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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스탐색] “감찰 받다 투신한 경찰 아내, 꿈에 나타나 동료 지목”…그가 진짜 범인이었다
-충주署 경사 익명의 거짓투서로 감찰 받다가 투신
-투서자 못찾아 난항 중 남편 꿈에 나타나 힌트


[헤럴드경제=정세희 기자] 얼마나 억울했으면 남편의 꿈에 나타나 직접 범인을 지목했을까. 동료 경찰의 거짓 투서로 감찰 조사를 받다가 하늘로 떠난 충주경찰서 A 경사를 둔 남편의 꿈에 아내가 나타났다. 꿈 속에서 아내는 자신에게 무고한 누명을 씌운 동료 경찰에게 “왜 그랬느냐”고 울부짖었다. 당시 경찰은 해당 사건을 다시 조사하며 익명의 투서자를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던 때였다.

지난 9일 경찰 내부 통신망에는 충주경찰서 A 경사의 동료가 고인의 남편으로부터 직접 들은 신기한 사연이 올라와 화제다. 


사건은 지난해 10월로 되돌아간다. 충북지방경찰청 소속 충주경찰서 A 경사가 익명 투서를 받고 감찰을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감찰 도중 경찰이 숨지자, 주변에선 감찰 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결국 내부 지적을 받아들여 경찰청은 충북지방경찰청을 압수수색했다.

문제는 거짓 투서를 쓴 사람을 찾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익명의 투서였기 때문에 누가 거짓 투서를 썼는지 찾는 데 진땀을 뺐다. 지능범죄수사대가 경찰청 정보통신 담당관실과 충북청 정보통신 담당관실, 충주서 청문 감사관실 등 8곳에 대한 압수수색을 동시에 실시하고 당시 감찰 기록과 관련자들의 휴대전화, 내부망 접속 기록 등을 들여다보며 투서자를 찾아 헤맸다. 

이처럼 수사가 난항을 겪고 있었을 때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글 작성자에 따르면 ‘신묘한’ 일이었다. 

A 경사의 남편의 꿈에 충주경찰서 본관 쪽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렸다. 소리를 따라 가보니 그곳에는 부인인 A 경사가 청문 감사관실에 근무하는 여경 B 경사를 세워 놓고 “너가 어떻게 이럴 수 있냐”며 소리를 지르며 따지고 있었다. 

꿈에서 깬 남편은 처음엔 별 이상한 꿈도 다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그때까지만 해도 청문감사관실에서 투서 등 민원 업무를 담당하는 그 여경이 투서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더욱이 B 경사는 고인이 감찰 조사를 앞두고 심리적으로 힘들어할 때 “언니, 기운 내요. 아무 일 없을 거예요” 하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그런데 며칠 있다가 남편은 또 꿈을 꾸었다. 이번에도 아내가 청문감사관실 앞에서 그 여경에게 “왜 투서를 했냐”며 소리를 지르고 울고 불며 통곡을 했다.

예사 꿈이 아니라는 생각에 남편은 꿈 내용을 수사팀에 털어놨다. 이후 거짓말처럼 거짓 투서를 쓴 사람을 잡게 됐다. 범인은 다름 아닌 꿈에서 아내가 지목했던 동료 B 경사. 현재 경찰조사 결과 B 경사는 무고죄로, 다른 감찰관 C 씨는 거짓자백을 받아낸 혐의로 송치됐다.

게시판에 글을 쓴 경찰관은 끝자락에 “수사 결과가 발표됐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고인의 억울함을 풀어주는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감찰관 등 관련자들에 대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 그게 우리 산 자들의 몫”이라고 했다.

s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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