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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기업 氣 좀 올려줄 수 없나”
“시장에서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기업이다. 정부의 일자리 창출 노력은 어디까지나 보완적 역할에 그쳐야 한다.”

지난 7일 열린 ‘2018 헤경 氣UP포럼’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박승 전 한국은행 총재는 문재인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을 한마디로 “실망적”이라고 평가했다. 정부가 청와대 집무실에 ‘일자리 상황판’을 만들고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최저임금 인상과 보조금 지급 등 일련의 정책을 펴는 동안 오히려 노동시장은 경직돼가는 상황을 비판하며 ‘시장’의 자유로운 역할을 강조했다.

박 전 총재는 “대기업 호황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투자와 고용을 늘리지 않는 기업들이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며 기업이 투자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동개혁과 규제개혁 등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포럼에 참석한 정재계와 학계 인사들의 목소리는 “기업의 기를 살려야 한다”로 모아졌다.

투자와 고용, 경제성장의 선순환고리를 창출하는 기업의 역할이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가득했다.

최근 기업들은 거세지는 주변국들의 통상 갈등 속에 수출 경쟁력을 위협받는 것은 물론, 반(反)기업정서와 각종 규제로 국내 경영환경마저 위축되고 있다. 한마디로 ‘내우외환’의 상태다.

이날 나온 연사들은 이런 상황이 장기화할 것을 우려했다.

철강에 이어 자동차 등으로 확산되는 무역 압박이 지속되면 한국 경제를 이끌어온 대기업의 경쟁력은 크게 무뎌질 수 있다. 잔뜩 움츠러든 기업들의 ‘기력 없는’ 모습이 계속된다면 자칫 국가 경제력까지 기로에 놓이게 될 것이란 불안감도 상당했다.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중심 새 판 짜기 조치가 당분간 이어지며 G2(미ㆍ중)의 갈등이 지속될 것”이라며 “미중이 통상 문제를 놓고 봉합과 갈등을 반복하며 상호경계 관계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민ㆍ관의 대응 역량 강화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기업들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국민경제 차원에서는 생산 감소와 일자리 감소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으로 노동시장이 격변하는 가운데 정부의 획일적인 노동정책에 대해서도 설전이 오갔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정부의 노동정책은 적벽대전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했다.

비정규직을 대기업이 직접 고용하고, 아웃소싱을 없애 대기업 자회사화하는 일련의 조치들을 조조의 100만 대군이 연환계에 넘어가 배를 모두 쇠사슬로 연결해 화공에 취약해진 상황에 빗대 비판했다.

기업들은 미약하게나마 시동이 걸린 ‘혁신성장’ 기조를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문 정부가 경제정책 3대 과제로 제시했던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 중 기업 활동을 장려하는 혁신성장 부문만은 유명무실했다는 비판도 적잖았다.

김동연 경제부총리는 지난 8일 ‘혁신성장 간담회’를 신설, 관계장관들과 회의를 가졌다. 부총리 주재로 경제 관련 장관들이 갖는 회의는 경제관계장관회의와 산업경쟁력강화 관계장관회의, 대외경제장관회의, 경제현안간담회 등 4개였지만 혁신성장간담회까지 5개로 늘어났다. 김 부총리가 전담해 혁신성장을 챙기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헤경 氣UP포럼’에서 축사를 맡은 김 부총리는 “현명한 사람들은 다리를 만들고, 어리석은 사람은 벽을 만든다. 사람과 사람, 계층과 계층, 정부와 민간을 연결하는 다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기업포럼에서의 이야기들이) 중요한 다리가 되어 기업의 기를 살리고 정부 정책에 도움이 되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 부총리의 언급이 꼭 실현됐으면 하는 것이 이날 참석한 기업인들의 한결같은 바람이었다.

jin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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