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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민성우 안지환“희망·도전 좋아…지금 내꿈은 신인배우상”
‘동물농장·무릎팍도사’ 의 목소리
25년간 5000여편 프로그램 출연

뮤지컬하는 개그맨 고명환에 자극
단편·상업영화·뮤지컬·연극 도전
자전 에세이 ‘마부작침’ 출간도
“부러우면 한다…인생 2부 기대돼”

성우 안지환(48)은 지난 1993년 MBC 11기 공채성우로 출발해 25년간 무려 5000여 편의 프로그램에 출연했다. 25년간 쉬지 않고 일했다. 이제 목소리만 들어도 사람들이 알만한 성우가 됐다. ‘TV 동물농장’ ‘무릎팍도사’ 등으로 더욱 친숙해졌다. ‘국민성우’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그의 생활은 결코 쉽지않다. 매일 일을 해야 하는 데일리 프로그램이 많아 그 흔한 해외여행도 제대로 못갔다.

“3년전 결혼 21주년 기념으로 첫 외국 여행인 하와이를 간 적이 있다. 미리 한 주를 빼는 데 3개월이 걸렸다.”

결코 엄살이 아니다. 일주일에 고정 프로그램이 25개가 넘었고, 비고정까지 합치면 프로그램이 50개를 넘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최근 자전 에세이 ‘마부작침’(코스모스하우스)을 출간했다. ‘마부작침’(磨斧作針)은 도끼를 갈아 바늘을 만든다는 사자성어로 끊임없이 노력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의미다. 대중문화예술인으로 살아온 그의 인생을 한번 정리하고 가는 게 어떻겠냐는 출판계 선배의 권유가 작용했다.

“큰 의미가 있는 건 아니고, 무대 1부와 2부 사이의 인터미션 같은 거다. 나 역시 인생 2부가 기대된다. 책에는 하이라이트와 복선도 깔아놨다. 지금까지 해온 게 드라마로 치면 리딩 단계였다면 이제는 본편을 찍어야 하지 않겠나.”

안지환은 오늘보다 나은 미래를 꿈꾼다. 그는 희망과 도전이라는 단어를 좋아한다.

“성우들이 설 자리가 좁아진다고들 한다. 위축돼서는 안된다. 개그 프로, 음악 프로가 없어졌다고 개그맨과 가수들이 죽는 건 아니다. 부러우면 하는 거다. 내가 책을 낸 것도 뮤지컬을 하는 고명환이 부러웠기 때문도 있다. 코미디언으로 출발한 고명환은 경상도 톤이 있지만 뮤지컬에 도전한다. 이렇게 쉬지 않고 변신하는구나 하는 걸 깨달았다.”

안지환은 성우로서 받을 수 있는 상은 다 받았다. 하지만 스스로 프로듀서 연합회에서 주는 대상은 아직 못받았다고 한다. 그는 성우라는 일을 하면서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려고 한다.

“항간에서 톱 성우라는 하는 게 부담스럽다. 일할 때는 성우로서 잘해야 하지만, 그 쪽은 잘하는 사람들이 많고 내가 톱 성우도 아니다. 에버랜드에 들어갔다고 롤러코스터만 타는 건 아니다. 자유이용권을 끊어 잘 즐기고 두루 타고 싶은 게 목표다. 나는 마라톤을 뛰면서 중간 어느 지점에 통과한 정도다.”

예컨대, 그의 꿈은 신인배우상을 수상하는 것 같은 것이다. 우리 나이로 50세인 그는 발랄하다는 느낌을 준다.

“성우가 뭔지 잘 모르고 입사했다. 초등학교때 청소년 연극제에 나가 우수상을 받은 적이 있다. 중학교때도 몰래 연극 책을 보고. 고등학교때에는 충무로 극단에서 연극 대본을 접했다. 뮤지컬과 연극 구분 없이 왔다갔다 했다. 아버지는 서울 마포 토박이인데, 당시 마포극장에서 영화를 많이 봤다.”

그는 이제 단편영화, 상업영화, 뮤지컬과 연극에 도전하고 있다. 영화 쪽에서는 시나리오도 받았다.

“아내는 내가 견디지 못할 거라고 했다. 바닥에서 출발해야 하고 출연료도 10만원에서 시작해야 한다. 그건 당연하다. 나는 성우로는 탑 출연료를 받고 있지만, 연기는 아직 제대로 보여준 게 없다. 돈 때문에 출연 여부를 결정 짓지는 않는다. 단편영화에서 주인공을 맡아 출연료를 조금 받았는데, 소품을 사느라 다 썼다. 성우, 뮤지컬, 연기 장르는 모두 이웃집이라고 생각한다. 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 해본 사람과 못해본 사람의 차이는 크다.”

안지환의 딸은 걸그룹 멜로디데이의 멤버인 예인이다. 그는 tvN ‘고교처세왕’ 등 연기자로도 활동하는 딸보다 신인상을 먼저 받고 싶어한다. 한국방송작가협회 교육원에도 등록할 예정이다. 드라마 대본을 직접 쓰기 위한 훈련에 돌입할 참이다.

안지환은 성우로 MBC에 들어왔던 20대 중반에는 매우 가난했다. 지금은 58평 아파트에 산다. 그런데 가장 행복했던 시절은 20대였다고 한다.

“방송사에 처음 들어갔을 때 보증금 120만 원에 월세 12만 원짜리 집에서 어머니 모시고 살았다. 차비가 없어 여의도에서 목동 달동네 집까지 걸어간 적도 여러 번이었다. 동기들이 한 장에 1500원 하는 식권 10장을 사준 적도 있다. 불편했지만 불행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 나는 하고싶은 일이 너무 많다.”

자신의 삶에 안주하지 않고 문화게릴라적인 삶을 살려는 안지환. 50대를 맞는 그의 인생은 이제 시작이다.

서병기 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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