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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태극전사를 위한 변명
2006년 독일월드컵 때다. 기자는 월드컵 현장 취재기자였다. 평가전이 열렸던 스코틀랜드, 노르웨이를 거쳐 독일로 들어갔고, 현지에서 태극전사 경기를 취재했다. 2002년 4강신화를 썼기 때문일까. 독일월드컵에 대한 국민들의 성원은 대단했다. 박지성, 안정환, 조재진, 박주영 등 멤버도 괜찮았다. 하지만 한국은 16강 문턱을 못넘었다. 취재기자로서도 매우 아쉬운 결과였다.

당시를 돌아보면 이천수 선수가 기억에 남는다. 취재기자 사이에 가장 인기있는 선수였다. 뉴스메이커였기 때문이다. 이천수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졌다. 경기를 패하면 대부분 선수는 입을 다물었지만, 그는 자신의 생각을 거리낌없이 펼쳤다. 패인도 솔직히 공개했다. 감독의 전략전술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아마, 그가 선수시절 내내 구설수에 휘말렸던 것은 이런 기질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이 러시아월드컵 1차전에서 스웨덴에 0-1로 패했다. 남은 상대가 멕시코, 독일이라는 점에서 16강행은 암울해보인다.

다만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게 있다. 경기는 이길 수도, 질 수도 있지만 그 내용은 중요하다. 최소한 스웨덴전에서 우리가 알던 ‘태극전사’는 없었다. 빠른 발, 빠른 패스, 저돌적인 공격으로 90분 내내 죽어라 뛰던 특유의 태극전사 모습은 없었다. 몇몇 크로스 패스는 거의 동네축구 수준이었다. 월드컵 예선, 평가전, 본경기 중 이렇게까지 무력했었던 적은 없었다.

비판을 받아야 할 이는 당연히 신태용 감독이다. 감독이 준비했다던 ‘트릭’은 실체 불명이었고, 감독이 내세운 ‘깜짝’ 4-3-3 전술은 자물쇠 수비를 표방했지만 태극전사 장점인 기동력과 스피드를 갉아먹었다. 결국 90분 경기에서 유효슈팅 제로라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남겼다. 지더라도 화끈하게 졌다면, 아니 뭔가 시도라도 해보고 졌으면 이렇게까지 허탈하진 않았을 것이다.

물론 스웨덴전은 예선 3경기 중 한 경기였을 뿐이다. 공은 둥글다. 이번 예선전에서 이변은 속출했다. 우리와 같은 조 경기에서 막강 전차군단 독일은 멕시코에 패했고. 세계 최강 중 하나인 브라질은 스위스와 1:1로 비겼다. 축구 신계(神界)에 있다는 메시의 아르헨티나 역시 아이슬란드와 1:1로 무승부를 기록했다. 남은 멕시코, 독일전에서 희망은 있다는 말이다.

다만 이대론 가망이 없다. 태극전사가 지금부터 할 일은 자유로운 의사 개진을 통해 스웨덴전의 패인을 곱씹고, 이를 반복하지 않는 일이다. 필요하다면 제2의 이천수가 나와야 한다. 감독이 들으면 서운하겠지만, 16강 진출이 어려워진만큼 선수들의 고언을 종합해 궤도수정도 불사해야 한다.

독일월드컵 현장기자로서 어쭙잖은 의견 하나 표명하자면, 감독과 선수들이 착각하는 게 한가지 있다. 국민들이 승리만을 바란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 승리하면 더욱 좋겠지만, 국민들은 태극전사의 당당한 모습을 보길 원한다. 질때 지더라도 화끈하게 뛰는 축구, 가슴 펴고 세계최강 축구팀 중원과 골문을 누비는 축구, 찬스가 나면 망설임없이 뻥뻥 내지르는 축구를 보기 원하는 것이다.

스웨덴전 한 게임 졌다고 울지마라. 태극전사여. 16강 못가도 좋다. 태극전사 특유의 배짱과 당당한 몸놀림을 보여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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