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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삼바의 교훈, 때론 우리에게 필요한 ‘욕망 패싱’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이슈가 연일 뜨겁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 회계 사안을 다루는 금융당국의 회의가 있을 때마다 포털에는 관련 기사가 주요 기사로 올라온다. 언론에서도 이 과정을 지속적으로 지면에서 다루고 있다. 아직 결론이 나오지 않은 상황임에도 말이다. 그만큼 관심이 크다는 방증일 것이다.

그렇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삼성’과 ‘바이오’라는 두 매력적인 단어의 조합만으로 누구나 한 번쯤 눈길을 보낼 만한 대상이다.

특히 삼성이 5대 신수종사업의 하나로 바이오를 지목하고 2011년 설립한 삼성바이오로직스였기에 투자자들의 관심은 매우 높았다. 실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설립 5년 뒤인 2016년 코스피 상장을 앞두고 그 해 IPO(기업공개) 최대어로 꼽히기도 했다.

실제 상장 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가는 연일 상승세를 이어갔다. 올해 4월 초에는 58만원까지 올라갔다. 시가총액은 코스피 3위까지 랭크되기도 했다. 기관 투자자 뿐만 아니라 많은 개미 투자자들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뛰어들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는 약 8만명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5월 초 금융감독원의 특별 감리 결과가 나오면서 상황은 바뀌었다. 금감원은 지난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종속회사였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해 에피스의 4조8000억원에 이르는 가치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장부에 반영한 것이 고의적인 분식회계라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 소식에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60만원을 넘보던 주가는 40만원 초반대에 머물고 있다. 많은 투자자들이 손해를 봤음은 당연하다.

아직 증권선물위원회의 최종 결론이 남아있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날개가 꺾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다. 무혐의로 결론 나더라도 예전처럼 고공행진을 이어가기는 어려울 것이다.

여기서 생각해 볼 점이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고의적인 분식 회계를 했느냐 하지 않았느냐를 떠나 우리는 ‘삼성’과 ‘바이오’라는 유혹에 이끌려 무작정 욕심을 쫓아만 간 것은 아닌지 말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가 일각에선 ‘이유없는 고공행진’ 평가를 받은 것을 감안하면, 상당수 투자자들은 객관적 분석 없이 무조건 장밋빛 미래로 여겨 앞뒤 재지 않고 뛰어든 부나방은 아니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래 가치에 대한 분석이나 이성적인 판단없이 ‘삼성이니까, 바이오주가 뜨니까 나도 재미 좀 보자’는 욕심이 앞섰던건 아니었느냐는 것이다.

이런 욕망 추구가 비단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에서만 발생한 것은 아니다. 올해 초 광풍이 일었던 가상화폐 투자는 어떤가. 당시 기자 주변의 많은 사람이 가상화폐 투자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그들 중 가상화폐가 어떤 방식으로 이익을 내고 분배가 되는지 정확한 시스템을 알고 투자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다. “주변에서 재미 좀 봤다는 사람이 많길래…”라며 묻지마 투자를 했던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욕망이란 이름으로’ 있었던 일은 삼성증권 배당 사고에서도 마찬가지다. 주식 전문가라는 내부 직원들이 잘못된 일인 줄 알면서도 유령 주식을 판 행동은 눈 앞의 탐욕에 눈이 멀어 감성이 이성을 지배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미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경제ㆍ심리 석학 ‘피터 우벨’은 ‘욕망의 경제학’에서 “자유로운 자본주의 국가에서 사는 것은 분명 행운이다. 자유는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목표를 추구할 수 있도록 만든다. 자유 덕분에 우리는 어떤 직업을 가질지, 누구와 결혼할지, 몇 명의 아이를 낳을지 심지어 어떤 샴푸를 살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 문제는 선택의 자유에는 ‘나쁜 선택을 할 자유’도 포함돼 있다는 점이다”고 말하고 있다.

인간이 욕망을 쫓는건 당연한 본능이자 자유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쫓는 행위는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며 잘못된 것도 아니다. 하지만 지나친 ‘욕망 팔로잉’은 때론 나쁜 선택으로 인해 비극을 가져오기도 한다. 때론 거부하기 힘든 욕망도 ‘패싱’할 수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이번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가 우리에게 안겨주는 교훈은 이런 것이 아닐까.

iks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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