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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미회담] 6자->3자로… 문재인, 운전석 외교 ‘코어’부터 달랐다
- 과거 실패 ‘6자회담’ 버리고 ‘3자회담’으로 선회… 신의 한수
- 6국 이해 관계 각기 달라 의견 조율 어려워… 남북 먼저 북미 이후 순서
- 평창 계기로 만들어낸 한반도 긴장완화… 체제보장-비핵화 빅딜은 여전히 난관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 역사적인 첫 6·12 북미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평화에 일대 전기가 마련된 가운데 남북미 3각 정상외교가 재조명되고 있다.

지난 70년간 쌓였던 적대와 불신의 한반도가 화해 무드로 진입한 배경에는 한반도 문제의 핵심 당사국 정상인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숨 가쁜 교차 정상 외교가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와 달리 이번 한반도 평화무드 재개에는 문 대통령의 ‘과거 학습경험’이 크게 자리하고 있다. 남북 사이만 좋아져서는 결국 미국과의 입장차이 때문에 한미 갈등으로 이어졌고, 이는 곧 남남갈등의 단초로 귀결되곤 했기 때문이다. ‘미국에 할말은 하겠다’고 하던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결국 고심 끝에 이라크 파병을 수락한 것도 악화된 한미 관계 복원을 위해서였다는 것은 공지의 사실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의 문제는 우리가 주체’라는 확고한 신념 하에 여기에 미국을 끼워 넣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축으로 한 남북미로 현재의 한반도 평화 모드를 구축해냈다. 단 한차례의 북미회담으로 모든 것을 해결키는 어렵지만, 추가적으로 있을 북미회담 또는 후속 회담 등은 남북미가 주축이 될 공산이 크다.

주체를 남북미로 단순화 한것은 일의 진척 속도를 빠르게 하는 효과를 빚어 낸다. 한반도를 둘러싼 한미일 동맹과 북중러 동맹의 갈등은 개별 국가마다 처한 입장이 모두 달라 조율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다. 현재에도 일본은 북한에 ‘납치자 문제’를 꾸준히 제기하고 있으며, 한일 사이엔 ‘위안부 문제’라는 치열한 역사 문제가 놓여있다.









미국과 중국 역시 녹록치 않은 관계자. 태평양을 향하는 중국의 세확장 의지는 지정학적으로는 북한을 기세의 정점으로 하고 있는데, 미국은 이에 대해 마뜩치 않은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26일 북미회담 취소를 발표하면서 ‘김정은이 시진핑을 만난 뒤 태도가 달라졌다’는 불만을 쏟아낸 것도 중국에 대한 견제 의지를 재확인 한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북미회담 전 두차례나 사전 예고 없이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을 만난 바 있다.

현재의 한반도 평화모드 재설정에 과거와 같은 6자회담 틀이 다시 원용됐을 경우엔 현재처럼 빠르게 남북회담과 북미회담이 진척되기 어려웠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시간 순으로 따져보면 현재의 상황은 1년전에는 상상도 하기 힘들다. 문 대통령 취임 이후 1년여만에 한반도 상황은 ‘무엇을 상상하든 상상이상’ 상태가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

한반도에 화해의 꽃망울이 맺힌 것은 올해 1월 평창동계올림픽의 북한 참가 결정이 결정적 계기였다. 북한의 평창올림픽 참가 기회를 잡은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4일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통화에서 한미연합군사훈련 연기라는 초유의 합의를 이루면서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여정을 향한 정상외교의 서막을 열었다. 남북관계를 우선한 노무현 정부였다면 한미관계 우려와 안보불안 우려가 동시에 터져나왔겠지만, 한미 정상 사이 한미연합훈련 연기를 전격적으로 합의하면서 과거와 같은 남남갈등은 불거지지 않았다.

여기에 돈을 중시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장사꾼’ 마인드와, 문 대통령의 ‘올림픽은 평화’라는 이미지를 각인 시킨 것도 한반도 내 긴장 완화에 큰 역할을 했다.







평창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남북미 간의 숨막히는 정상외교 무대가 이어졌다. 북미정상회담이 현실화하기까지 약 5개월 반, 정확히 160일 동안 ‘남북(4·27)→한미(5·23)→남북(5·26)→북미(6·12)’ 순으로 정상회담만 네 차례 열렸다. 이 기간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무려 열 번의 통화를 했다. 보름에 한 번꼴로,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17차례 통화한 점을 돌아보면 올해 북한의 화해 제스처 이후 통화가 집중됐다. 다시 말해 한미 두 정상이 북한의 올림픽 참가로 다가온 기회를 잡기 위해 얼마나 소통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남북미 정상외교의 변화된 양상도 주목할 만하다. 실무진 간 협의를 거쳐 잘 짜인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전통적인 의미의 정상 간 소통을 넘어서 갈등 단계에서부터 직접 정상이 나서 이견을 조율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 두드러졌다. 남북관계 개선의 의미도 있었지만 궁극적으로 북미정상회담 성사 분위기를 조성하고자 4·27 남북정상회담이 열렸고, 동력을 잇기 위해 한 달도 안 돼 한미정상이 만났다. 북한의 대미 비난으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이 무산 위기에 처하자 남북 정상이 비밀리에 만나 타개책을 모색, 역사적인 북미 정상 간 대좌를 성사시켰다.

남북정상회담이 두 번이나 열리는 등 어느 때보다 끈끈한 관계를 구축했지만 한미정상 간 공조도 흔들림 없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특사 파견, 남북정상회담 직후, 북한의 대미 비난 등 주요 이슈가 있거나 고비마다 서로를 찾았고, 특히 북미정상회담 전날과 당일에도 통화하며 공조를 과시했다.

남북미 정상이 그간 보지 못한 소통 방식을 거쳐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키고 비핵화와 체제 보장에 대한 원칙적인 합의를 끌어내는 데 성공했지만, 항구적인 한반도 평화를 위한 ‘진짜’ 여정은 이제부터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13일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했으니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핵화와 체제 보장이라는 원칙에 북미가 합의하며 한반도 평화 여정의 첫발을 떼긴 했지만 이를 구체화하는 방안은 물론 타임테이블을 짜야 하는 험난한 과정이 남아 있어서다. 북미 정상 성명에 이런 내용이 전혀 포함되지 않은 것은 이를 둘러싼 북미 간 간극이 얼마나 큰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북미는 기존 북한의 핵무기와 핵연료봉을 어떻게 처리할지,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그 기술을 어떤 방식으로 무력화할지, 북한 체제를 어떻게 보장할지를 놓고 치열한 기 싸움을 벌여야 한다.

원칙적 합의 과정이 1라운드였다면 CVID와 CVIG(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체제 보장)의 맞교환을 놓고 벌어질 2라운드가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지금까지 협상가이자 중재자로서의 면모를 각인하며 북미정상회담을 이끈 문 대통령의 역할이 더 많이 요구되는 지점인 동시에 남북미 정상 간 더욱 긴밀한 소통과 담대한 결단이 필요한 국면이 다가오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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