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굴곡진 현대사, 침묵으로 말하다…황영성 ‘소의 침묵’
현대화랑, 5월 27일까지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소는 작가의 모습이라고 보면 됩니다. 또 우리의 모습이기도 하지요”(황영성 작가)

현대화랑은 한국 화단의 원로작가 황영성(77)의 개인전을 지난 4월 26일부터 개최한다. ‘소의 침묵’이라는 주제아래 1980년대 후반부터 근래 작품까지 작가의 작업세계 전반을 대표하는 주요작품 30여점이 나왔다. 2010년 이후 동 화랑에서 개최하는 8년만의 개인전이자, 지난해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열린 대규모 회고전 이후 첫 전시다. 

황영성, 소의 침묵, 2017, 캔버스에 유채, 130.0 x 193.9cm.[사진제공=현대화랑]
황영성, 소시장 이야기, 2015, 캔버스에 유채, 200 x 200cm [사진제공=현대화랑]

이번 전시엔 ‘검은 소’들이 대거 나왔다. ‘흰 소’가 아닌 ‘검은 소’는 여러 욕망과 감정을 담은 매개체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모든 색이 더해진 것이 검은 색”이라며 “지금껏 숨겼던 소의 침묵, 나의 침묵에 대해 이야기하려 한다”고 했다. 작가로서의 예술적 욕망일 수도 있고 격동의 한국현대사를 살아낸 한 사람의 내밀한 고백일 수도 있다. 작가노트엔 “굴곡진 시대를 지나오는 여러 과정 속에서 나의 침묵은 진실을 얼마나 밝게 나의 작업 속으로 이끌어 낼 수 있을까?”라고 적혔다. 

황영성, 가족 이야기, 2015, 캔버스에 유채, 200 x 200cm.[사진제공=현대화랑]

‘소의 침묵’이 작가 자신의 혹은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의 내면에 관한 이야기라면 ‘가족 이야기’연작은 작가 주변의 사람들과그들의 삶의 방식을 보여준다. 빼곡히 들어찬 격자안엔 기호화된 사람, 동물이 가득하다. 1990년대 캐나다, 멕시코, 프랑스 등을 여행하며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목격하고, 가족의 개념이 전 인류와 동물에까지 넓혀졌던 것이 작업에 반영됐다. 멀리서보면 단색화처럼 보이나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작은 조각 하나 하나가 독립된 형상들이다. 다양한 형태로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황영성, 이용악의 그리움, 2016, 캔버스에 유채, 91 x 65.1cm [사진제공=현대화랑]

최근 새롭게 시도하는 ‘문자-형상’ 연작도 나왔다. 이태백과 조조의 한시부터 우리에게 익숙한 김소월, 이용악, 정지용의 시를 문자이되 형상으로 옮겼다. 텍스트를 읽으면서 작가가 제시한 형상을 더듬다보면 ‘시 읽는 맛’이 더욱 풍성해진다. 전시는 이번주 말인 27일까지다.

/vicky@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