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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TAPAS]멕시코 이길 확률, 화이트크리스마스 확률보다 낮다
[헤럴드경제 TAPAS=윤현종 기자] 낮다. 매우 낮다.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F조 조별리그 2차전서 한국이 멕시코를 이길 확률이다. 서울에선 좀처럼 보기 힘든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이할 확률보다 낮다.

영하의 날씨처럼 차갑고 싸늘한 현실. 분수로는 5분의 1. 숫자로 20%가 채 안 되는 승리 가능성. 경기를 코앞에 둔 현재. 팬들이 기댈 수 있는 유일한 지표다.

얼마나 낮은 확률인지 체감할 필요가 있다. 졌을 때 더 실망하기 싫어서다. 그래, 어차피 이길 가능성은 이 정도로 낮았어. 위안이라도 삼기 위해서다. 선수들의 ‘몸부림’과 달리 팬심은 나약하니까.

1998년 프랑스 월드컵 E조 한국과 멕시코 경기 장면. 한국은 3-1로 패했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

멕시코 전 승리 확률:10%∼15%

우선 해외 베팅업체들이 내놓은 배당률로 승리 가능성을 계산해봤다. 가장 유명한 윌리엄힐ㆍ베트(bet)365 등 28개 업체가 분석한 배당률 평균은 17/3.6이다. 쉽게 말해 3만6000원을 걸어서 한국이 이기면 상금 17만원과 원금을 합쳐 20만6000원을 가져갈 수 있단 뜻이다. 숫자로 환산하면 5.72배의 배당률이다.

승리 확률은 배당률과 베팅업체의 환급률 수준(업체들이 자기수익을 빼고 내기 참가자에게 돌려주는 비율)에 기초해 뽑을 수 있다. 답은 15%.

시뮬레이션 결과는 더 낮다. 이길 가능성 10%. 피파온라인4를 통해 F조 멕시코와 한국 경기를 100회 진행해본 결과라고 한다. 

지난 2015년 12월 24일 기부행사를 위해 산타클로스 복장을하고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인 사람들. 이 다음날인 성탄절엔 눈이 내렸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

서울 화이트 크리스마스 확률:약 33%

멕시코 전이 있는 날. 팬들의 환호성으로 서울서도 ‘인공지진’이 나지 않을까 하는 걱정보단, 차라리 올 겨울 성탄절에 눈이라고 오게 해달라고 비는 게 현실적일 수 있다. 기상청 공식데이터에 따르면 1981년∼2016년 간 12월 25일에 눈이 내린 건 12차례였다. 36년 간 열 두 번이었으니 33%정도의 확률이다. 멕시코 전을 이길 가능성보다 높다.

기상청 자료를 더 들여다봤다. 지난해 성탄절엔 서울에 눈이 왔을까. 이 날 일강수량은 0㎜였다.

[사진제공=게티이미지]

실수로 산불 낸 사람 붙잡을 확률:약 15%

산림청 통계에 따르면 산에 올랐다가 실수로 불을 내 발생한 화재는 지난해 254건. 이 가운데 범인이 잡힌 사례는 39건 뿐이었다. 수치로는 15.3%다. 산을 이용하는 사람이 워낙 많아 현장 감시에도 한계가 있다는 게 소방당국 설명이다. 어찌보면 당연하다. 게다가 산불 발화지점은 불을 완전히 끈 뒤에야 알 수 있는데, 진화에 길게는 달포까지 걸리는 산불을 낸 범인을 잡는 건 엄청난 ‘애로사항’이 꽃필 수 밖에 없다. 월드컵서 한국이 멕시코의 불같은 기세를 잡는 것도 이렇게 어렵다.

시속 60km 충돌 장면 [출처=교통안전공단]

■ 시속 60km 차량에 치여 ‘죽지 않을’ 확률:20%

교통안전공단 실험결과다. 인체모형과 시속 60km로 달리는 차량이 충돌할 때 발생하는 상해치로 측정했다. 사망 확률은 80%로 나타났다. 차량 속도가 높을 수록 중상 가능성이 높아졌고, 다치는 부위도 머리에 집중됐다. 다시 말해, 목숨만 붙어있을 정도로 생존할 가능성이 20%란 뜻이다.

이 20%보다 낮은 확률로 한국이 멕시코를 잡더라도, F조에서 한국팀이 처한 상황은 산소호흡기를 장착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수 있다. 다음 상대는 독기를 잔뜩 품은 전차군단. 독일이다. 

지난 12일 싱가포르서 열린 북미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악수를 나누는 모습 [사진제공=게티이미지]

한반도 전쟁 일어날 확률:20%

글로벌 금융그룹 UBS가 한반도 투자실행 여부를 점치기 위해 자체분석한 결과다. 중요한 건 이같은 수치를 도출한 시점이다. 지난해 10월. 북한과 미국이 한창 ‘말 폭탄’을 주고받으며 으르렁거리던 때였다.

심지어 UBS 싱가포르 투자책임자인 켈빈 테이는 당시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전쟁 가능성 20%라는 수치도 보수적으로 높게 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약 8개월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 4월 판문점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포옹했다. 6월엔 싱가포르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악수했다. 전쟁 가능성은 20%. 아니 그 어느 때보다 낮아졌다는 분석이다.

다시 말해 이번 월드컵서 한국팀이 멕시코를 이길 확률은, 김정은과 트럼프 사이가 정상회담 결과를 다시 백지로 만들고 루비콘 강을 건널 가능성 만큼이나 낮다는 의미다.

두산베어스의 2016 한국시리즈 우승 세리머니 [출처=두산베어스 공식 페이스북]

두산베어스가 올해 KBO 우승 못할 확률 : 14%

어디까지나 6월 성적 기준이다. 22일 현재 한국 프로야구 리그(KBO리그) 1위 팀 두산베어스가 지금 순위 그대로 정규시즌을 마친 뒤, 최강자를 가리는 한국시리즈에 직행했을 때를 가정했다.

KBO리그는 1989년부터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를 거친 승자가 정규리그 1위 팀과 맞붙는 챔피언 결정 방식을 택했다. 2017년까지 29년 간, 일종의 ‘하위팀 반란’이 있었던 사례는 1989년ㆍ1992년ㆍ2001년ㆍ2015년 4차례 뿐이었다. 페넌트레이스 1위가 우승트로피를 들지 못할 확률은 14%정도 된다. 원래 이기던 팀이 그냥 이길 가능성이 그만큼 높단 뜻이다.

한국팀도 ‘업셋 월드컵’을 간절히 바라지만,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도전자를 응원하는 관객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는다.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 기본적으론 그것 하나다.

기자가 아닌 팬 입장에서, 정말 기본만 했으면 한다. 그래야 딱 90분 간 만이라도 ‘동화’를 품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으니까.

냉정한 현실 소개는 여기까지다.

/factis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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