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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궐련형 전자담배 유해 논란 재점화] 누구 말이 맞나? 전자담배族은 혼란스럽다
-식약처 분석 결과 맞서 PMI 임상시험 결과 발표
-“암 등 8개 신체 지표 개선…유해물질 노출 95%↓”
- 전문가들 “인체 미치는 악영향 줄었다 볼수없어”


[헤럴드경제=신상윤 기자]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다시 재점화됐다. 지난 7일 보건당국은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분석을 통해 “일반 담배와 마찬가지로 유해물질이 나와 몸에 해롭다”고 결론내렸다. 이는 흡연자 사이에서 인식돼 온 ‘덜 해로운 담배’라는 이미지를 뒤집은 것이다.

하지만 궐련형 전자담배 국내 매출 1위 ‘아이코스’ 제조업체인 한국필립모리스의 모기업 필립모리스인터내텨널(PMI)은 지난 18일 ‘아이코스’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 인체에 대한 위해성 감소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보건당국의 분석 결과를 바로 반박한 것이다. 양측에서 부딪히는 쟁점은 크게 두 가지다. 유해물질(발암물질)과 타르에 대한 해석 차이다.

[사진=궐련형 전자담배 위해성 여부가 다시 논란이 되면서 전자담배 흡연자들은 과연 누구 말이 맞는지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사진은 전자담배 이미지.]

“타르 함량 많으면 다른 유해물질 있을 수도” vs “수분이 타르로 둔갑”=식품의약품안전처는 ‘궐련형 전자담배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 “세계보건기구(WHO) 등 외국 연구 자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때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담배보다 덜 유해하다는 근거는 없다”고 했다. 담배의 유해성은 흡연 기간, 흡연량 뿐 아니라 횟수, 깊이 등 흡연 습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유해성분 함유량만으로 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보다 덜 해롭지 않다는 것이다.

식약처는 근거로 벤젠, 벤조피렌, 포름알데히드와 담배에서만 특이하게 검출되는 니트로소노르니코틴, 니트로소메틸아미노피리딜부타돈 등 국제암연구소(IARC)가 규정한 1급 발암물질이 5개나 나왔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그러나 PMI는 최근 6개월간 미국에서 성인 흡연자 984명(일단 담배 흡연자 488명ㆍ‘아이코스’로 바군 흡연자 496명)을 대상으로 심혈관 질환, 암, 호흡기 질환 등 8가지 주요 질환에 대한 임상시험을 한 결과 ‘아이코스’ 전환자들은 계속 흡연한 사람들과 비교해 각종 신체 지표가 개선되는 등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3개월간 유해물질의 인체 노출에 대해 연구한 결과 ‘아이코스’ 전환자들의 경우 15개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이 금연자의 95% 수준으로 대폭 감소했다고 PMI는 설명했다.

타르를 바라보는 관점에 대해서도 식약처와 PMI의 의견은 갈렸다. 식약처는 궐련형 전자담배 3개 제품(글로ㆍ릴ㆍ아이코스, 가나다순)에서 일반 담배와 다름없는 양의 니코틴과 타르가 검출됐다고 밝혔다. 특히 ‘아이코스’의 타르 평균 함유량은 개비당 9.3㎎으로, 함유량이 가장 낮았던 일반담배(개비당 0.1㎎)의 93배나 됐다.

타르는 담배에서 배출되는 입자상 물질에서 니코틴과 수분을 제외한 나머지 유해물질의 복합체를 말한다. 식약처 관계자는 “타르가 더 많이 나왔다는 것은 일반담배와는 다른 유해물질을 포함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러나 PMI는 ‘아이코스’ 사용자에 대한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하면서 식약처의 타르 무게 측정 방식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증기는 수분량이 80%가 넘어 정확한 수분량 측정이 매우 중요하지만, 이를 제대로 보완하지 않아 수분이 타르 수치로 둔갑할 가능성이 높다고 PMI는 주장했다.

PMI 관계자는 “WHO는 타르에 대해 ‘타르는 담배 규제에 대한 확실한 근거가 아니기 때문에 측정할 필요가 없으며, 타르 수치는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고 분명한 입장을 밝혀 왔다”며 “타르 수치는 잔여물의 단순 무게이므로 독성물질과 그렇지 않은 잔여물이 어떻게 구성돼 있는지를 보여주지 못한다”고 말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 혼란 이어질 전망=“궐련형 전자담배가 일반 담배에 비해 덜 해롭지 않다”고 결론내린 식약처에 맞서 PMI가 “위해성이 줄었다”고 반박함에 따라,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들의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마누엘 피취 PMI 과학연구 최고책임자는 자체 임상시험 결과에 대해 “지금까지 아이코스 배출 성분에서 추가 위험 요소를 발견하지 못했다”며 “일반 담배에 비해 새로운 리스크가 발견되지 않았고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6개월간의 임상연구 기간이 짧다’는 의혹을 반박했다.

그러나 관련 전문가들은 PMI의 이번 임상시험 결과를 반박하고 있다. 이해당사자가 직접 시행한 연구 결과이기 때문에 객관성이 확보됐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성규 한국건강증진개발원 국가금연지원센터장은 “중장기적으로 봐야 할 궐련형 전자담배의 신체 유해성 여부를 6개월 임상으로 검증할 수는 없다”며 “유해물질이 줄어들었다고 일반 담배보다 더 안전하다고 할 수 없고,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이 줄어들었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은 관련 학계에서도 인정된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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