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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北,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의 빛과 그림자

韓美 동시다발 딴지걸기 속 비핵화의지 재확인
南 취재진 거부ㆍ전문가 배제로 의미 축소 자초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북한이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현장 취재를 위한 외신 기자단을 받아들이면서 지난한 비핵화 과정의 첫걸음을 떼게 됐다.

다만 애초 북한이 공언했던 한국 기자단을 거부하고, 전문가들을 배제함으로써 씁쓸한 뒷맛도 남겼다.

▶北, 상징적ㆍ역사적ㆍ실질적 조치=미국과 중국, 영국, 러시아 취재진은 22일 북한 측이 마련한 고려항공 전세기 JS622편을 이용해 중국 베이징(北京) 서우두(首都) 공항을 출발해 북한 원산에 도착했다.

이들은 열차편을 이용해 길주로 이동한 뒤, 북한이 예고한 23∼25일 사이 갱도 폭파 등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지켜볼 예정이다.

북한이 현시점에서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예정대로 공개하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한국과 미국을 향해 연합군사훈련과 비핵화 해법 등을 이유로 딴죽을 걸고 있는 상황에서 비핵화 의지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북한이 앞서 6차례 핵실험을 감행한 핵실험장 문을 닫는다는 것은 최소한 ‘미래 핵’을 포기한다는 의미도 지닌다.

특히 북미 간 본격적인 비핵화 대화가 시작되기 전 선제적으로 국제사회에 완전한 비핵화 의지를 보여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정부가 조명균 통일장관 명의 입장을 통해 북한의 우리 측 기자단 거부에 대해 유감을 표명하면서도 “북측이 공약한 비핵화 초기조치인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는 점은 주목한다”며 “북측의 이번 조치가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힌 것 역시 북한의 이번 조치의 역사적, 상징적, 실질적 의미가 작지 않다는 점을 감안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북한은 쉽지 않은 결단을 실행에 옮기면서도 한국 기자단을 거부함으로써 불필요한 잡음을 남겼다.

북한의 한국 기자단 거부는 입맛에 맞지 않는 ‘한국 언론 패싱’에 그치지 않는다.

당장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간 남북정상회담 이후 고조됐던 한반도 화해ㆍ협력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 꼴이 됐다.

특히 우리 언론 참석 문제는 남북정상회담 때 북한이 직접 언급한 사안이라는 점에서 가뜩이나 쉽지 않을 남북정상 간 합의인 판문점선언 이행에 대한 의구심도 키울 수밖에 없다.

▶北, 전문가 배제로 의도적 증거인멸 시도 의혹 사=북한 입장에서도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면서 수차례 핵실험과 탄도미사일 시험발사 감행으로 국제사회의 불신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또 한번 약속 파기로 신뢰추락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애초 알려진 것과 달리 검증을 위한 전문가가 배제된 것도 향후 논란이 될 수 있는 대목이다.

국제사회 일각에선 전문가가 초청받지 못했다는 점에 주목해 북한의 증거인멸까지 우려하는 시각마저 대두되고 있다.

현재까지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를 진행하면서 어떤 국제기구나 전문가도 초청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엘리자베스 베히터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수석대변인은 21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북한은 비언론인들은 초청하지 않았다. 그들이 초청한 것은 오직 미디어뿐”이라며 “어떤 국제기구도 초청받지 못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CTBTO는 유엔 산하의 모든 종류의 핵실험을 금지하는 국제조약인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CTBT) 발효 및 이행을 위한 국제기구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인터뷰에서 “핵시설 폐기 자체는 긍정적인 일”이라면서도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차원에선 아무 의미가 없다”고 일축했다.

그는 “현장에 들어가 핵실험에 사용된 장비, 갱도를 만드는 방법, 핵무기 제조 방법, 핵실험 역량을 확인한 다음에 폐기했어야 한다”며 “북한이 이런 절차를 생략한 채 폭파 장면만 공개하는 건 검증이 아니라 ‘쇼’”라고 주장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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