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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8 헤럴드 금융포럼-‘생산적 금융’ 부문] “금융기관 시스템 부재·전문인력 부족…등 떠밀지 말라”
위험분석·관리능력 아직없어
보증이나 담보없인 대출불가
안정이 중요…긴호흡으로 가야

“옥석을 가릴 ‘눈’이 없다.”

정부가 ‘생산적 금융’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 있으나 정작 금융기관에는 이를 뒷받침할 대출심사평가 시스템과 전문인력이 부재하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은행들이 정부 보증이나 담보는 없이도 혁신적 기술과 아이디어가 있는 기업들을 선별해 자금을 중개할 만한 역량을 길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23일 서울 중구 호텔신라에서 개최된 ‘2018 헤럴드금융포럼’에서 참석자들은 은행들이 가계대출, 담보대출처럼 수익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안전한 대출에 집중하느라 생산적 금융이라는 금융 본연의 역할이 저하됐다는 데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2018 헤럴드금융포럼’에서 신진영 연세대 교수, 이병윤 금융연구원, 유재수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 박도규 전 SC제일은행 부행장이 김석진 경북대 교수(가운데) 주재로 생산적 금융정책과 관련해 토론을 벌이고 있다.   정희조 기자/checho@heraldcorp.com

▶“문정부, 아직 본질 못 건드려”=신진영 연세대 교수는 “민간신용에서 기업부문 비중이 2009년 57.6%에서 지난해 9월 50.9%로 낮아졌다”면서 “기업금융 축소, 가계부채 확대가 계속되면서 금융불안정까지 이어지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신 교수는 “은행이 자체 심사능력을 강화해서 보증ㆍ담보 아닌 대출에서 수익을 창출할 수 있지 않고서는 정부 정책이나 규제 완화만으로 (생산적 금융) 될 수 없다”면서 “업계 주도적으로 기업 신용도를 평가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997년 외환위기 이전에는 금융회사 자금배분에 정부가 간여했고, 위기 이후에는 전 세계적으로 부동산 붐이 불면서 주택담보대출에 집중하게 되다 보니 대출심사 능력을 기를 기회가 없었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금융회사들 대부분이 순환보직제를 택하다 보니 전문가 양성이 잘 되지 않는 것 같다”면서 “전문직종별로 인력을 선발해서 관리하거나 실제로 (유망)산업, 기업에서 종사한 사람을 대출심사역으로 채용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실제 해외 선진금융회사의 경우 대출심사를 위해 정보를 수집, 분석하는 과정에서 전문인력 고용을 늘리고, 이로 인해 기업수익이 늘어나는 ‘확대균형’을 실현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박도규 전 SC제일은행 부행장은 “2014년 이후 기업구조조정 지연, 가계대출 규제완화 등의 영향으로 기업부문에 대한 자금공급 기능이 약화됐다”면서 대출심사 시스템의 혁신 없이는 생산적 금융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산업구조가 고도화되는 시점에서 심사뿐 아니라 인력도 전문화돼야 한다”면서 “은행 채용이 순혈주의에서 벗어나 업종별 전문인력을 수시 채용하고 외국계 전문가들도 영입하는 방향으로 변화해야 된다고 본다”고 역설했다.

▶여당 “기초가 튼튼해야”…안정성에 무게를=반론도 나왔다. 현정부에서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을 지낸 유재수 더불어민주당 수석전문위원은 “기업 신용평가나 빅데이터 시장이 있으면 은행원들도 리포트를 사다 분석, 판단하면 된다”면서 “시장이 없는데 전문성을 얘기하면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금융에 인재가 많지만 경쟁력이 떨어지는 이유는 기축통화 문제에 있다”는 진단도 내놨다. 그는 “가장 중요한 금융안정성의 키(열쇠)는 미국과의 통화스와프”라면서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을 조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밝혔다.

유 수석전문위원은 특히 생산적 금융의 근간인 금융안정성 확보를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신용 사이클이 긴축 기조에 있는데, 우리나라처럼 기축통화국이 아니면 언제든지 외환위기 가능성이 있다”면서 강도 높은 가계부채 관리를 주문했다. 핀테크 업체, 인터넷전문은행처럼 긴축 기조를 경험해보지 않은 기관들의 위험관리능력을 모니터링해야 한다는 점도 언급했다.

▶“서두르지 말자”…한 목소리=이날 포럼 참석자들은 생산적 금융이 금융 본연의 기능인 만큼 단기성과주의에 그쳐선 안 되고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전 부행장은 “호흡을 길게 가져가면서 금융사들의 심사시스템을 개혁하고 관계금융을 구축하면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좌장을 맡은 김석진 경북대 교수는 인센티브 스킴(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면서 “금융이 제대로 가고 성장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본질적 부분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 선임연구위원은 “기업금융의 확대가 금융시장의 안정을 해치지 않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승연 기자/spa@heraldcorp.com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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