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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은 최고 부가가치 상품…식품산업 반도체로 키울것”
삼해상사 김덕술 대표가 서울 송파구 문정동 본사에서 김산업의 세계화 가능성에 대해 들려주고 있다.

유럽·중국 등 글로벌 시장 무궁무진
효능연구 활발해지고 한류 더하면 파괴력 막강
김 성장산업論 펼치는 김덕술 삼해상사 대표


김은 지구상에서 가장 비싼 식품에 속한다. 식자재 중 무게로 따져서 김보다 비싼 건 없다. 마른김 1장 무게가 2.5g 안팎, 100장(1속)이라고 해봐야 250g이다. 이를 가공해 조미김으로 만들면 부가가치는 더욱 높아진다.

삼해상사(대표 김덕술)는 국내 최대 김 전문기업. 1968년 설립 이래 50년 동안 김 하나만 매달려 연구하고 관련 제품을 개발해 왔다. 그 결과 매년 제품의 70∼80%를 해외에 수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액 952억원 중 675억원(6016만달러) 가량을 일본, 동남아, 미국 등 해외에서 벌어들였다. ‘5000만달러 수출탑’도 받았다. 올해 목표는 매출, 수출액 각각 1000억원, 7000만달러다.

김덕술(55) 삼해상사 대표는 “김은 식품산업의 반도체가 될 수 있다. 막 성장하는 산업이다. 한·일과 동남아 일부가 주소비국이지만 북미, 유럽인들이 김에 맛들이면 엄청나다. 김을 거의 먹지 않는 중국인들까지 가세하면 상상할 수 없는 시장이 펼쳐진다”고 강조했다.

14억 인구 중국인의 김 소비량은 연간 고작 2장 정도. 김 대표의 다음 목표 시장은 중국이다.

김을 세계인이 먹는 건강·다이어트식품으로 만들려면 관련 영양·약리학적 연구가 활발해야 하는데 아쉽게도 그렇지 못한 게 우리 현실이다. 인삼 관련 연구소는 10개가 넘는다. 이 보다 수출액이 6배나 되는 김 관련 공적 연구소는 국가와 지자체를 통털어도 없다. 지난해 김 수출액은 5억달러로 식품산업 중 최대였다. 인삼제품 수출은 8500만달러에 달했다.

김 대표는 “김의 식품영양학적, 약리적 효능이라든지 건강식품으로서의 기능 등에 대한 기초연구가 좀 더 활발해져야 한다. 이런 게 국가가 해줘야 할 일이다. 김 업체는 많으나 규모가 영세해 그런 연구까지 할 여력이 없다”고 밝혔다.

효능 등에 대한 데이터가 나와야 이를 바탕으로 과학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다. 한류스타를 활용한 마케팅의 장도 펼쳐주면 좋겠는데, 아직 그런 지원은 없다는 것이 그의 한탄이다.

5억달러 김 수출은 이런 고군분투 속에서 이뤄진 성과다. 올해도 5월까지 벌써 2억3433만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수출액이 7.5% 늘었다.

우리나라가 세계 김 생산량의 55%를 차지한다. 김은 109개국에 수출되고 있다. 세계에서 소비되는 마른김의 50%가 한국산이다. 이를 감안하면 반도체와 같은 세계적인 히트상품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농수산물 중 중국과 경쟁해도 이길 수 있는 유일한 품목이 김이기도 하다. 


▶연간 생산량 지구 6바퀴 반=삼해상사가 지난해 어민들로부터 사들인 마른김은 1300만속(13억장). 1장의 길이가 21㎝이므로 총 27만3000km, 지구둘레(4만km)의 6.5배 길이의 제품을 생산했다.

삼해상사는 매출 중 70% 이상을 수출로 올린다. 주요 수출지역은 일본을 비롯해 미국, 대만, 태국, 베트남 등이다.

해외에서는 스낵용으로 판다. 술안주 또는 주전부리 간식이다. 즉, 김이 보조식인 반찬 대체상품에서 부식화에 성공함으로써 성장기회를 만들어낸 것이다. 스낵(과자)이 되면 어엇한 독립식품이다. 향후는 또 무엇이 될지 아무도 모른다.

1970, 1980년대 김은 일본에서 초밥용으로만 용도가 한정돼 있었다. 조미김이 만들어지면서 스낵으로 먹기 시작, 용도가 확대됐다. 삼해상사는 이에 따라 15종 200가지 김 제품을 생산한다.

김 대표는 최근 김과자, 김+다른 과자, 김+다른 유기농식품 등 결합형 제품에 주목하고 있다. 삼해상사의 연구개발에 이런 방향에 집중돼 있다. 한 때 화장품이나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했으나 사용되는 재료의 양이 엄청나 포기했다. 식품쪽이 제일 부가가치가 낫다는 것이다.

