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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일 안하는 국회’ 부끄럽다는 정세균 의장 퇴임소회
임기를 마치는 정세균 국회의장이 우리 국회와 정치권에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한마디로 국회가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요지다. 대표적인 예로 정 의장은 개헌 문제를 들었다. 그는 국회가 개헌특위를 가동한지 1년 반이나 됐는데 개헌안 하나도 만들어내지 못한 것은 ‘부끄러운 성적표’라고 지적했다. 100번 가까운 회의를 열었지만 여야 가릴 것 없이 당리당략에 매몰돼 한 줄의 합의점도 도출하지 못했으니 그런 평가를 들어 마땅하다.

국회가 일을 하지 않는 것이 구조적인 문제라는 정 의장의 지적도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대목이다. 정 의장은 “국회의원은 입법활동이 1번인데, 선후가 바뀌어 지역구가 1번, 정당이 2번, 입법은 3번”이라고 꼬집어 말했다. 국회는 입법기관이고 활발한 입법활동이 무엇보다 중요한 국회의원의 본분이다. 그런데 이를 망각하고 있다는 얘기다. 민생 입법은 뒷전이고 그 보다 자신의 정치적 입지를 넓히고 정치 생명을 늘리기에만 급급한다는 의미가 행간에 담긴 셈이다. 이같은 국회의 관행과 문화가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정 의장의 장탄식은 국민이면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국회의원의 도덕 불감증에 대한 질타는 자괴감이 들 정도다. 국회는 최근 피감기관의 지원을 받는 국회의원 해외 출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했다. 금융감독원장 취임 직후 낙마한 ‘김기식 사태’에 대한 후속조치다. 정 의장은 당시 상황과 관련해 “조사결과 피감기관 지원으로 해외출장을 간 건수가 그렇게 많은 것에 경악했다”고 털어놓았다. ‘제 2, 제 3의 김기식’이 한 두명이 아니었던다는 얘기로 들린다. 오죽하면 정 의장이 “등잔 밑이 이렇게 어두울줄 몰랐다”며 자신을 탓했을까.

평 의원으로 돌아가는 정 의장의 소회속에 우리 국회의 현주소가 오롯이 들어있다. 하긴 정 의장이 던진 쓴소리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회의원에게 최저임금제를 적용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이 밀물처럼 밀려들 정도로 일을 하지 않는 게 우리 국회다. 국민보다는 당 지도부의 눈치를 먼저 봐야 하고, 도덕성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마침 오늘(29일) 국회는 개원 70주년을 맞는 기념식을 가졌다. 70성상을 보내는 동안 국력과 국민의식은 놀라운 발전을 거듭해 왔다. 하지만 국회와 정치는 ‘3류’ 평가를 여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선진국 문 앞까지 왔지만 선진국 소리를 듣지 못하는 것은 ‘3류 정치’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 우리 정치권과 국회도 이젠 달라져야 할 때가 됐다. 정 의장의 쓴소리가 기폭제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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