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구본무 회장 별세]뚝심과 끈기의 리더십…전자ㆍ화학 양대 사업 세계적 기업으로 우뚝
-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세계 1위 기업으로 키워내
- “끈질기게 하다 보면 성과 나온다”…끝내 목표 달성하는 리더십 주목
- 과감한 결단과 집념, 끈기로 결실 이뤄내




[헤럴드경제=정순식 기자] 고(故) 구본무 회장은 전자와 화학을 양대 축으로 하는 LG그룹을 글로벌 선두기업의 반열에 올려놓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구 회장은 취임 후 세계 최고가 되기 위해서는 과감히 도전하는 정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해 왔다. 
구본무 회장이 LG화학의 전기자동차용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자동차를 시승하고 있다.

일단 세계 최고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우면 그 과정이 어렵고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중도에 포기하거나 단기 성과에 급급해하지 않고 부단히 도전해 결국에는 목표를 달성할 것을 주문해 왔다. 이를 통해 디스플레이와 이차전지, 통신사업 등에서 굵직굵직한 성과를 냈다.

▶과감한 결단과 집념…디스플레이 사업 세계 1위로 키워내= 1998년 말, 구 회장은 정부가 주도한 빅딜 논의로 반도체사업의 유지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당시 LG전자와 LG반도체가 각각 영위하고 있던 LCD사업을 따로 분리해 별도의 LCD 전문기업인 ‘LG LCD’를 설립하는 결단을 내렸다.

구 회장은 당시 그룹의 운명과 장래를 생각하며 고뇌를 거듭해 왔다. 이 고민의 끝에 내려진 용단이 대규모 장치산업인 디스플레이 사업의 육성이었다. 이때의 신속하고 단호한 결단이 LG의 미래에 새로운 길을 개척한 원동력이 됐다.

당시 반도체 빅딜 직후 LG는 14개월 동안 지속된 외자유치 협상에 속도를 올리며 전력투구해 1999년 5월 네덜란드 필립스사로부터 당시 국내 민간기업 사상 최대 규모인 16억달러의 자본유치에 성공하고 3개월 후 합작법인 LG필립스LCD를 출범시켰다.

디스플레이 분야의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LCD분야의 기초 기술력을 보유한 필립스와 응용기술이 강한 LG의 공동 합작을 성사시킨 것이다. 이 합작으로 LG는 대규모 신규투자에 따른 자금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전세계 LCD시장의 급격한 수요 증가를 적기에 대응할 수 있는 공급능력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구본무 회장이 2007년 LG디스플레이(당시 필립스LCD) 파주 LCD공장을 방문해 시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제공=LG전자]

이후 LG는 필립스와 결별, 2008년 단독법인인 LG디스플레이를 출범한 이후에도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세계 디스플레이 시장 1위 기업으로 거듭났다. 구 회장의 디스플레이 사업을 향한 집념을 바탕으로 LG가 디스플레이 사업에 처음 진출한 1995년 이래 지난 20년간 40조원 이상을 투자하며, 1995년 경북 구미에서 첫 공장을 가동할 당시 임직원 수 1100명, 매출액 15억원 규모에서 임직원 3만여 명에 20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세계 1위 기업으로 육성한 것이다.

▶20년이 넘는 연구개발…이차전지 사업 세계 1위로= 세계적인 경쟁력을 자랑하는 LG화학의 이차전지 사업의 성공에도 구 회장의 뚝심이 있었다.

당시 부회장이던 구 회장이 연구개발을 제안한 1992년 이후 20년이 넘는 연구개발 끝에 수많은 시행착오와 실패를 거치며 이차전지 사업은 현재 LG의 핵심 성장사업으로 자리잡았다. 구 회장은 1992년 당시 그룹의 미래 성장동력 발굴을 위한 영국 출장에서 한번 쓰고 버리는 건전지가 아니라 충전하면 여러 번 반복 사용이 가능한 이차전지를 처음 접하고, 이차전지가 미래의 새로운 성장사업이 될 가능성을 보았다.

이에 구 회장은 당시 계열사였던 럭키금속에 이차전지를 연구하도록 했고, 1996년 럭키금속의 전지 연구조직을 LG화학으로 이전해 연구를 계속 진행했다. 리튬전지가 음극재, 양극재, 전해질 등 화학물질로 구성돼 있는 만큼 소재분야 연구에 강점이 있는 LG화학으로 연구조직을 이전시키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1990년대부터 수년간의 투자에도 불구하고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1997년 LG화학 연구진들이 소형전지 파일럿 생산을 처음으로 성공하긴 했지만 대량 양산에는 품질이 따라주질 않았다. 일본 선발업체들의 기술력을 따라잡기에도 역부족이었다.

결국 ‘사업을 접어야 하는게 아니냐’는 의견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러나 구 회장은 “포기하지 말고 길게 보고 투자와 연구개발에 더욱 집중하라. 꼭 성공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다시 시작하라”고 독려했다.

2005년에는 이차전지 사업이 2000억원에 가까운 적자를 기록했을 때도 구 회장은 “끈질기게 하다 보면 꼭 성과가 나올 것이다. 여기에 우리의 미래가 있다”고 다시 한번 임직원들을 다독였다. 그 결과 LG화학은 중대형 이차전지 분야에서 세계 1위로 평가받고 있으며, 특히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현재 현대기아차, GM, 포드, 르노, 중국 상하이자동차, 코로스, 폴크스바겐그룹의 자회사 아우디에 등 30여개 이상 완성차 업체를 배터리 공급처로 확보하며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sun@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