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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톡서 나눈 대화는 대화가 아닐까…가상공간이 현실이 될 때
백남준 '징기스칸의 복권' [사진=이한빛 기자/vicky@]

백남준아트센터 국제 기획전 ‘다툼소리아’
21세기 정보화시대 가상공간 다시 읽기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엔 ‘징기스칸’이 나타났다. 말을 타고, 칼과 활을 휘두루는 세계의 정복자가 아니라 자전거를 타고 잠수헬멧으로 무장한 투구와 철제 주유기로된 몸체, 플라스틱 관으로 구성된 팔이 달린 모습이었다. 자전거 뒤에는 10여대의 텔레비전을 가득 싣고 있고, 네온으로 만든 기호와 문자들이 텔레비전 속을 채우고 있다. 교통과 이동수단 등 물리적 수단으로 권력을 쟁취했던 과거와 달리 미래엔 거리와 공간의 개념이 사라지고 데이터를 전송하고 지식이 전달될 것임을 암시하는 작품으로 세계미술계의 집중을 받았다. 바로 백남준의 ‘징기스칸의 복권’이다.

2018년을 살아가는 현대인에게 가상현실은 더이상 동 떨어진 현실이 아니다.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작은 사각형으로 우리는 대화하고, 읽고, 사고, 감상하고, 즐거움을 찾는다. 형체는 없지만 또 하나의 현실이다. 이같은 새로운 인지공간에 대해 살펴보는 전시가 열린다. 백남준아트센터(관장 서진석)은 국제기관 협력전시 ‘다툼소리아(Datumsoria)’를 CAC(크로노스 아트센터ㆍ중국)와 ZKM(칼스루에 예술과 미디어센터ㆍ독일)과 공동기획, 개최한다. 전시명인 다툼소리아는 정보를 뜻하는 데이텀(Datum)과 감각을 뜻하는 센서리아(Sensoria)의 조합어로 21세기 정보시대 현실과 가상 사이에 새로운 인지의 공간이 창출되고 있음을 뜻한다. 이 전시는 독일과 중국을 거쳐 한국에서 마지막으로 열린다. 

류사오동, '불면증의 무게'(2018) [사진=이한빛 기자/vicky@]

전시에 참여하는 작가는 3명이다. 한국의 백남준, 중국의 류사오동, 독일의 카스텐 니콜라이는 각각의 방식으로 ‘새로운 인지 공간’을 극대화한다. 중국 최고 사실주의 화가로 꼽히는 류사오동은 이번 전시에서 처음으로 로봇이 그리는 회화 ‘불면증의 무게’(2018)를 선보인다. 카메라가 화가의 눈을 대체하고, 로봇이 화가의 손이 돼 그린다는 것이 무엇인가, 화가란 무엇이고 회화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로봇은 24시간 깨어 있으면서 입력된 정보를 그대로 그려낸다. 작가의 객관성과 로봇의 객관성, 그 달라진 지각체계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고 말했다. 

카스텐 니콜라이 '유니테이프'(2015) [사진=이한빛 기자/vicky@]

그런가 하면 카스텐 니콜라이는 데이터 자체에 집중한다. ‘유니테이프’(2015)는 데이터를 영상화해 그리드와 코드로 펼쳐보인다. 천공카드(구멍을 뚫어 컴퓨터에 인식하게하는 장치)를 암시하는 시각적 구조와 소리를 통해 우리가 인식하는 가상공간의 실체를 나름의 방식으로 제시한다. 거울로 둘러쌓인 암실에서 무한히 반복되는 영상과 소리, 그에따른 촉각적 경험은 데이터 세상에 완전히 몰입하는 현대인을 암시하고, 몰입하게 하고, 인지하게 한다.

이번 전시는 또하나의 기획전 ‘세 개의 방 프로젝트-현재의 가장자리’와 나란히 열린다. 김희천(한국), 양 지안(중국), 베레나 프리드리히(독일) 등 세명의 젊은 작가가 참여한 이번 전시는 백남준아트센터, CAC, ZKM이 공동으로 진행하는 공모 방식의 프로젝트다. 두 개 기획전을 나란히 보면 중견작가와 신진작가의 ‘가상세계’에 대한 인식과 그 차이를 비교해 볼 수 있어 흥미롭다.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 관장은 “디지털시대의 가상성은 또 다른 현실이다. 그에 맞춰 우리의 인지감각도 변하고 있다”며 “새로운 인지 공간이 창출됐고 이를 통감각, 공감각으로 받아들이는 현실에 주목할만 하다”고 강조했다.

‘다툼소리아’ , ‘현재의 가장자리’전 모두 9월 16일까지 열린다.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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