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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궐련형 전자담배, 타인에게 안전한가요
지난해 중반부터 종종 봐 왔던 모습이다. 평소 담배를 피는 친구, 동료, 선후배 중 대다수는 술자리에서 몇 순배 술이 돌아 얼큰해지면 흡연을 위해 바깥을 나가지 않았다. 그들은 한곁같이 일반 담배를 버리고 제품명이 각각 ‘G’, ‘I‘, ‘L’(알파벳순)로 시작되는 궐련형 전자담배로 갈아탔다고 입을 모았다. 대놓고 실내에서 IT(정보통신) 기기 같은 ‘신형 곰방대’를 꺼내 끽연도 즐겼다. 이야기꽃을 자르기 어렵거나, 술기운 탓에 밖에 나가기 귀찮다는 핑계도 한몫했을 것이다.

이들과 자리를 함께하면 늘 찌는 옥수수향 같은 시큼한 냄새가 느껴졌다. 그 냄새의 원인이 궐련형 전자담배라는 것은 그 자리에 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었다. 솔직히 ‘냄새’가 적잖이 신경 쓰였다. ‘냄새가 몸에 안좋은 영향을 끼치지는 않을까’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럴 때마다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들은 행여 미심쩍어하는 기자 같은 일행을 위해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 담배보다 타르 등 유해물질 함량이 90%가량 낮다”는 담배회사의 홍보 문구를 앵무새처럼 반복했다.

어떤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는 “서재처럼 혼자 쓰는 방이나 아파트 베란다, 화장실 등에서 피워도 냄새가 안 나더라. 가족들도 모르더라”는 이야기를 마치 무용담마냥 덧붙이기도 했다.

‘안전하다’고 그렇게 강조했던 그들은 어쩌면 비흡연자들에게 거짓말을 한 지도 모르는 상황이 돼 버렸다. 지난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궐련형 전자담배 분석 결과‘를 발표하면서부터다. 당시 브리핑에서 임민경 국제암대학원대 암관리학과 교수(국립암센터 암예방사업부장)는 “이미 궐련형 전자담배의 배출물에서 발암물질과 유해 화학물질이 발견됐다”며 “냄새가 좀 덜 나기 때문에 간접흡연 노출 위해가 없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는데 그것 역시 아니다”고 했다. 그는 나아가 “유해물질이 발견됐으면 간접흡연의 위해는 있다고 생각된다”고 했다.

궐련형 전자담배 사용자들에게는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일 것이다. 그들을 더 곤혹스럽게 하는 것은 가족 등 소중한 사람의 건강을 해치게 했을지도 모른다는 자괴감일 것이다. 서울에 사는 한 30대 가장은 “대놓고 피운 궐련형 전자담배 탓에 혹시 아내나 아이들이 간접흡연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걱정된다”고 털어놨다.

국내에서 처음 시행된 시험이고, 식약처도 일반담배에 적용되는 분석법을 적용했기에 논란의 여지는 있다. 담배업체들도 “궐련형 전자담배는 일반담배와 달리 생연기(부류연)가 나오지 않는다”며 “자체 시험 결과에서도 실내 공기 오염 영향이 거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어찌 됐든 거리 풍경은 다시 바뀌었다. 14일 오전 서울 시내의 한 빌딩 앞, 40대 남성이 자연스럽게 궐련형 전자담배를 꺼내 피우니 빌딩에서 나오던 여성이 바로 얼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린다. 간접흡연에 대한 걱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는 사람을 비판하고 싶지는 않다. 식약처 분석 결과가 맞다면, 그들 역시 담배업체 홍보에 속은 피해자다. 다만 분명한 것은 일반담배를 피우든, 궐련형 전자담배를 피우든 간접흡연자에 대한 배려는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논란은 하루빨리 정리돼야 한다. 

k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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