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인터뷰] 백종천 이사장 “2007년 김정일과 2018년 김정은 달라…김정은 합의 지킬 것”
-백종천 세종연구소 이사장 인터뷰
-“비핵화 시점 1~2년에서 결정될 것”
-“김정은 비핵화 추진 돕는 지원해야”

[헤럴드경제=신대원ㆍ문재연 기자]“판문점선언은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이다. 비핵화는 평화체제와 같이 갈 수밖에 없는데 판문점선언에는 이러한 로드맵이 다 들어있다. 비핵화 관련 내용이 없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

2007년 당시 청와대 안보실장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 간 남북정상회담에 배석했던 백종천 세종연구소 이사장은 판문점선언을 ‘비핵화 로드맵’이라고 규정했다.

백 이사장은 2일 경기도 성남 세종연구소에서 진행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2007 남북정상회담의 주역으로서 11년 만에 성사된 남북정상회담을 지켜본 감회와 역사적 의미, 그리고 향후 한반도정세에 대한 전망을 제시했다.

백종천 세종연구소이사장이 2일 성남시 세종연구소에서 가진 헤럴드경제와 인터뷰에서 2018 남북정상회담에 대해 “극적이다. 감회가 새롭고 대화가 희망적으로 잘 풀리기를 기대해본다”고 밝혔다. 참여정부 때 청와대 통일ㆍ외교ㆍ안보정책실장을 지낸 백 이사장은 “2007년에도 남북정상회담을 열기까지 숱한 어려움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과정이 더 쉽지 않았던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남북정상회담이 11년만에 열렸다. 어떻게 지켜봤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신년사부터 시작해 평창 동계올림픽을 거쳐 남북 특사단과 예술단이 오가고, 정상회담까지… 정말 드라마도 이렇게 만들지 못할 것이다.

2007년 남북정상회담 때도 2000년 이후 7년만이었는데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와 민족평화를 위해 시기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정상회담을 갖겠다고 했는데 취임 초부터 2차 북핵위기가 불거지는 바람에 어려운 상황이 지속됐다.

2005년 북핵 6자회담 9ㆍ19 공동성명이 나오면서 조금 희망이 보였는데, 또 미국 재무부의 방코델타아시아(BDA) 자금 동결 문제가 터지면서 북한이 반발하고 막혀버렸다. 나도 이때 중국, 러시아를 찾아다니며 설득했는데 쉽지 않았다. 결국 러시아 쪽 통해 북한자금이 송금되고 나서야 북한도 남북정상회담에 호응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러시아에 고맙게 생각하는 일이다. 이번에도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11년 전과 비교하면서 남북정상회담이 이렇게 열릴 수도 있구나 싶었고 감회가 새로웠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에서 특별히 인상적인 장면을 꼽는다면.

▶다들 그렇겠지만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판문점 사이 시멘트로 만들어진 군사분계선(MDL)을 넘나들 때였다. 2007년에는 별다른 표식이 없어 노란 표시를 하고 노 대통령이 넘어갔는데, 나도 그때 비무장지대(DMZ)에서 근무했던 기억이 떠올라 일부러 한번 더 밟아보고 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는 그때보다 더 감동적이었다. 더 드라마틱했던 것은 남북정상 간 도보다리에서 이뤄진 30분간 독대다. 2007년에는 그런 자리가 없었다. 정말 파격적인 일이고 대단한 일이다. 두 정상이 정말 허심탄회하게 얘기했을텐데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에 대해 어떻게 평가할 수 있을까.

▶김 위원장이 작년까지만 해도 핵실험하고 탄도미사일 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위험한 수위의 말 폭탄을 주고 받았다. 학문적으로도 대단히 위험한 수준이었고 개인적으로 겁이 날 정도였다.

또 고모부를 비롯해 실세였던 고위층인사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지는 모습들을 보면서 피도 눈물도 없는 독재자라는 일반적 평가와 다르게 보기 힘들었다.

그런데 이번에 보니 그렇지 않은 측면들이 많았다. 위장평화공세란 얘기가 나오는데 그렇게 보기 어렵다. 대표적인 게 도보다리 단독회담이다. 할 얘기가 없는데 30분이나 문 대통령과 같이 앉아있을 이유가 없다.

북한은 그동안 ‘우리가 최고’라는 식으로 얘기해왔는데, 김 위원장이 북한의 교통이 불편할 것이라고 솔직하게 시인한 것이나, 남북 시간이 다른 걸 보고 가슴 아프다며 먼저 바꾸겠다고 하고,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에게 사의를 표한 것 등을 종합하면 김 위원장이 변해야한다는 것을 느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판문점선언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나.

▶판문점선언을 ‘평화의 선언’이라고 하는데 여기에 동의한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판문점선언은 ‘완전한 비핵화 로드맵’이라고 생각한다. 앞부분에서 남북관계 개선과 발전을 명시하고, 다음으로 군사적 신뢰 구축과 전부는 아니지만 군비통제 내용까지 담고 있다. 마지막으로 전쟁이 나지 않겠다는 판단이 설 정도의 상황까지 갈 때 완전한 비핵화, 종전선언과 평화체제 구축까지 가겠다는 것이다. 비핵화는 평화체제와 같이 갈 수밖에 없는데 판문점선언에는 이러한 로드맵이 다 들어있다. 비핵화 관련 내용이 없다는 데 동의할 수 없다. 완전한 비핵화를 하겠다고 마지막에 약속했다. 시간과 장소 문제는 미국 몫이라는 건 다 알고 있는 내용이다.

