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정상, 북미회담 차질없이 진행 노력 합의
- 文 대통령, 북한과 미국 사이 중재외교 시험대
-트럼프 “金, 시진핑 만나고 태도 변화”…‘시진핑 배후설’ 거듭 제기
-25일 이후 남북관계 개선 ‘주목’…맥스선더 종료 후 남북정상 ‘핫라인’ 가능성

[헤럴드경제=홍석희 기자]문재인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한미정상회담을 마치고 귀국길에 올랐다. 문 대통령은 잇따라 열린 단독회담과 확대회담에서 6월12일 북미정상회담이 차질 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자는 데 트럼프 대통령과 의견을 같이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 불발 가능성’ 발언과 ‘조건’을 언급하면서 문 대통령이 풀어야 할 숙제는 더 많아졌다. 북한에는 ‘체제보장’을 약속해야 하고, 미국에는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설득해야 하는 상황이다.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문 대통령의 살얼음판 ‘중재외교 시험’이 계속되고 있다.

일단 한미정상회담 결과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회담 결과 브리핑에서 두 정상은 북한의 체제 불안 해소방안에 대해 논의하면서 북미정상회담이 차질없이 진행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전했다. 문 대통령은 “북미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북한 의지를 의심할 필요가 없다”며 “북미 간 실질적·구체적 비핵화와 체제안전에 대한 협의가 필요하다”고도 회담에서 강조했다.

[사진=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도입부에 가진 기자 문답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CVID)를 수용하면 정권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약속하고, 한국처럼 경제적 번영을 이루도록 대폭적 지원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는 비핵화 방식에 대해선 “일괄타결이 좋다. 한꺼번에 일괄타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정상회담이 열리지 않을 수도 있음을 언급한 부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조건들이 충족되지 않으면 회담이 열리지 않을 것”, “열리지 않을 상당한 가능성이 있다”, “안 열려도 괜찮다”라고 말했다. 북한이 ‘북미회담 재고려’를 언급한 데 이어, 트럼프 대통령도 처음으로 회담 연기 또는 취소 가능성을 언급했다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조건 충족’을 언급한 것은 결국 문 대통령에게 ‘조건을 만들라’는 주문으로 해석된다. 주문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북미회담 개최가 어려울 것이란 발언은 일종의 위협으로도 해석된다. 문 대통령이 처한 어려움은 현재 북한이 ‘강경 모드’로 전환된 주된 이유가 볼턴발(發) ‘리비아식’ 모델 때문이란 점이다. 리비아 카다피는 결국 서방연합국의 폭격으로 사망했는데, 미국측에서 ‘리비아식’으로 북한 핵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발언이 이어진 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중국을 재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시진핑 배후론’을 언급하는 것도 문 대통령으로선 풀기 어려운 숙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2번째 만난 다음에 태도가 좀 변했다고 생각한다”며 “그것에 대해 기분이 좋다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북한의 태도 변화 이면에 중국의 역할이 있었다는 이른바 ‘시진핑 배후론’을 거듭 제기한 것이다.

문 대통령이 귀국 후 공을 들여야 할 또다른 부분은 남북관계 복원이다. 남북 고위급회담은 개최 당일 새벽 취소를 통보해왔다. 한반도가 평화모드로 바뀐 최대 동력은 단연 남북관계 개선이다. 지난달 27일 남북정상회담은 남북관계 개선의 상징적 장면이다. 그러나 이후 한달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맥스선더’ 훈련 등을 이유로남북관계가 재차 얼어붙으면서, 이를 해결하는 것이 문 대통령이 풀어야 할 최우선 과제로 부상했다.

문 대통령은 “북한이 비난한 맥스선더 한미연합군사 훈련의 종료일인 25일 이후 남북 고위급회담을 비롯한 대화재개가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남북관계 재개선의 상징적 장면은 남북 정상간 개통돼 있는 ‘핫라인 통화’로 초점이 모아진다. 지난달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 위원장은 ‘언제든 걸면 받는 것이냐’며 관심을 표명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독대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트럼프식 해법’을 구체적으로 설명했는지도 관심가는 대목이다. 트럼프식 해법이란 북한 비핵화에 대한 구체적인 이행 로드맵으로 ‘리비아식 해법’을 대체키 위해 나온 용어였으나, 현재로선 실체가 구체적이지 않다.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을 설득할 카드를 트럼프 대통령이 줬어야 했다. 트럼프식 해법이 무엇인지를 알려줬어야 한다”며 “군사적으로 치지 않겠다는 약속 등이 내용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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