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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반도 평화 ‘이슈 블랙홀’…6·13도 월드컵도 빨아들이다
6월12일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린다. 한반도의 평화정착에 또 한 걸음 다가설수 있는 역사적인 만남이다. 당연히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의 이목이 김정은과 트럼프에게 쏠리고 있다. 지난 달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된 이후 이번 북미회담까지 워낙 빅뉴스가 계속 쏟아지다보니 다른 이슈를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북미회담 다음날 치러질 6ㆍ13 지방선거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민심의 향배를 가늠할 바로미터가 될 전망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지방선거 전날 회담을 하는 것은 평화쇼”라는 발언을 내놓으며 회담이 선거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국민들 상당수는 지방선거에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정상회담은 물론 드루킹 사건, 여야의 현격한 지지율 차이, 참신한 인물의 부재 등 많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지방선거 다음날 러시아에서 개막하는 2018 월드컵 역시 세계적인 스포츠이벤트라는게 무색할 지경이다. 어지간한 축구팬이 아니면 개막일은 물론 심지어 한국대표팀의 경기일이나 시간도 정확히 모르는 경우가 적지않다. 예년이라면 전국이 떠들썩했을 선거와 월드컵이 ‘북미회담’과 ‘한반도평화’라는 거인 앞에 서니 소소한 뉴스로 보인다. ▶관련기사 5면 <편집자주>

인물도 이슈도 바람도 ‘3無’…유권자 눈밖에 난 지방선거

“친구들 만나도 정치나 선거 얘기는 안 한다. 투표하러 갈지도 아직 모르겠다. 만약 가더라도 당이나 후보의 인지도를 보고 찍을 것이다.”(대구 지역 대학생 김모씨).

“후보가 누군지도 모른다. 후보들 사이에 차별성이 없어서 지지 정당 보고 결정하는 수밖에 없다.”(서울 거주 20대 직장인 최모씨)

6ㆍ13 전국동시지방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그러나 선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은 냉랭하다. 남북ㆍ북미 정상회담 등 대형 이슈가 이어지면서 선거가 묻혀 버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높은 지지율도 선거 자체에 대한 흥미를 떨어뜨리고 있다. 여야가 접전이라고 평가하는 경남, 울산, 제주 등 일부 지역에서만 선거 바람이 불고 있는 정도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지방자치가 정착이 안 돼서 그렇다. 지방과 중앙의 구분이 명쾌하지 않아서 지방 내 이슈가 많은데도 그걸 해결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으니 중앙 이슈가 지방 이슈를 눌러버리는 상황이 됐다”고 진단했다.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은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기울어져 있어 지지층으로 하여금 접전 양상일 때 가질 수 있는 관심을 못 갖게 하고 있다”며 “2010년에는 무상급식, 2014년에는 세월호 등 시민 생활과 직접 관련된 ‘마이크로 이슈’로 인해 투표율이 높았지만, 정상회담과 드루킹 사건으로 투표장을 찾겠다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새로운 인물을 찾기 어려운 것도 유권자들의 관심을 떨어뜨리고 있다.

배 본부장은 “선거에 관심을 갖기 위해서는 지역 내 현안이 있든지 후보가 새로워야 하는데, 여야를 불문하고 후보들의 면면을 보면 현직이나 기존 정치권에서 봤던 ‘올드보이’들이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좀체 뜨거워지지 않는 선거 분위기에 각 당도 대응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여당은 지지율 후광효과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인 반면, 야당은 선거에 대한 관심을 끌어내 역전의 발판을 마련하겠다는 구상이다.

윤 교수는 “안보를 선점당한 상황에서 야당은 남은 기간 동안 경제 이슈에 매진할 수밖에 없다”며 “고용지표가 나빠지고 생산, 투자 모두 안 좋아졌다는 점을 최대한 부각시키면 선거 관심도를 높이고 보수층의 지지를 결집시키는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태형ㆍ홍태화 기자/thlee@heraldcorp.com


월드컵 한달도 안남았는데 국민 낮은 기대감에 외면당해

직장인 이호선(31) 씨는 지난 14일 월드컵 대표팀 명단 발표 소식을 듣고 나서야 월드컵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러나 이 씨는 이번 월드컵이 전혀 기대되지 않는다고 답했다. 그는 “지난해부터 졸전을 거듭하면서 16강 진출은 커녕 조별리그도 기대되지 않는다”며 “졸전 직후 오히려 팬들을 비난하는 선수들의 SNS를 보며 이번 월드컵에는 관심을 두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학생 김지원(25) 씨도 상황은 비슷하다. 김 씨는 “지난번 월드컵과 달리 이번에는 아무런 기대감이 들지 않는다”며 “브라질 월드컵 때와 달리 밤샘 응원도 안 할 것 같다”고 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그러나 월드컵을 앞두고 각종 행사로 들썩였던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 때와 달리 올해는 좀처럼 ‘월드컵 열기’를 찾아보기 어렵다. 남북평화무드와 북미정상회담, 지방선거 탓에 관심에서 멀어진데다 한국 축구에 대한 기대치까지 낮아졌기 때문이다.

예전만 못한 관심은 수치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에 따르면 다음 달인 오는 6월 광고경기 예측 지수는 전월대비 102.4를 기록했다. 광고경기 예측 지수는 광고주들의 광고비 집행 전망에 대한 설문 결과로 보통 경기 동향을 파악하는 지표로 활용된다.

특히 중계를 하는 지상파 방송의 경우 기대심리는 96.9에 그쳤다.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을 앞뒀을 당시 기대지수가 113.4까지 올랐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 광고계 관계자는 “지난 2014년 당시는 세월호 사건으로 온 나라가 충격에 빠진 상황에서도 월드컵 특수에 힘입어 일시적으로 마케팅 기대심리가 커져 호황을 맞았다”며 “그러나 이번에는 북한과 지방선거 등 다른 이슈가 많은데다 월드컵 자체도 기대감이 크지 않아 오히려 전달보다 기대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월드컵에 대한 관심이 떨어진 데에는 잇따른 북한의 정상회담 소식과 다음 달 13일로 다가온 전국 동시 지방선거 등 외부 요인도 있지만, 기대감이 떨어진 한국 축구 내부 문제도 있다.

예전과 달리 주목을 받는 선수가 없어 큰 뉴스거리가 부족한데다 지난 월드컵 예선전에서 연이어 보여준 실망스러운 모습 때문에 팬들의 기대치도 떨어진 상황이다.

유오상 기자/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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