“일본은 맥주 안주, 중국은 간식, 미국은 포테이토칩 대용 건강·다이어트식으로 인식된다. 고무적인 것은 미국에서 아시아인 보다 유럽계 사람들이 더 많이 소비한다. 그 덕에 유럽 사람들도 김을 먹기 시작했다. 유럽 시장이 조금씩 열리고 있다. 중국인들 역시 김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고 소득수준이 늘어나고 있다. 김 시장은 한마디로 커지는 시장, 성장산업이다.” 


▶해외 식품업체들 한국에 눈독, ‘김산업 위기론’도=삼해상사는 전북 부안공장에 이어 올해 경기 김포에도 생산공장을 추가로 짓는다. 8월께 본가동에 들어간다. 현재 종업원 200여명인데, 김포공장 가동에 따라 30여명을 추가로 고용할 계획이다.

성장하는 김산업의 미래에 대비하려는 포석이다. 올해부턴 일본의 조미김 외 초밥·회 시장 공략을 강화해 고급 마른김 공급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현재 국내 김제품 제조업체는 270여개다. 10인미만 소상공인 수준의 영세기업부터 이름을 알만한 대기업(CJ, 동원, 대상, 풀무원, 사조)들도 유사한 김 제품을 생산한다.

그런데 최근 이 사이를 일본계, 중국계 업체들이 비집고 들어오고 있다. 생김 양식은 한·중·일 3국만 하고 있는데, 그 중 한국이 양식김 종주국이자 최대 생산국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원료를 조달하고 가공·생산하는 노하우를 배우고,한류에도 편승하겠다는 것이다.

글로벌 시장을 ‘메이드 인 코리아’로 공략하겠다는 의도다. 일본 외 중국 회사들도 본격적인 진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국내 시장이 조만간 ‘국제 김 전쟁터’로 변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일본은 김산업 관련 조합들이 무수히 많아 방패역할을 해준다. 우리나라는 직접투자(FDI)로 법인만 세우면 한국기업으로 대접받는다. 특히, 중소기업 행세까지 하며 정부의 보호를 받는다. 말이 중소기업이지 국내 양식김을 전부 사들이고도 남을 정도의 규모다. 답답한 면이 많다”고 했다.

▶“기업공개 또는 대기업과 자본제휴도 가능…대기업도 뛰어들도록 해야”=우리나라는 동해를 제외한 남해와 서해 바다에서 안정적으로 양식김이 생산된다.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종자 개량도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원자재 공급원은 안정돼 있는 셈이다.

이런 국내 김시장이 조만간 해외 식품기업들의 전쟁터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일례로 일본의 양식김 35%를 사들이는 한 회사가 국내 법인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 규모이면 국내 양식김을 다 수매할 수 있을 정도인 것으로 알려진다.

따라서 국내 김제품 생산업체 대형화가 절실하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삼해상사는 이를 위해 기업공개(상장) 등으로 자본을 조달해 대형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필요하면 대기업과 자본제휴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대기업이 뛰어들도록 해야 한다. 세계 김산업이 수십, 수백조 시장으로 커질 수 있는데 막을 이유가 없다.

국내 대기업과 협력, 협업 무엇이든 못할 것도 없다. 영업협력, 기술협력, 지분협력 등 모든 방안이 가능하다. 이제 덩치가 커진 이상 가업(家業)에서 사업으로 전환해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우리는 중소기업이지만 1위 회사인 만큼 그 사회와 그 업계에 대한 책임이 있다.

외국기업의 진출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이 필요하다. 그래서 변신속도도 빨라져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양식업자와 동반성장 노력도=“김양식은 하나님과 동업자 관계라고 한다. 그런 면에서 양식업자 관리가 중요하다. 설립 50년이 됐으니 향후 100년 기업이란 목표도 여기서 출발한다.”

삼해상사는 30여 양식업자와 ‘삼협회’를 조직, 25년째 운영해오고 있다. 양식업자와 서로 교감하고 기술지도도 해준다. 삼협회 소속 거래업체는 20∼30년씩 된 곳이 대부분이다. 안정적으로 일감과 소득을 얻게 해줌으로써 원자재 구입의 안정성과 품질 안전에 만전을 기한다. 매년 한차례씩 해외여행을 함께 하며 친목을 다지고 있다.

식품산업이란 원자재 공급의 안정성도 중요하지만 품질의 안전성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삼해산업은 또 장애인공장에 연간 6억원 정도 일감을 매년 위탁해주고 있다. 고용 등 사회적 책임 차원이다.

김 대표는 “가장 보람있는 일은 2011년 중기청 ‘수위탁거래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상생협력의 의미로 위탁기업의 입장에서 받은 공로패였다. 중소기업이지만 같은 중소기업을 위해 해줄 수 있다는 게 기뻤다”고 했다.

조문술 기자/freihei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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