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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주열 “신흥국 불안 확산시 外人 순유출 가능성 염두”
“서든스톱 가능성 크지 않다” 판단
3.0% 성장경로 유지…국내외 면밀히 모니터링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사진>가 19일 신흥국 금융불안이 확산될 경우 우리나라에서 외국인 투자자금이 유출로 전환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 오찬간담회에서 “미국 연준(Fed)의 금리인상 속도가 다소 빨라질 것 같다는 예상이 나오고 있고 무역분쟁이 점점 더 확대돼 가는 문제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되면 취약한 일부 신흥국의 금융불안이 좀 더 확산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한다”고 우려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출입기자단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은행]

이어 “그렇게 되면 국내에서 외국인 자금의 유출입에도 분명히 영향을 줘서 지금까지 유입세였지만 그것이 유출로 바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나 양호한 대외건전성을 고려할 때 단기간에 대규모 자본유출이 발생하는 ‘서든스톱’이 발생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미국이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2차례 더 올릴 경우 한미 금리 격차가 100bp(1bp=0.01%포인트)까지 벌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금리차가 자본유출에 영향을 주는 하나의 요소는 분명하지만 그 외에 다른 요인이 상당히 영향을 준다”면서 확언을 피했다. 전날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을 현 수준에서 유지하면서 우리 경제의 대외충격에 대한 높은 복원력을 거론했다는 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 총재는 지금까지 주요국 통화정책 정상화에 따른 자본유출 우려에 대해 가능성이 낮다는 입장을 일관되게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미국 금리인상 가속화가 신흥국 금융불안과 맞물릴 경우 자금의 유입세가 유출로 전환될 가능성을 거론했다는 점에서 한은의 추가 금리인상 시점을 궁금해 하는 시장의 눈길을 끌고 있다.

앞서 이 총재는 지난 12일 한은 창립 68주년 창립기념사에서는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와 그에 따른 금융안정 상황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완화정도의 추가 조정 여부를 신중히 판단해 나가야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미국이 금리를 인상한 이후인 14일에는 취약 신흥국 금융불안 진행상황을 지켜보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계속 협의하겠다고 원론적 수준의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이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서는 “성장세가 잠재성장률 수준을 이어가고 물가상승률이 목표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하면 완화정도의 추가 조정이 필요할 것이라고 하는 입장을 여러 번 밝혔다”면서 “국내 경제상황을 다시 한 번 짚어보고 앞으로의 정책방향을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이 총재는 우리 경제의 대외여건과 관련해 미ㆍ중 무역갈등도 우려되는 점으로 꼽았다. 그는 “미국, 중국의 경제규모라든가 위상을 감안해 볼 때 이 두 국가 간의 무역갈등은 세계교역과 성장은 물론이거니와 우리 경제에도 작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그 추이를 주의 깊게 지켜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경제 성장과 물가는 4월에 내놓은 전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당시 한은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을 3.0%로 유지하고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6%로 제시했다. 고용의 경우 5월까지의 고용실적이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했다며, 금년 중 취업자수 증가규모는 4월 전망치인 26만명을 밑돌 것으로 봤다. 그는 한 달 동안 국내외 상황을 점검해 7월 수정 전망에 반영하겠다고 덧붙였다.

향후 금리가 오르면 저소득ㆍ저신용 가계의 어려움이 커져 정부의 소득주도 성장과 배치될 수 있다는 지적에는 “원론적으로 금융부채를 많이 갖고 있는 가계의 이자수지는 분명히 악화될 것”이라면서도 “통화정책은 근본적으로 거시경제 상황과 금융안정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운용한다”면서 소득분배 정책과 연관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잘라 말했다.

최근 들어 크게 오른 원/달러 환율에 대해서는 “최근 국제금융시장의 변동성, 불안정성이 높은 상황이기 때문에 이 같은 변화가 국내 금융ㆍ외환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지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면서도 “이 이상의 언급은 적절치 않다”고 말을 아꼈다.

sp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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