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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양극화의 역설…잘 팔려서, 안 팔려서 후분양
[그래프 설명=분양 경기 양극화에 수도권 미분양 물량은 1년새 35% 줄어든 반면, 지방 미분양 물량은 20% 늘어났다.]

서울은 비싸게 팔려고
지방은 미분양 막으려
임대후 분양 선택 늘어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새 아파트를 우선 임대한 뒤 추후 분양하는 ‘임대 후 분양’이 분양 열기가 가장 뜨거운 지역과 가장 차가운 지역에서 동시에 생겨나고 있다. 분양 방식은 유사하지만 이를 택하는 이유는 두 지역이 정반대다.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남동 옛 외인아파트 부지에 지어지는 고급 주택 ‘나인원 한남’은 2일 청약 신청을 받는다. 이 아파트는 준공시점(내년 11월)부터 4년간 임대를 놓다가 이후 분양으로 전환하는 식으로 공급된다. 임대보증금은 33억~48억원 선이다.

이러한 방식을 택한 이유는 일반적인 선분양을 할 경우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주변 지역 집값의 일정 범위 내에서 분양가를 책정할 때만 분양보증을 내주기 때문에, 제값을 받고 팔기 힘들다 판단한 것이다. 임대 후 분양으로 전환할 경우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이는 최근 서울의 청약 열기가 뜨겁고, 특히 고급 주택의 경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높은 값에 분양을 해도 잘 팔릴 것이라는 자신감이 바탕에 깔려 있다. 일레븐건설이 용산구 이태원동 옛 유엔사부지에서 추진 중인 주택사업도 임대 후 분양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제 아무리 서울 부촌이라도 임대 후 분양을 할 수 있는 곳은 극히 드물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자금 여력이 있는 시행사가 자체 사업 부지에서나 할 수 있는 방식인데, 서울은 대부분이 정비사업장이어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반면 분양 경기가 싸늘하게 식은 지방에서는 역설적으로 임대 후 분양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유는 서울 부촌과는 정반대로 지금 분양을 해봐야 팔리지 않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우선 임대로라도 내놓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5월 기준 수도권 외 지방 아파트 미분양 물량은 1년전에 비해 20% 늘어난 5만여호다. 2010년대 초반 금융위기 여파로 지방에 미분양이 급증하면서 ‘애프터리빙’(After Living)이라는 이름으로 임대 후 분양이 늘어났던 현상이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가령 지난달 29일 주택전시관을 연 전남 진도의 L 아파트는 최장 8년간 살아본 뒤 분양받을 지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몇달전 임차인을 모집하기 시작한 충남 아산의 B아파트와 K아파트도 같은 식이다.

충청 지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건설사 관계자는 “할인 분양을 해도 잘 안 팔리니까 언 발에 오줌누기 식으로 대책을 강구해보는 건데, 나중에 분양전환시점이 돼도 안 팔릴 수 있다는 게 문제”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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