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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도종환 장관 1년…숲은 건강성을 회복할 수 있을까
산불이 나 황폐해진 산에 제일 먼저 자라는 게 소나무다. 소나무의 솔방울은 고온을 받아야 벌어지는데, 산불로 솔방울이 터지면서 씨앗이 잿더미 위에 새로운 생명을 틔우는 것이다. 그렇게 황량한 산이 소나무로 푸르러지는 데는 30년의 세월이 걸린다. 소나무가 푸르른 산은 청정해 보이지만 다른 식물은 찾아보기 어렵다. 그 밑에선 어느 식물도 자라지 못한다. 토양을 산성화시키고 타닌 같은 독성화합물이 토양생물이 낙엽을 분해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까닭이다. 소나무는 그렇게 숲에서 독야청청 위세를 떨친다. 그러다 어디서 굴러온 도토리 하나가 힘겹게 싹을 틔운다. 청설모나 다람쥐들이 물고 왔거나 먼 데 참나무에서 떨어져 데굴데굴 굴러온 도토리 가운데 운좋은 녀석이 촉촉한 흙에 뿌리를 내린 것이다. 소나무 그늘 아래서 햇빛을 겨우 받아내던 참나무는 특유의 생존력을 발휘하기 시작한다. 햇빛을 향해 빠른 속도로 자란다. 쭉쭉 뻗어나간 참나무는 소나무를 제치고 더 높이 올라 넓은 잎으로 햇살을 듬뿍 받는다. 그렇게 듬직하게 자란 참나무는 가을이 오면 수많은 도토리들을 떨구고 청솔모와 다람쥐들은 뛰어다니며 식량을 모은다. 그들이 떨구고 퍼트린 수많은 도토리들이 숲의 이곳 저곳에서 자라고, 또 홀로 열심히 굴러가 뿌리 내린 도토리들도 싹을 틔워 참나무의 기세는 더욱 확장된다. 참나무의 낙엽은 풍부한 영양을 제공해 많은 식물이 자라고 산은 비옥한 토양으로 바뀐다. 이런 상태를 극상이라 부른다. 그러나 이런 좋은 날이 영원히 계속되는 건 아니다.

숲을 점령하고 점점 비대해진 참나무의 속은 풍부한 코르크층이 형성돼 텅텅 비게 된다. 이런 참나무 숲에 벼락이 떨어지거나 불이 나면 순식간에 타들어가 무너지고 만다. 숲은 이렇게 순환하며 생명력을 이어간다.

이는 지난 15일 도종환 문체부 장관이 취임 1주년을 맞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들려준 얘기다.

도 장관은 숲해설가 자격증을 따기 위해 교육을 받을 때 들은 얘기라며,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지역구 민주당원들에게 들려줄 거라고 했다.

그의 요지는 어느 한 쪽이 절대적으로 우세한 건 건강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견제 세력이 없는 권력은 부패한다는 교훈이기도 하다.

문체부의 지난 1년은 오욕과 혼란 속에서 시작됐다. 정권에 종노릇하며 문화예술인들을 검열하고 배제해온 과정을 청산하는게 과제였다. 국가적 대사인 평창동계올림픽 역시 정치적 혼란 속에 더딘 공사 진행과 티켓 판매 부진 등 수많은 난제가 쌓여 있었다. 그런 어려움을 하나하나 해결하고 넘어서면서 이제 한 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이런 과정에서 과거 정부 주도의 정책일변도에서 현장 문화예술인들과 일반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쪽으로 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다만 도 장관이 말한 비판적 견제 세력이 없다는 건 걱정거리다. 종래 이런 역할을 해온 문화단체들이 권력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오히려 정부가 이들의 눈치를 보는 일이 적잖다. 산불은 숲의 몰락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혁신의 기회라는 점은 진보와 보수 모두에게 해당된다.

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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