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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 추모공원 설립 반대…이유는 집값 때문?
‘님비’ 로 골머리 앓는 안산시
반대주민들 피켓들고 행진·집회
공원조성 간담회 방해하기도


“화랑유원지 세월호 납골당 유치 반대.” “납골당은 안산시청 시장실로.”

안산 화랑유원지 인근 주택가. 자극적인 내용의 문구들이 주택가를 가득 메우고 있다. 정부와 안산시청이 화랑유원지에 계획하고 있는 416생명안전공원(세월호 추모공원)에 대한 반대 의사를 내비춘 내용의 플래카드들이다.

반대의사는 주로 안산 단원구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처음에는 ‘화장터’와 ‘납골당’, 자극적으로 시작했던 반대문구들은 현재 완화된 모양새지만 반대여론 자체는 아직 거세다. 

화랑공원 인근 아파트에 부착된 416생명안전공원 반대 플래카드.

안산 상록구에서 만난 택시기사 강모(62) 씨는 “대부분 주민들이 생명안전공원에 반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지 여론은 생명안전공원 유치여론이 오차범위 이내지만 소폭 앞선다. 반월신문이 모노커뮤니케이션즈(모노리서치)와 함께 지난 3월 진행한 ‘봉안시설을 포함한 세월호 추모공원 조성’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6.7%는 공원 조성에 ‘찬성’ 입장을 내비췄다. ‘반대’는 45.7%였다. (총 503명 조사, 95%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p)

공원 조성은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따라 일찌감치 약속됐던 사항이다. 공원의 크기는 축구장 세개정도 넓이. 봉안시설을 지하로 배치하고 그 위로는 세월호 참사를 기억할 상징적인 시설물들이 위치한다. 안산시는 뉴욕 WTC 자리에 위치한 911테러 관련 메모리얼 파크와 같은 형태의 공원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반대 움직임은 피켓을 들고 거리 행진과 집회를 진행하는가하면, 공원 조성과 관련한 간담회를 방해하기도 했다.

현지에서 만난 인근 지역 주민들은 상권이 죽고, 부동산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화랑유원지 인근 H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학부모 윤모(41ㆍ여) 씨는 “부동산이라는 것은 이미지와 관계가 돼 있는데, 유원지에 공원이 들어서게 되면 집값이나 이런 데 타격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그는 “안산 다른곳이면 되지, 시내 중심부에 있는 화랑유원지에는 공원이 들어와선 안된다고 본다”고 했다. 김모(38ㆍ여) 씨도 “세월호 이후 안산상권이 다 죽었는데, 안전공원이 조성되면 그같은 여파가 더 이어지는 것 아닌가 우려된다”고 했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여론을 이용한 정치권의 슬로건들도 등장했다. 이 지역구에서 지방선거에 출마하는 자유한국당 후보들은 ‘납골당을 유치할 수 없다’면서 생명안전공원 유치를 주된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안산시가 아닌 다른 지역에서 온 보수단체 회원들이 반대 집회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도 하다.

안산에서 만난 세월호 유족 정인아빠 이우근(47) 씨는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자는 취지의 공원인데, 일부 정치권이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면서 “‘납골당’, ‘화장터’와 같은 자극적인 명칭을 써서 사실도 아닌 것을 주민들에게 전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종길 안산시장은 “‘아픔의 도시’에서 ‘회복력 강한 미래의 도시’로 거듭나겠다”면서 안전공원 유치를 주장하고 있다. 아울러 주민들과 협의를 통해 합리적인 방법으로 유치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안산=김성우 기자/zzz@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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