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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도넘은 남성 혐오, 성평등 구현에 걸림돌일 뿐
일부 여성들의 남성 혐오가 도를 넘고 있다. 급기야 천주교의 성체(聖體)를 훼손하는 충격적인 일까지 발생했다. 여성 우월주의를 표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워마드’에 성체에 빨간 펜으로 예수에 대한 욕설을 쓴 뒤 이를 불태우는 사진이 익명으로 게재된 것이다. 성체는 빵의 형상이지만 예수의 몸을 상징한다. 천주교에서 성체를 신성하게 여기는 것은 이같은 이유에서다. 성체 훼손 파문의 당사자는 여성 사제를 두지 않는 등 남성중심의 천주교 교리와 운영에 대한 불만의 표시였을 것이다. 하지만 ‘남성 예수’를 저주하고, 욕설과 조롱을 퍼붓는 것은 천주교와 수백만 신자에 대한 모독일 뿐 이다. 성평등을 주장하는 페미니즘 운동과도 거리가 멀다.

사진과 글이 온라인을 통해 급속히 확산되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게시자를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비난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그 가운데는 국제적 이슈로 비화돼 나라 망신이 될 수 있다는 걱정스러운 글도 있었다. 천주교측에서도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우려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개인의 일탈이라고는 하나 보편적 상식과 공동선에 어긋나는 행위는 사회악에 지나지 않는다는 천주교주교회의 입장은 백번 옳은 지적이다.

성폭력 피해를 폭로하는 미투(#Me Too) 운동을 계기로 여성 인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어떠한 경우에도 성별을 이유로 차별과 불평등을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주말인 지난 7일 서울 혜화동에서 여성 집회사상 최대 규모인 6만명이 모여 집회를 가진 것도 결국 남성중심적인 사회 구조를 바꿔나가자는 것이다. 시대 변화에 따른 당연한 요구이고, 정부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귀담아 들어야 할 얘기다.

하지만 이러한 페미니즘 운동이 남녀갈등과 성(性) 혐오로 확산되는 건 문제다. 성 평등은 여성이 남성을 증오하고 싸워 이긴다고 이뤄지는 게 아니다. 남성들도 마찬가지다. 여성 집회에 참가했다는 이유로 해고하는 사회라면 성평등은 요원한 일이다. 법을 만들고 제도를 고치는 것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남녀가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마음가짐이다. 그런 관계가 뿌리를 내릴 때 비로소 성평등이 가능해진다.

남녀가 평등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반대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물론 아직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다. 하지만 그 기울기가 점차 줄어들고 있는 건 분명하다. 이런 과정에서 성체 훼손이 발생한 건 유감이 아닐 수 없다. 소모적 논쟁만 유발할 뿐 성평등 사회를 구현하는 데 되레 걸림돌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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