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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오세정 바른미래당 의원]우리도 다양한 싱크 탱크가 필요하다
필자는 지난주 미국의 워싱턴 DC에서 열린 제24차 한ㆍ미ㆍ일 의원회의에 참석했다. 한ㆍ미ㆍ일 의원회의는 한국과 미국, 일본의 국회의원들이 모여 공통의 관심사를 격의없이 토론하는 자리로서, 회의록도 작성하지 않기 때문에 서로의 속내를 부담없이 털어놓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올해의 관심 주제는 당연히 정상회담을 포함한 북핵 문제와 국제적인 무역 마찰이었다. 이 회의에서 미국 정부의 전현직 고위 관리들을 불러 미국의 입장을 알아보기도 하고, 각국 의원들이 자기가 속한 당의 입장에 따라 의견을 제시하기도 하면서 서로의 이해를 넓힐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이슈들에 대해 좀더 폭넓은 이해를 하게 된 것은 회의 후 방문한 싱크 탱크 (think tank)에서 전문가들과 토론한 때였다. 워싱턴 부근에는 유서깊은 싱크 탱크들이 여럿 있는데, 대표적인 것으로 보수적 성향의 헤리티지 재단(Heritage Foundation)과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브루킹스 연구소(Brookings Institution), 그리고 중도적이라고 평가받는 전략국제연구센터 (Center for Strategic and International Studies·CSIS)를 들 수 있다. 이들은 역사가 매우 길고 (브루킹스 연구소는 102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유능한 학자들을 거느리고 있으며 (헨리 키신저 박사가 CSIS 출신이다), 미국 행정부에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헤리티지 재단은 로날드 레이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알려져 있다)

필자는 이들 싱크 탱크의 전문가들과 이야기하면서 그 관점이 매우 객관적이고 폭넓은 데 놀랐다. 아마도 이들이 한 분야를 오래 연구한 학자들이고, 대통령의 의지를 주로 반영해야하는 정부 관리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자유롭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또한 정부에서 오랫동안 일한 경험을 가진 사람도 있고, 퇴직 후에도 현직 관리들과 계속해서 부단히 소통을 해서인지 최신 정보도 꿰뚫고 있었다. 예를 들어 다가오는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의도, 예상되는 북한의 반응, 이에 따른 위험 요소와 기회 요소 등에 대해 명료하게 정리된 관점들을 보여주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이런 민간 싱크 탱크의 전문가들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상당히 복잡한 문제에 대해서도 균형잡힌 대응을 할 수 있는 듯하다.

이제 우리나라도 이처럼 유능한 민간 싱크탱크들을 많이 만들어 그 지혜를 국정에 이용할 때가 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우리나라는 과거 선진국 모델을 따라 경제개발에 매진할 때 경제기획원이라는 정부 부처를 만들어 미래 예측도 하고 국가의 장단기 전략을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가 그대로 모방할 수 있는 선진국 모델도 없고, 세계가 하도 변화무쌍하게 변하기 때문에 한 쪽의 예측만 따라가서는 실수하기 쉽다. 즉 이제는 다양한 여러 의견과 모델을 조화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하나의 정부 부처만 믿어서도 안 되고 한국개발연구원(KDI) 같은 정부출연기관만 믿어서도 안 된다. 정부 부처나 정부출연연구소는 어쨌든 당시 권력층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올해 국회에 ‘국회미래연구원’을 설립하여 국가 미래에 관한 초당적 연구를 하기로 한 것은 한 단계 발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국회는 일반적으로 한 정파에 의해 지배되지는 않기 때문에 좀더 객관적인 연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발전된 모델은 민간의 다양성을 이용하는 것일 것이다. 민간에서는 보수적인 시각의 연구소가 나올 수도 있고, 진보적인 색채의 연구소도 가능하다. 경영자의 입장을 반영하는 연구소도 있을 수 있고, 노동자의 주장을 대변하는 연구소도 있을 수 있다.

또한 연구 분야도 과거처럼 경제 개발이나 정치 외교에 국한되지 않고 과학기술, 대중문화,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로 확산될 수 있을 것이다. 제 4차 산업혁명으로 대표되는 미래사회는 모든 것이 연결되는 복잡계 사회가 될 터인데,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다양성이 필수적이다. 우리나라도 빨리 이런 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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