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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음향효과의 대부’ 김벌래 씨 작고
   -콜라 병 따는 소리 개발한 ‘전설’의 주인공
-두 아들까지 3부자 음악 인생 걷는 진기록


[헤럴드경제=이슈섹션]‘음향효과의 대부’, ‘음향의 달인’으로 불리는 김벌래(본명 김평호)씨가 지난 21일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7세다.

고인은 경기 광주 출신으로 국립체신고등학교 졸업 후 연극계에서 배우, 스태프로 일하다 음향효과로 세계인의 심금을 울리는 과업을 이뤘다.

배우 지망생이었으나 연극판에서 음향 스승인 심재훈 씨를 만나 60~70년대 극단 신협과 국립극단 연극의 음향 감독을 도맡다시피 했다. 생업을 위해 동아방송의 성우 시험을 봤다 심재훈 씨의 추천으로 음향PD로 일을 하며 다양한 음향효과를 개발했다.
21일 작고한 김벌래씨의 생전 모습 [사진=연합뉴스]

1970년대부터 1980년대에 이르기까지 광고 음향의 대부분은 그의 손을 거쳤다. 콜라 광고의 병뚜껑 따는 소리를 만들어 내 백지수표를 받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서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다듬이 소리를 틀어 세계인의 심금을 울렸다고 전해졌지만, 이는 당시 서울 영일고 2학년이었던 큰 아들 태근씨가 작곡한 것이다.

고인의 두 아들도 음향 효과를 전담하면서 3부자가 모두 음향계에서 일하는 진기록을 쓰기도 했다. 이 3부자는 2002년 한ㆍ일 월드컵 당시 관련 행사 음악을 도맡아 명실상부한 국내 1인자 가족임을 입증하기도 했다. 당시 부산에서 열렸던 조 추첨 행사와 D-100 행사는 차남 태완씨가, 개막식 음악은 장남 태근씨가, 전야제 음악은 김벌래씨가 맡았다. 두 아들 역시 연극이나 무용 등 공연계에서 “음악을 받으려면 번호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는 무대음악가들이다.

음향효과로 인생의 정점을 기록한 그이지만, 그의 뿌리는 연극이다. 그는 1961년에 극단 ‘행동무대를 창립, 극단 대표의 길을 걷기도 했다. 2002년에는 극작가 고(故) 김상렬씨가 그를 모델로 썼다는 ’등신과 머저리‘ 공연에서 1인 4역을 해 눈길을 끌었다. 연극에 대한 열정은 독특한 예명인 ‘벌래’로까지 이어졌다. 고인의 본명은 김평호이지만, 몸집이 작고 붙임성 있다며 연극계 대부인 이해랑ㆍ유치진 선생이 붙여준 별명 ‘버러지’에 착안해 ‘벌래(‘벌레’를 바꿔 부름)’를 예명으로 정했다.

고인은 홍익대 광고홍보학부 겸직교수를 맡는 등 20년 가까이 강단에 서기도 했다. 빈소는 21일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이며 발인은 23일 오전 8시다.

online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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