을 친 가운데 일부 점주들은 “휴업할 여력도 없다”며 항변하고 있다. 현재도 절망적일만큼 힘들다는 뜻이다. 이들은 올해 최저임금 인상 후 스스로 근무시간을 늘리거나 심야 영업시간을 줄이는 방식으로 인건비를 최소화했지만, 이미 한계상황에 봉착했다고 호소하고 있다.

헤럴드경제가 지난 12일 전국편의점가맹협회(전편협)가 최저임금 업종별 차등화 재논의 등을 촉구하며 수용되지 않을 경우 전국 7만여개 편의점의 동시 휴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이후 서울시내 일부 편의점을 돌아다니며 취재한 결과, 이같은 답이 많았다. 상당수 점주는 “당장 생계 유지도 어려운 상황에서 동맹 휴업은 무리 아니겠는가. 그만큼 현장 분위기는 절박하다”는 반응을 내놨다. 물론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은 안된다며 동맹 휴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점주도 적지 않았다. 결국 최저임금을 둘러싼 논란이 다시 불거지면서 버틸 여력이 없는 곳과 버틸 여력이 조금은 있는 곳의 시각이 나뉘면서 편의점 업계의 민심만 조각 나고 있는 셈이다.

현장의 분위기는 벼랑 끝에 매달려 있는 듯한 위기감이 팽배했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정모(34) 씨는 하루 11~12시간 매장을 지킨다. 올해 최저임금이 시급 7530원으로 인상된 이후 인건비 부담이 커졌다. 33㎡ 남짓한 점포에서 아르바이트 직원 3명과 3교대로 24시간 영업을 하지만 아르바이트생보다 돈을 못 벌때가 많다. 그는 “비수기 최악일 때는 하루 11~12시간, 주 6일 일하고도 수중에 남는 돈은 80만원에 불과하다”며 “인건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매일 매장으로 출근하는 점주 입장에서는 휴업에 동참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휴업은 곧 폐업이라 맘은 있어도 동참하지 못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편의점 점주 이모(41) 씨도 “지금도 인건비와 임대료, 가맹본사 수수료, 세금, 운영비 등을 지급하고 나면 통장에 찍히는 금액은 200만원 수준”이라며 “지금도 간신히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며칠 매장을 비워서 매출이 구멍나면 임대료는 누가 내는가”라고 반문했다.

일부 편의점주들은 격앙된 표정이었다. 최저임금이 1만원대가 되면 차라리 폐업하는 게 낫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서울 양천구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최모(57) 씨는 “지금도 최저임금에 주휴수당(최저임금의 약 20%)까지 더하면 실제 지급하는 금액은 9000원이 넘는데 내년에는 도대체 인건비를 얼마나 더 내야하냐”며 “결국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은 영세 자영업자한테서 뺐은 돈을 노동자에게 주겠다는 발상인 것”이라고 했다. 그는 “계약 만료까지 1년이 남았는데 내년 최저임금이 1만원으로 오르면 6개월만 영업하고 폐점하겠다”며 동맹 휴업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런 가운데 전편협과 편의점업계는 최저임금이 시간당 1만790원으로 올랐을 때를 가정해 편의점주와 아르바이트 직원의 월 수익을 비교했다. 그 결과 아르바이트 직원의 월급은 현재 143만9652원에서 206만2928원으로 오르는 반면, 편의점주의 월 수익은 130만2000원에서 126만3000원으로 줄어든다. 이미 전체 수익 중 인건비 비중이 50%로 늘어난 상황에서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진다는 의미다. 한 편의점 점주는 이에 대해 “(최저임금이 더 오르면)한마디로 코미디 같은 상황이 벌어지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앞서 전편협은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국 편의점 동시 휴업을 예고한 바 있다. 홍성길 전편협 정책국장은 “오는 14일 내년 최저임금이 (우리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은 상태로) 결정되면 동시 휴업에 들어갈 방침”이라며 “다음달 초 확정 고시 이후 전국 편의점을 대상으로 심야(자정~오전 6시) 영업 중단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전편협은 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 국내 편의점 가맹점주 3만여명으로 구성돼 있다.

박로명 기자/dod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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