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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최영진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지방선거, 분할투표가 답이다.
6ㆍ13 지방선거가 보름도 남지 않았지만 분위기는 뜨뜻미지근하다. 반전(反轉)에 반전을 거듭하는 북미정상회담의 롤러코스터에 정신을 빼앗긴 탓도 있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압도적인 분위기에 흥행이 살아나지 않는 이유도 있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전국 17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대구와 경북, 제주를 제외한 14개 지역에서 민주당의 승리가 예견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는 여전히 70% 대를 유지하고 있고, 민주당 지지도도 50%를 넘어선지 오래다. 이에 비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의 지지도는 10% 후반대로 떨어졌다. 홍준표 대표의 언행으로 봐서 크게 오를 것 같지도 않다. 다른 야당들도 기껏해야 5%대를 넘나들고 있다. 여당의 압승은 따 놓은 당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청와대 입장에서 지방선거에서의 압승은 매우 중요하다. 집권 2년차의 국정주도력을 살릴 수 있다. 집권 2년차만 되면 악재가 발생해서 대통령 지지도가 하락하는 ‘2년차 증후군(Sophomore Syndrome)’을 사전에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41%의 득표율로 집권한 문재인 정부가 80%의 국민이 지지하는 정부로 거듭나게 될 것이다. 대통령이 추진하는 각종 정책들도 탄력을 받을 것이다. 안정적 국정운영의 기반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결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여당의 압승이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의 민주당의 일당독점을 의미한다면, 지방자치의 미래를 위해 꼭 좋은 일은 아니다. 지방정치는 중앙정치와 달리 사회적 견제나 감시가 빈약하다. 지역정당체제의 고착으로 국회의원과 지방단체장, 지방의회를 특정 정당이 독점하는 지역이 대부분이다. 지방정치의 일당독점구조이다. 이런 구조에서 정치적 견제나 감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다 보니 지방단체장의 권력은 절대적이다. 지방의원들이 오히려 단체장 눈치를 봐야 한다. 자기 동네에 조금이라도 더 많은 예산을 배정받으려면 단체장에게 잘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단체장과 지방의회 간의 담합을 막을 수 없다.

이런 상황이라면 자의적 권력행사나 불법·비리는 피하기 어렵다.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경구가 딱 들어맞는다. 이번에 교체되는 민선 6기 지방단체장 가운데 금품수수와 선거법 위반 등으로 재판을 받거나 사법 처리된 사람만 50여명이다. 전체 자치단체장 245명 중 20%가 넘는 숫자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불법과 비리 또한 심각한 수준이다. 어제 오늘의 얘기는 아니다. 사실 좀 나아진 게 이 정도다.

우리 유권자들이 이런 상황을 막고자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다행히 그리 어렵지 않은 방법이 있다. ‘분할투표’를 하면 된다. 지방단체장에 A당 후보를 선택했으면, 지방의회는 B당이나 C당을 찍는 것이다. 광역과 기초단체, 의회, 그리고 교육감까지 5명을 선택해야 할 유권자들이지만 그리 어렵지 않은 일이다. 우선 지방단체장 선거는 지역민심에 따라 갈 것이기 때문에 편하게 투표하면 된다. 그 다음, 지방의회 의원에는 단체장과 다른 정당 후보를 찍으면 된다. 단체장과 지방의회가 다른 정당이 지배하도록 함으로써 이들 간의 견제와 감시가 가능한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유권자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지방의회다. 지방의회의 여야구조를 바꾸어야 지방단체장을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다. 결국 지방정치에서 여야(與野) 간의 경쟁구조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그래야 제왕적 지방단체장의 자의적 권한행사를 견제할 수 있고, 지방의회 내부의 책임성과 민감성도 키울 수 있다.

궁극적으로 가장 좋은 구조는 ‘3당 경쟁체제’라 생각한다. 지방정치에서 여야 간의 배타적 경쟁을 피할 수 없다면, 3당의 존재는 정치적 다양성과 타협의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 사실 지난 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우리 유권자들이 보여주었던 환상적인 결과 역시 분할투표의 결과였다.

투표는 유권자 개인의 선호를 반영하는 개인적 선택이다. 하지만 현명한 유권자라면 자신의 선택이 가져올 구조적 결과를 감안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특정 정당만 고집하면 일당독점구조를 가져올 뿐이다. 좀 더 깨끗하고 유능한 지방자치를 원한다면, 이번에도 분할투표로 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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