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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오너이슈에 추락하는 주가…증권사는 투자독려?
#1. 검찰이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부인 이명희씨에 대해 또다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번에는 필리핀인을 대한항공 연수생으로 입국시켜 가사도우미로 불법 고용한 혐의다. 운전기사, 경비원, 한진그룹 직원 등에 대한 특수폭행 혐의로 청구된 영장이 기각된 지 불과 2주 만이다. 이같은 오너리스크를 여실히 반영하듯 19일 주가는 2만9450원까지 떨어졌다.

#2. ‘하반기 더 높이 날 수 있다’, ‘운항고도를 높인다’, ‘수익성 개선의 시기’.

최근 대한항공을 다룬 증권사의 리포트 제목이다. ▷델타항공과의 합작회사(JV) 승인 ▷인천공항 제2 여객터미널 개장 ▷일회성비용 배제시 견조한 1분기 실적 등을 이유로 대한항공 매수를 독려하고 있다. 오너리스크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은 전무하고, 오너이슈를 언급한 문구는 ‘눈을 씻고 찾아야’ 겨우 찾을 수 있을 정도다.

대한항공의 오너리스크가 나날이 부각되고 있지만 증권가는 외면하고 있다. 대한항공 직원들은 ‘조양호 아웃(OUT)’을 외치며 총수 일가 퇴진을 요구하고 있고, 2대 주주인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대한항공에 총수 일가의 각종 갑질과 밀수ㆍ탈세 의혹에 대한 사실관계 및 해결방안을 묻는 공개서한을 발송했으며 지난 15일 회사는 비공개로 답신을 보냈다. 이에 대한항공 주가는 지난 4월초 3만5950원 대비 20% 가까이 빠졌다.


하지만 지난 4월 대한항공 ‘물컵 갑질’ 사건이 도마에 오른 이후 국내 증권사 10여곳의 의견은 모조리 ‘매수’다. 목표가는 4만원대. 이들의 의견대로라면 오너이슈가 불거지기 이전 주가인 3만원대 중반 탈환은 시간문제다. 검경은 물론 국토교통부, 관세청, 공정거래위원회, 고용노동부 등이 대한항공을 상대로 전방위 조사에 착수한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의아한 결과다.

증권가에서는 외면하고 있지만, 주가는 오너이슈를 여실히 반영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투자자들은 “그렇다면 대한항공은 아무나 경영해도 되는 회사란 말인가”라고 볼멘 소리를 내고 있다.

리포트 작성자인 연구원들은 “기업 기초여건(펀더멘탈) 요인이 아니라고 봤다”거나 “오너일가의 갑질이 정량적으로 회사에 어느정도 손실을 끼칠지 추산하기 어렵다”는 이유를 대고 있다. “기업과의 관계 때문에 해당 사건을 구체적으로 적시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오너에 대한 이슈가 기업 분석에서 빠져있다는 점은 쉬이 납득하기 힘들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업 기초여건에는 실적을 비롯한 재무사항과 향후 먹거리는 물론, 경영진을 겸하고 있는 오너 관련사항도 당연히 포함된다”면서 “심지어 이번 이슈는 오너의 부도덕을 넘어 국토교통부, 공정위 등 전방위 조사로 확대되고 있는 사항”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너리스크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투자자들의 관심을 고려할 때 구체적으로 왜 위험성이 크지 않은지 적시하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오너일가의 갑질이 정량적으로 회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계산하기 힘들다는 이유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트럼프와 김정은의 말, 남북 및 북미 정상회담, 미중 무역전쟁은 수치적으로 정확한 분석이 나오는 건인지 되묻고 싶다.

이들에 대해서는 이슈가 나올 때마다 하루가 멀다하고 다양한 시각의 리포트가 쏟아지고 있으며, 각각의 리포트에서는 연구원들이 저마다 정답을 찾으려는 각고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반면 ‘물컵 갑질’ 사건 이후 한동안 각 증권사는 눈치보기에 바빠 해당 이슈에 대한 리포트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 대부분의 증권사가 기업분석시 오너이슈를 외면하거나 기업분석 자체를 외면했다. ‘물컵 갑질’ 사태 열흘만에 ‘지금이 올라탈 기회’라고 제목을 단 리포트까지 나왔다.

해당 기업과의 관계 때문에 쉽사리 분석자료를 내놓기 어렵다는 의견은 오히려 현실적이다. 하지만 책임의식은 없어 보인다.

나날이 심해지고 있는 오너의혹과 전방위 조사에도, 이를 외면하고 ‘사자’를 외치는 것은 투자자에 대한 존중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정말 그럼에도 올라탈 때라면, 투자자들을 설득시키려는 논리와 분석이 필요할 것이다. 

youkno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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