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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후분양 한다더니, 신혼희망타운은 선분양…왜?
“현 정부 들어 부동산 제도가 너무 많이 바뀌어서 제대로 숙지하는 것만도 벅차네요.”

며칠전 강남에서 만난 한 공인중개소 실장은 이렇게 말했다. 지난해 6.19 대책을 시작으로 반년여만에 무려 7차례의 부동산 대책이 나오고, 올해도 하루가 멀다하고 굵직한 정책이 쏟아지는 통에 피로가 쌓인다는 호소였다.

정책 홍수 속에서 갈피를 못잡는 것은 정부도 마찬가지다. 좌충우돌하는 정책들이 시차를 두고 발표되는 일이 수시로 나타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투기지역’ 지정의 정책 효과가 ‘청약조정대상지역’과 중첩된다고 판단해 올해 초 폐지를 추진했다가, 대출 규제는 중첩되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 발견하고 철회한 일은 해프닝에 불과하다.

지난 5일 국토교통부가 “신혼부부의 주거부담을 덜어주겠다”며 발표한 ‘신혼희망타운’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결혼 후 7년 이내 신혼부부들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2022년까지 10만호의 공공주택을 신혼희망타운이라는 이름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당장 오는 12월 위례신도시와 평택 고덕신도시부터 분양이 진행된다.


불과 일주일 전인 6월 28일 국토부는 ‘제2차 장기주거종합계획’을 통해 “후분양을 활성화하겠다”고 다짐했다. 정부는 후분양이 시장에서 확산될 수 있도록 공공분양을 중심으로 후분양을 확대하고, 민간에는 인센티브를 주겠다는 것. 그런데 신혼희망타운은 선분양이다. 아파트를 다 지은 뒤 공급함으로써 하자 분쟁을 줄이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장하겠다는 후분양의 취지는 신혼희망타운에 적용되지 않는다.

국토부 측은 “결혼 후 7년 이내 부부에게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후분양을 하면 수혜 대상이 달라질 수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7년 내 부부’라는 단서가 달려있는 한 어차피 누군가는 수혜 대상에서 배제된다. 입주자 모집공고를 12월11일에 내는지, 12일에 내는지만으로도 결혼 7년 차 여부가 달라진다. 국토부 논리면, 신혼희망타운 계획을 발표한 지난 5일에 당장 분양을 했어야 옳다. 앞으로 12월이 되기까지 무수한 부부들이 결혼 7년차를 넘겨 혜택에서 제외된다.

일각에선 정부가 후분양제 도입 의지가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신혼희망타운 하겠다고 발표는 했는데, 후분양으로 2~3년 뒤 공급이 된다고 하면 장관은 물론이고, 대통령 임기도 다 끝나버리기 때문에 선분양으로 성과를 내보이고 싶었던 것 아니겠냐”며 “정부 스스로 모범이 되지 않는다면 어떤 민간 회사가 후분양하려 하겠나”라고 꼬집었다.

부동산 관련 세금 문제 역시 앞뒤가 맞지 않다. 정부는 지난해 강남을 중심으로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자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청약조정지역 내 부동산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중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4월부터 시행에 들어가 일단 시장은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문제는 양도세 중과로 첫 단추를 끼워버린 탓에 ‘보유세는 높이고 거래세는 낮추자’는 조세 개편의 대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다른 국가들에 비해 보유세 부담은 낮고, 거래세는 가장 높은 편이기 때문에 이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학계 다수의 견해다. 정부 역시 얼마전 발표한 종합부동산세 강화 방안에서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겠다고 공언했다. 신혼부부가 생애 최초 주택을 구입할 때 취득세를 감면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그러나 취득세를 일부 낮춰주는 것만으로는 국제적인 조세 부담 수준을 달성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양도세를 낮추면 규제해제 신호로 이해될 수 있어 정부로서는 고민이 될 것”이라며 “결국엔 부동산 세금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는 방향으로 가지않겠느냐”고 내다봤다. 

pa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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