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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미연합훈련 중단 파장] UFG 군사연습 유예, 비핵화 위한 藥일까? 毒일까?
전문가들도 긍정·부정 의견 엇갈려

핵협상에서 북한이 내놓을 카드는 핵시설 폐쇄와 핵물질 폐기 같은 물리적 행동인 반면 미국의 카드는 제재 해제나 평화협정 등 관계정상화에 필요한 절차가 대부분이다. 한미 당국이 19일 결정한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은 북핵협상 과정에서 한미 당국이 취할 수 있는 당장의 ‘물리적 조치’로 꼽힌다.

한미 국방부가 19일 발표한 (을지)프리덤가디언(UFG) 군사연습 유예조치를 두고 전문가들의 시각은 두 갈래로 나뉘었다. 북미협상 과정에서 ‘신뢰구축’에 무게를 둔 전문가들은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를 감행한 만큼 한미훈련 중단은 상호 신뢰를 다질 수 있는 조치라고 분석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한미훈련 중단 결정은 연합군사훈련에 대한 북한의 적대감과 안전보장 요구를 고려한 조치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이로 인해 더욱 신속하게 비핵화를 진전시키지 않을 수 없게 됐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얻은 것 없이 양보만 했다는 주장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송민순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국민대 한반도미래연구원과 북한연구소가 공동주최한 ‘한반도 평화,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다’ 학술세미나 기조연설에서 “북한이 그동안 핵실험ㆍ미사일 발사 중지,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 등 몇 가지 행동을 해서 미국도 행동을 보여줘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북미협상의 ‘비핵화 구체화’ 과제에 주목한 전문가들은 한미훈련 중단이 북미간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부작용에 조심해야 한다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지냈던 위성락 서울대학교 정치외교학부 객원교수는 “지금 훈련을 중단해서 긍정적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면 좋지만, 재개를 했을 때 오게되는 부정적인 파장이 클 수 있다”며 “마냥 낙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2020년까지 완전한 비핵화를 말하고 있지만, 당장 한미훈련을 중단시킨 만큼 조만간 북한도 미국이 취하는 조치에 맞춰 비핵화와 관련된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정부는 만약에 상황이 악화될 경우 그 다음에 직면할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의 대북정책이 불확실한 만큼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과거 한미 당국이 중단했던 한미연합훈련을 재개하자 북핵위기가 발생했다. 지난 1992년 한미 군당국은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을 수용하자 팀스피리트 훈련을 중단했다. 당시 북한은 IAEA와 핵 안전조치 협정에 서명하고 90g의 플루토늄 보유와 7개의 핵시설을 신고했다. 그러나 IAEA는 북한이 신고한 것보다 훨씬 많은 10~14㎏의 무기급 플루토늄을 확보했다고 의심했다. IAEA는 오늘날 북한의 주요 핵시설단지인 영변지역에 대한 특별사찰을 요구했다. 하지만 북한이 영변지역을 군사시설이라고 거부하면서 북핵협상은 교착단계에 들어갔다. 그리고 1993년 한미 팀스피리트 훈련이 재개됐다.

한미가 팀스피리트 훈련을 재개하자 북한은 거세게 반발했다. IAEA의 특별사찰 요구는 거부한 채로 주한미군 기지의 사찰을 요구했다. 한국과 미국은 이를 거부했고, 북한은 1993년 3월 비확산체제(NPT) 탈퇴와 IAEA 안전조치 협정의 파기를 선언했다. 국제안보질서의 중추역할을 한 NPT 체제 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 이것이 빌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에 대한 ‘군사옵션’을 진지하게 고민한 이른바 ‘1차 북핵위기’가 발생한 배경이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UFG훈련 유예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진정성 있는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한반도 내 긴장감이 역대 최고조에 달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미 싱크탱크의 전문가는 “북미가 대화기조에 들어섰다고 해서 평화모멘텀이 지속되는 건 아니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이행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문재연 기자/munja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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