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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본무 회장 별세]소탈ㆍ온화한 CEO…성과에서 만큼은 완벽 추구
- 격식에 신경쓰지 않으면서도 예절과 자기절제 철저
- 일 만큼은 완벽주의
- ‘새 마니아’로 유별한 ‘자연사랑’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구본무 LG그룹 회장은 평소 꾸밈없이 소탈한 CEO로 이름이 나 있다.

격식에 크게 신경쓰지 않으면서도 예절과 자기절제가 철저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하지만 일에서 만큼은 완벽주의자였다. 구 회장의 결단력과 뚝심은 오늘날의 LG그룹을 만들어 낸 원동력이기도 했다. 집안의 장남이었고, 굴지의 대기업을 이끌었으며, 한편으로 자연을 유난히 사랑했던 구 회장의 지난 모습들을 들여다봤다. 


▶‘나는’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회장은 구 씨 집안의 장손으로 태어났다. 

구 씨 가문은 유교전통이 깊은 집안이다. 구 회장 역시 어렸을때부터 엄격한 유교교육을 받았다. LG에 뿌리내린 인화(人化) 경영은 이 같은 집안의 분위기, 가정교육과 무관치 않다.

그의 몸에는 자기절제와 예절이 배여있다. 공식, 비공식 자리를 통틀어 ‘나는’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으며 임직원들 앞에서도 항상 겸손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권위와 격식이 거의 없다’. ‘소탈하다’. 구 회장의 성격에 대한 LG 및 재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구 회장이 금성사 임원으로 재직할 때도 인간적인 매력이 직원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재밌는 일화도 있다. 언젠가 그가 LG이노텍 광주사업장을 예고 없이 방문하자 깜짝 놀란 임직원들은 옷도 제대로 갖춰입지 못한 채 구 회장을 맞았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맞으러 나온 직원들을 향해 “뭣들하냐, 일 하지 않고”라고 말했다고 한다. 털털한 그의 평소 성격이 묻어나는 대목이다.

직원들을 챙기는 모습에서도 격식없는 그의 성격이 묻어난다.

구 회장은 집무실 옆에 있는 대접견실을 개방해 임직원 모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심지어 회장 전용 헬기도 임직원들이 출장갈 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완벽주의자’였다= 온화한 성격을 가진 CEO였지만 일에서만큼은 허투루 넘어가는 법이 없었다. 

지난 2009년 이천 LG인화원 만찬장에서 진행된 ‘LG스킬올림픽’에서 “조직전체가 끊임없이 완벽을 추구하는 정신이 충만하게 해야 한다”는 그의 발언은 ‘완벽주의자’인 성격을 잘 보여준다.

구 회장이 강조한 정도경영과 ‘일등 LG’ 역시 경영만큼에서는 단호한 그의 성격을 잘 나타낸다. 정정당당히 경쟁에서 앞서기 위해서는 경쟁력과 혁신에서 누구보다 철저해야한다는 의지다.

대충 넘어가지 못하는 성격은 ‘취미’에서도 드러난다. 관계자들에 따르면 구 본무 회장의 당구 구력은 700점에 달한다고 한다.

동시에 현장을 챙기는 CEO였다. 구인회 창업회장에서 구자경 명예회장, 그리고 구본무 회장으로 이어진 현장 중심의 후계자 교육의 영향이다.

구 창업회장이 구 명예회장에게 회장직을 물려줄 때, 구 창업회장은 “기업을 하는데 가장 어렵고 중요한 것이 바로 현장이다”고 당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 역시 평소 자녀에게 “사업현장 경험은 아무리 많아도 지나치지 않다”고 교육시킨 것으로 전해진다. 


▶‘새 마니아’였다= 구 회장은 관심사가 생기면 누구보다 깊게 파고들었다.

전문가 못지않게 실력을 갖추고, 지식을 쌓을 때까지 만족하지 못했다고 한다. 대표적인 것이 ‘새’다. 구 회장은 조류 전문가들도 인정할 정도의 ‘새 마니아’로 유명하다. 날아가는 모습만 보고도 이름을 맞출 수 있는 새가 150마리가 넘는다고 한다.

새를 비롯한 구 회장의 ‘자연사랑’은 들여다보면 유난스럽기까지 하다.

자신의 개인 홈페이지에 새를 소재로 한 ‘자연과 나’라는 코너를 따로 만들었다. 이 코너에서 새와의 인연을 소개하고, 자신이 펴낸 조류도감의 내용을 전자책 형태로 일부 공개하고 있다.

구 회장이 새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중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 회장은 한 자료에서 “중학생 시절 산에 올랐다가 다친 새 한 마리를 우연히 발견하고 집에 가져와 치료해 돌려보낸 적이 있는데 그 뒤로 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고 했다.

틈날 때마다 망원경으로 밤섬을 관찰하다가 1996년엔 독수리의 일종인 천연기념물 243호 흰꼬리수리를 처음 발견하기도 했다.

다음은 그의 홈페이지에서 발췌한 자연에 대한 구 회장의 평소 생각이다.

“자연과 인간에 대한 사랑은 대상을 주도하거나 변형시키는 것이 아닌 그 나름의 질서와 체계를 존중하고 보전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할 것입니다. 자연과 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공존과 상생의 관계 - 이것이 자연사랑, 인간사랑의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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