-10ㆍ4선언은 결과적으로 이행되지 못했는데 판문점선언 이행 전망은 어떻게 보나.

▶2007년과 이번 정상회담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2007년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오전 회의 때 아주 불만스럽게 얘기한 게 있었다. 그동안 남북이 약속을 했는데 휴지조각이 됐다는 것이었다. 개성공단도 제대로 안되고, 자신들에게는 이익이 없고, 주인의식이 없다든지 미국에 너무 끌려다닌다는 식으로 남쪽에서 근본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는 등 결국 대한민국 때문이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김 위원장은 공개된 부분에서 남쪽 책임으로 돌리는 것은 한마디도 없었다. 김 위원장이 기자회견에서 이미 채택된 남북선언과 모든 합의를 철저히 이행하고, 역대 합의서처럼 불미스런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노력하자고 했는데 엄청난 일이다. 현재까지 드러난 모습만 보면 김 위원장이 판문점선언과 합의를 지키려하는 것 같다.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신뢰할 수 있을까.

▶김 위원장이 왜 저렇게 전략적 변화를 선택했을까를 고민해봐야한다. 개인적으로는 북한이 왜 핵개발을 했을까라는 답에 대한 가설 가운데 북한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데 동의하는 입장이다.

근본적으로 미국과 관계정상화를 통해 체제를 보장해야하는 상황에서 그동안 북미 간 합의도 잘 안됐고 결국 핵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도 맥시멈으로 갔다고 본다. 미국이 표현은 프레셔(Pressureㆍ압박)이긴 하지만 인게이지먼트(engagementㆍ관여)에 나서지 않았느냐.

또 아무리 독재체제라 하더라도 주민들이 반발하면 안되는데, 경제ㆍ핵 병진노선이 안되는 상황에서 주민들에게 약속했던 것을 못 지키게 되고 전략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

결국 체제유지를 위해 미국을 움직여야하니까 핵을 개발했고, 핵을 가지고 미국과 대화하고, 경제개발로 가겠다는 전략적 판단을 했다는 가설을 받아들인다.

[사진=이상섭 기자/babtong@heraldcorp.com]

-북미정상회담이 곧 열릴텐데 주목할 부분은 무엇인가.

▶트럼프 대통령은 알려진 대로 똑똑한 비즈니스맨이고, 최근 행보를 보면 상당한 협상가로서의 면모도 보이고 있다. 일단 비핵화문제가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의 목적은 완전한 비핵화이고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핵폐기’(CVID)를 당장 해야한다며 리비아식을 얘기하고 있는데, 해석의 차이가 있긴 하지만 어려운 측면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마 북미회담에서 이 부분을 담판지으려 할 것 같다. 판문점선언에 담기지 않은 비핵화 시한과 방법이 북미회담 결과에 담기게 될 것이다. 비핵화 시점은 전문가들이 1년에서 2년 정도를 얘기하고 있는데 결국 거기서 결정나지 않을까 생각된다.

-평화협정 체결까지도 2년 정도로 볼 수 있을까.

▶결국 이게 평화체제인데, 원칙적으로 평화체제가 되면 북미관계 정상화가 이뤄지는 것이다. 핵 완전 폐기와 평화협정 체결, 북미관계 정상화가 같이 가야 한다.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종전선언의 정치적 의지를 얘기하는 시작이라 할 수 있다. 북한의 핵 불능화ㆍ폐기 단계 정도에서 관련국 정상들이 모여 다시 한번 종전선언의 의미를 짚고 북한의 이행을 촉구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다시 평화질서가 자리잡을 때 평화협정을 체결해야한다.

또 하나 대북 인도적지원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김 위원장이 나름 용단을 내렸는데 주민들로부터 지지를 얻어야 한다. 모든 제재를 내려놓자는 것이 아니라 주민들이 최소한 김 위원장의 용단 대로 하니깐 괜찮아졌네라고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의, 김 위원장이 비핵화를 추진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을 정도의 인도적 지원은 해야한다.

-한반도 정세가 예상할 수 없는 정도로 급격하게 바뀌고 있는데 낙관할 수 있을까.

▶여기까지 왔는데 과거에 실패했기 때문에 안될 것이라고 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과거의 실패를 거울삼아 이번에는 착실하게 진행해가면서 확실하게 검증하면 된다. 남북이 허심탄회하게 만나기로 했으니까 잘못되는 부분은 서로 지적하고 얘기하면서 풀어야한다. 합의를 지킬 것이다, 안 지킬 것이다 얘기가 있지만 지금부터 어떻게 성공하도록 노력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북한도 앞으로 우리가 1960년대 이후 겪은 경험을 겪으면서 엄청나게 바뀔 가능성이 있다. 우리보다 더 충격적으로 바뀔 수도 있다.

/shindw@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