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ㆍ2위 제약사가 공동 개발하는 것은 처음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 어렵지만 성공시 혜택 많아
[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 희귀질환 치료제 개발을 위해 국내 최대 제약기업 두 곳이 손을 잡았다.
GC녹십자와 유한양행은 18일 희귀질환 치료제를 포함한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20일 밝혔다. 매출액 기준 국내 제약사 1위 유한양행과 2위 GC녹십자가 공동으로 의약품 연구개발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회사는 우선 차세대 경구용 고셔병 치료제를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했다. 고셔병은 효소 결핍으로 생기는 희귀 유전성 질환이다. 간과 비장 비대, 빈혈, 혈소판 감소 등을 일으킨다. 국내 환자 수는 70명 뿐이며 전 세계 환자 수도 6500명에 불과하다.
허은철 GC녹십자 사장(왼쪽)과 이정희 유한양행 사장이 희귀질환 치료제 공동 연구개발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
때문에 제약사로서는 시장성이 낮다는 판단으로 치료제 개발에 소극적이었다. 희귀질환은 환자 수가 극소수이고 치료제 개발은 힘들어 제약사가 상대적으로 큰 관심을 갖지 않는 영역이다. 현재 개발된 치료제는 희귀질환 전문 기업 사노피 젠자임의 ‘세라자임’과 ‘세레델가’ 정도다.
하지만 두 기업은 희귀질환 환자의 치료 환경 개선이라는 공통적인 가치 추구를 위해 공동 연구를 하기로 결정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양사간 협력 범위는 후보물질 도출부터 비임상 단계까지다. 복약 편의성을 높이고 뇌 증상에 대한 효능을 향상시킨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임상 개발과 적응증 확장 등은 추후 논의하기로 해 협력 범위가 커질 가능성도 있다.
한편 희귀질환 치료제는 개발이 어렵지만 개발 성공에 따른 보상도 적지 않은 분야다. 희귀질환 치료제는 바이오의약품이 대부분이다보니 대부분 약값이 고가다. 더구나 희귀질환 치료제라는 희소성 등으로 인해 미 FDA나 식약처 등 허가기관에서는 개발을 독려하기 위한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때문에 전 세계 제약 시장에서 앞으로도 꾸준히 성장이 예상되는 분야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제약산업 측면에서는 두 회사의 협력이 제약사와 바이오벤처간 짝짓기가 주를 이루던 ‘오픈 이노베이션’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리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 상황에서도 극히 드물던 거대 다국적제약사끼리의 공동 연구개발 사례가 최근 들어 늘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더 좋은 약 개발을 위해서는 협력 대상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허은철 GC녹십자 사장은 “양사가 각기 다른 연구개발 특색을 지니고 있어 상호 보완 작용의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그 동안에는 주로 큰 제약사와 작은 벤처간 공동연구가 많았는데 국내 1, 2위 제약사의 협력이라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크다”며 “앞으로도 규모와 상관없이 다양한 치료제 개발을 위해 손을 맞잡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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