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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강남역 인근 살인사건 2주기] “변한 게 없다”…여전히 불안한 여성들
-여성 타겟 강력범죄 증가 추세
-여성 2명 중 1명 “안전 불안하다”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서울에서 자취하는 직장인 김모(33ㆍ여) 씨는 해가 진 이후 귀가할 때면 노래를 듣던 이어폰을 빼고 걷는다. 으슥한 골목길을 걸어가는 동안 행여나 범죄 대상이 될까봐 걱정돼서다.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남자친구나 가족들에게 전화통화를 하며 걷곤 한다.

김 씨는 “여성 입장에선 집으로 향하는 좁은 골목길이 늘 무섭고 걱정된다”며 “늘 최악의 상황을 생각해 해가 지기 전에 집에 들어가거나, 대문을 열어 잠굴 때까지 지인과의 통화를 끊지 않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여성으로서 살기엔 안전하지 않은 사회”라고 덧붙였다. 

[헤럴드경제DB]

17일 강남역 살인 사건 2주기를 맞는 가운데 대다수의 여성들은 여전히 안전에 대해 불안감을 안고 살고 있다.

지난 2016년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건물 화장실에서 무고하게 여성이 살해당한 사건이 발생한 이후 ‘여성 혐오’ 범죄에 대한 경각심과 사회적 비난이 커졌다. 당시 피의자는 “여성을 기다렸다가 범행했다”고 진술해 시민들에게 충격을 빠뜨렸다. 시민들의 우려가 커지면서 정부가 각종 치안 대책을 내놨지만 여성을 타겟으로 한 범죄는 줄기는커녕 늘고 있는 실정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여성이 피해자였던 강력범죄(살인ㆍ성폭력)는 총 3만270건으로 전년대비 약 10% 늘었다. 지난 2016년에도 여성대상 강력범죄는 상반기 1만2185건에서 하반기 1만5246건으로 증가했다.

여성 대부분은 이로 인해 사회 안전에 대해 불안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이 내놓은 ‘2017년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에 따르면 전반적인 사회 안전에 대해 ‘불안하다’고 느끼는 여성은 50.9%에 달했고, 이들이 꼽은 주된 불안 요인은 범죄 발생(37.3%)이었다.

일각에선 여성 대상의 범죄를 더욱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지만, 강력한 처벌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라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양극화 현상 등 다양한 요인으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은데 범죄 대상이 범죄취약계층인 여성인 경우가 많다”며 “이는 단순히 처벌 강화로 해결할 수 없고 사회의 전반적인 복지 정책을 개선시켜 상대적 박탈감을 해소시켜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강남역 살인 사건 당시 강남역 출구에 포스트잇 시위를 벌인 여성들은 이날 저녁 신논현역에서 검은 옷을 입고 추모집회를 열 계획이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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