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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포럼-이건세 건국대 의학전문대학원 교수] “몸이 불편한 분들도 어울려 사는 지역사회를 위해”
갑작스런 병으로 입원한 가족을 돌봐본 사람들은 돌봄이 어럽다는 것을 잘 알 것이다.

뇌졸중, 치매 등 치료가 잘 되지 않는 병이나 장애인이 있는 경우는 더욱 힘들 것이다. 가족이 환자의 일상적인 생활을 돌봐주어야 하지만 노인 부부, 맞벌이 부부의 경우 등은 쉽지 않다. 퇴원의 경우 더욱 심각하다.

2016년 건국대학교 병원에서 퇴원 노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의하면 64.2%의 환자들이 퇴원 후 1개월 이후 통증, 우울, 이동상태, 체중감소, 소변 지림 등 신체 기능상태가 더 악화됐다. 퇴원 이후에도 가정에서 적절한 돌봄을 받을 수 있다면 이들이 보다 건강해질 수 있을 것이다.

병원은 치료뿐 아니라 환자가 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의료적 처치 외에도 먹고, 잠자고, 쉴 수 있는 곳이다. 식사를 제공하고, 병실을 청소하고, 질병과 건강에 대하여 상담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환자가 퇴원하면 이 모든 부담은 가족이 감당해야 한다. 우리나라의 ‘사회적 입원’이 증가하고 있는 것은 상대적으로 낮은 의료비도 이유가 되지만, 한편으로는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일상생활을 지원하고 돌봐줄 사람이나 적절한 시설이 없는 것도 그 원인이다.

이런 이유로 요양병원이 증가하고 있다. 2017년 발표된 보건복지부 국민보건의료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병상 중 요양병상이 2011년에 비해 13.5%로 가장 큰 폭으로 늘어났다. 2014년 서울의료원에서 서울지역 노인요양시설 일부를 조사한 결과 요양원 평균 거주 기간은 23.7개월이다. 2년 전세 계약과 비슷하다.

퇴원후 일상생활을 가능하도록 도와주어야 하는 것은 노인, 장애인 뿐 아니라 어린이, 임산부 등 다양한 대상에게 중요한 일이다. 식사 지원, 식사 배달, 집안 청소 및 빨래 등 가사를 지원해 일상생활을 가능하도록 하는 것, 이동 서비스를 제공해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이 생활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목욕 등을 지원하여 청결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 일상생활에서 가족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이러한 지원들이야 말로 지금 우리에게 꼭 필요하지만 부족한 서비스들이다.

나아가 질병의 관리가 필요한 사람을 의사, 간호사, 물리치료사, 약사가 방문해 지속적으로 살피고 건강을 회복하도록 하는 것, 환자가 가까운 시설을 다니며 재활 치료를 하는 것, 몸과 마음이 불편한 사람들에게 단기 또는 장기간 머무를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하는 것, 여러 사람이 같이 살면서 생활에 필요한 공동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그룹 홈을 지원하는 것 등 지역에서 제공되면 좋을 것들은 너무 많다. 그룹 홈은 식사, 청소 및 청결, 여가활동, 주택 관리 등이 공동으로 해결될 수 있다.

지역사회 돌봄 서비스는 첫째, 일상생활에 대한 돌봄, 둘째, 건강 및 예방을 위한 돌봄, 셋째, 치료 및 질병관리를 위한 돌봄이 있을 것이다. 복지, 보건, 의료의 영역에서 제 각각 제공하는 것 보다는 함께 제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인 것은 당연하다. 생활의 현장인 지역에서 제공되면서 통합적 돌봄이 되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재가·지역사회 중심 사회서비스 제공’의 커뮤니티케어(Community Care)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계획을 밝혔다.

매우 환영할만한 계획이다. 이제라도 철저히 준비를 해야 한다. 지역사회에 필요한 서비스가 무엇인지, 이런 서비스를 누가 제공할 것인지, 어느 정도의 질적 수준이 되어야 하는지, 비용은 누가, 어떻게 조달해야하는지 등에 대한 설계가 필요하다.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 다만 몇 사람의 단순한 아이디어, 외국의 좋은 것을 잠시 보고 와서 카피해서 될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에 필요한 것을 우리가 독창적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번의 시도가 ‘모두가 어울려 살기 위한 포용적인 지역사회’를 만드는 새로운 출발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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