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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래식이 지루하다고? 천만에!
“클래식은 왜 이리 긴가요?”, “클래식 감상은 고상한 취미 같아요”, “클래식 음악은 사전지식 없이는 듣기 힘든 거 같아요”…

평소에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받는다. 그럴 때면 나는 몇 개의 유투브 영상을 보여준다. ‘왕벌의 비행’을 현란하게 연주하는 영상이나 호로비츠가 편곡한 ‘결혼행진곡’, 쇼스타코비치의 ‘재즈왈츠’ 같은 음악을 들려주면 대부분 비슷한 반응을 보인다. “이런 음악들은 듣기 괜찮네요”

클래식 음악에도 대중적인 느낌의 곡들이 무궁무진하다. 다만 길고 복잡하고 지루한 일부 교향곡이나 협주곡들 때문에 클래식에 대한 선입견을 갖게 된다. 많은 음악가들과 해설가들조차도 교향곡과 협주곡 등을 대중들에게 알리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나 길고 철학적인 곡보다는 영화나 드라마, CF에서 흐르는 귀에 익숙한 곡들이 더 좋게 느껴지기 마련이다. 

2018년 조성진-베를린필하모닉 한국 협연 [제공=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현재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페이스북 ‘클래식에 미치다’는 그런 대중의 니즈에 부합하는 서비스다. 귀에 익숙하거나 단번에 귀를 사로잡을 선율의 영상을 업로드하고, 모든 음악을 2-5분 안으로 짧게 편집한다. 일종의 클래식 큐레이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는 클래식을 제대로 감상하는 방법이 아니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 과정을 통해 클래식에 익숙하게 만드는 것이 ‘클래식에 미치다’의 목적이다.

맛없는 비싼 와인을 억지로 먹이는 것보다 값싸더라도 달콤한 와인으로 먼저 시작하는 것이 와인의 세계에 쉽게 입문하는 방법일 수도 있다. ‘클래식에 미치다’가 어느덧 30만 명의 팔로워를 바라보고 있다는 것이 그 증거라 생각한다. 무엇보다 지휘자인 나조차도 어렸을 적부터 차이코프스키의 발레음악 같은 귀에 익숙하고 쉬운 음악으로 시작했다.

클래식 작곡가라고 깊이 있고 긴 곡만 쓰는 것은 아니다. 가볍게 들을 수 있는 짧은 대중적인 곡들도 많다. 베토벤의 ‘엘리제를 위하여’나 브람스의 ‘헝가리 무곡’, 드뷔시의 ‘달빛’ 같은 곡들이 그 예다. 이런 곡들의 매력은 생각하지 않고 들리는 대로 감상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예시를 든 곳들 외에도 이렇게 대중적인 곡들이 상당히 많다. 클래식 연주자들 조차도 모두 알 수 없을 정도로. (그래도 처음부터 무거운 교향곡부터 들어야 클래식을 공부하는 것 같다면, 들어도 좋다. 다만 사전지식을 찾는 ‘학습’이라는 수고는 필수다.)

긴 교향곡임에도 귀에 착 감기는 아름다운 선율 때문에 대중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있는 곡을 꼽으라면 차이코프스키의 교향곡 6번 ‘비창’을 들 수 있다. 안타깝게도 이 곡에 대한 정보는 많지 않다. 차이코프스키는 교향곡 6번 초연 이후에 ‘이 곡은 영원히 수수께끼로 남을 것’이라는 말만 남기고 며칠 후에 사망했다. 차이코프스키의 생애를 통해 곡의 의미를 해석해볼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해석일 뿐이다. 결국 개인의 경험과 감정을 통해 상상하며 감상할 수밖에 없다.

클래식이 매력적인 이유는 작곡가의 의도가 어떠하든 자유롭게 상상하며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감상자에게 감수성과 상상력이 있다면 처음부터 무거운 곡부터 듣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 다만 지식보다 ‘팔에 먼저 소름이 돋는 것’이 중요하다. 아는 것보다 진정으로 느낄 줄 아는 것이 예술을 향한 진정한 첫걸음이니까.
 
글=안두현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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