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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상가 임차인 10년간 보호(?)...권리금은 어떡하나
[사진출처=맘상모 페이스북]


10년 연장은 문제 미뤄두는 꼴

핵심은 권리금… 약탈방지법 구멍 숭숭

퇴거보상제, 권리금 양성화 고민해야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최근 건물주와 임대차 문제로 갈등을 겪다 강제로 퇴거당한 서울 서촌의 궁중족발은 2009년 5월부터 영업을 시작해 올해가 10년째다. 최장 10년간 임차할 수 있도록 보장해주더라도 내년이면 쫓겨나야 하는 운명이었던 것이다.

정부가 상가 세입자의 임대차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상임법)을 개정해 계약갱신청구권(건물주에게 재계약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 기간을 5년에서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실효성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간을 정해놓는 방식으로는 해당 기간이 지나면 다시 분쟁이 생길 수밖에 없어 문제를 미뤄두는 효과밖에 없다는 것이다.

임영희 맘상모(맘편히장사하고싶은상인모임) 상임활동가는 “2001년 상임법이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5년을 정해둠으로써 기간에 집착하게 됐고, 역으로 해당 기간이 지나면 내보내도 된다는 잘못된 인식이 생겼다”며 “기간을 정할 것이 아니라, 정당한 계약 해지 사유가 있는지에 따라 계약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했다.

10년 보장이 분쟁 해소에 별반 도움 안된다는 것은 가맹사업법을 보면 알 수 있다. 가맹사업법은 프랜차이즈 본사와 가맹점주 간의 가맹계약갱신요구권을 10년까지 보장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10년이 지나면 본사가 무리한 요구를 앞세워 계약을 해지해 버리는 경우가 많다. 가맹점주가 영업권을 박탈당하는 문제가 빈발하자, 현재는 기간을 정해놓지 말자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전문가들은 상가 임차인 보호를 위해서는 기간을 늘리는 식이 아니라 권리금 문제를 해소하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것이 옳다고 지적한다. 상가 임대차 갈등이 파국으로 치달은 주요 사례들의 배경에는 권리금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가 펴낸 ‘상가 임대차 상담사례집’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서울상가임대차상담센터에 접수된 상담 4만여건 가운데 권리금 관련 상담이 17.3%로 가장 많다.

권리금은 기존에 장사하던 상인이 뒤이어 들어오는 상인에게 받는 식으로 거래되는데, 후속 상인이 없어서 권리금을 못받게 되면 문제가 발생한다. 2009년 용산참사는 재개발로 인해 권리금을 줄 후속 상인이 없어진 사례다. 또 궁중족발은 건물주가 지나치게 높은(법원이 감정한 적정 임대료의 4배) 임대료를 요구해 후속 상인을 구하지 못해 권리금을 못받고 쫓겨나게 됐다. 건물주는 기존 임차인을 내보낸 뒤 새 임차인에게 권리금을 요구한다거나 임대료를 올려받는 형식으로, 기존 상인의 몫이었어야 할 권리금을 빼앗아 갈 수 있다.

물론 상임법은 2015년 개정돼 임차인의 권리금 회수 기회를 보장하고 있고, 건물주가 권리금을 약탈해가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의 별칭이 ‘권리금약탈방지법’인 이유다. 그러나 여전히 법의 곳곳에 구멍이 많아 건물주가 권리금을 가로챌 수 있는 길이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월세 받던 계좌번호 바꾸고 전화 안받는 식으로 임대료를 3개월 연체하게 해 계약을 해지하는 것은 흔한 방식이다.

상인들의 권리금을 보호해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는 퇴거보상제가 꼽힌다. 구본기 생활경제연구소장은 “임차인이 내쫓겼을 때 임대인으로부터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퇴거보상제가 도입된다면, 굳이 계약갱신청구기간을 정하지 않더라도 건물주가 임차인을 함부로 내쫓는 문제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역시 이 제도의 도입을 검토 중이다. 다만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보상을 어떤 수준에서 해줘야 하는지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문제가 있어 시일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권리금을 양성화하고, 사회적으로 분배하는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구 소장은 “표준계약서를 통해 권리금을 양성화하면 양도세 등을 통해 과도한 이익을 환수할 수 있고, 권리금에 거품이 끼는 것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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