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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한복판에 일제때 일본인 명의 건물 아직 638곳
-중구 전수조사 결과 실체없이 건축물대장ㆍ등기에 남아
-이달 현장 확인 착수, 결과 토대로 등기말소 등 정리 진행

[헤럴드경제=이진용 기자] 충무로에 있는 한 단층짜리 건물. 공장과 사무실로 쓰이는 이곳은 1979년 지어진 철근콘크리트 건물이다. 그런데 이곳의 건축물대장에는 1933년 일제강점기에 사용 승인된 일본인 소유의 목조주택도 같이 등재돼 있다. 사라진 지 오래지만 건축물대장에는 버젓이 살아있는 것이다.

서울 중구는 이처럼 실제와 달리 부동산 공적장부에 남아 있는 일제 잔재 청산에 나서고 있다. 건축물대장과 등기부등본 상 일본인 명의로 나타나는 관내 건축물을 전수 조사해 일괄 정리하겠다는 것이다.

구 토지관리과 관계자는 “서울 사대문 안에 위치한 중구는 이런 경우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일제 흔적을 지우고 행정정보의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최초 가옥대장이라 불렸던 건축물대장은 1962년 건축법 시행과 함께 도입됐다. 그리고 기존 등기를 연계해 기초자료를 구축했다. 등기는 일제가 1912년 한반도 지배와 수탈을 위해 들여오며 정착된 제도다.

그러다보니 건축법 시행 이전에 지어진 건물들은 소유권 변동, 철거 등 변화가 있어도 건축물대장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채 일제 당시의 데이터로 남았다.

현재 소유자는 평상 시 큰 제한이나 불편이 없다. 소유권 이전, 금융권 대출, 신축 등의 경우가 아니면 말소 절차도 번거로워 이를 정리하기 보다는 그대로 두는 경우가 많았다.

실제 2015년 이후 소유자 신청에 따라 일본인 명의 건축물대장과 등기를 말소한 것은 101건에 그쳤다. 결국 이런 사정들이 복합 작용돼 ‘일본인 소유 건축물’이란 허상이 현재까지 살아남은 것이다.

중구는 지난 4월부터 건축물대장에 올라 있는 모든 관내 건물 11만3509곳에서 일본인 명의 건물을 탐색했다. 이와 함께 등기부등본에서도 일본인 소유로 나오는 건물을 찾는 등 모두 638곳을 선별해 냈다.

분포를 보면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이 서울 중심부를 장악했던 역사의 단면을 엿볼 수 있다. 을지로와 충무로에 198곳으로 집중돼 있고 오장동 84곳, 묵정동 41곳으로 뒤를 이었다. 이 밖에도 예관동, 남대문로, 남창동 등 대부분 사대문 안에 모여 있다.

중구는 이달 안으로 일본인 명의 건물 638곳에 대한 현장조사에 착수한다. 내달까지 현장 확인과 항공사진 판독, 재산세 납부 여부 등으로 건축물 존재 유무를 가려낸다. 재개발지역, 도시정비구역 등에 있던 건물은 사라졌을 것으로 감안하면 현장조사를 통해 확인할 분량은 이보다 적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뒤에는 본격 청산작업에 나선다. 건물이 없는 경우 직권으로 건축물대장을 정리하고 법원에 등기말소를 의뢰한다. 등기에만 존재하는 건물은 소유자가 법원에 등기말소 신청을 하도록 안내할 예정이다. 구는 말소 신청을 한 소유자를 대상으로 촉탁의뢰 등 이후 절차를 무료 대행할 계획이다.

만약 건물이 실재하면 소유자, 권리관계 등을 파악해 바로 잡는다.

구 관계자는 “일제 강점 흔적이 지금까지 우리 실생활에 존재하는 것은 매우 불행한 일”이라며 “이번 기회에 의지를 갖고 잔재를 완전 청산할 때까지 정리 사업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jycaf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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