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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업 활력 확연히 떨어지는데…정부는 기업 옥죄기 일관
- 엘리엇 “韓 정부, 삼성물산 합병 부당 개입” 중재의향서 제출…한미FTA 분쟁절차 공식화, 정부 상대 배상 요구
- 정부 정책 틈새 노리는 외국계 자본, 기업 경영권 위협
- 일방적인 정보 공개에 기업 경쟁력 타격 우려
- IT기업 자율성ㆍ창의성 외면한 대기업 지정
- 30년 만에 바뀐 삼성 총수, 공정위 총수 지정 기준 모호


[헤럴드경제=이승환ㆍ손미정ㆍ박세정 기자] “최근 일련의 정책들을 보면 정부가 경쟁적으로 기업을 옥죄는 듯한 분위기가 농후하다. 글로벌 시장 환경을 고려하지 못한 일방적인 규제는 국익에 전혀 득이 되지 않는다.”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는 외국계 자본에 먹잇감을 던져주는 꼴이다. 이상만 쫓다 큰 실리를 잃을 수 있다.”

기업들이 사지로 내몰리고 있다. 반(反) 기업정서를 등에 업고 정부가 경쟁적으로 기업 옥죄기에 나서면서 우려와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소액 주주 권리를 보호하겠다는 정부의 이상론은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격으로 기업에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현실이다. 기업들은 경영권과 경쟁력을 위협받고 있으면서도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 3월 생산과 투자가 동시에 큰 폭으로 줄고, 공장 가동률이 2009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대한민국의 산업 및 경제 활력의 감소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소액주주 보호 명분 외국 헤지펀드 공격 빌미로 변질…경영권ㆍ기밀 고스란히 노출= 미국계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는 현 정부 들어 새롭게 추진되는 정책들의 틈새를 파고 들며 국내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다.

엘리엇은 2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의 전 단계인 중재의향서를 제출한 사실을 공식화했다. ISD는 한미 FTA 협정에 반영된 투자자 분쟁해소 절차다.

엘리엇은 이날 낸 발표문에서 “한국 정부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부당하게 개입해서 발생한 손해 배상과 관련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협상을 요청했다”며 “당시 정부와 국민연금의 행위는 한미 FTA를 위반한 것으로 엘리엇에 대한 명백히 불공정하고 불공평한 대우에 해당된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앞서 현대차그룹에 ‘집중투표제’ 도입을 요구하는 등 노골적으로 국내 기업 경영권 개입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정부가 집중투표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임 등 소액주주 권리를 강화하는 제도에 힘을 실으면서 ‘경영권 위협’에 대한 재계의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국민연금공단은 의결권 행사 지침을 개정, ‘집중투표제로 이사를 선임하는 경우 주주가치 증대에 기여하는 방향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했다. 이에 앞서 법무부 역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과 집중투표제 의무화,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등을 포함하는 상법 개정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재계는 대주주를 견제할 수 있는 소액주주 권리 강화 제도의 도입 취지는 이해하지만, 외국 투기 자본에게 경영권이 무방비로 노출 될 수 있다는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집중투표제의 경우 주주가 원하는 후보에게 투표권을 몰아줄 수 있어 기업의 경영권이 흔들릴 소지가 적지않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앞장서서 외국 투기자본을 도와주고 있는 꼴”이라는 볼멘소리마저 나온다.

정부의 일방적인 ‘정보공개’ 요구 또한 기업 글로벌 경쟁력을 크게 위협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삼성전자 반도체ㆍ스마트폰 공장과 삼성디스플레이의 ‘작업환경측정 결과보고서’를 공개키로 한 것을 법원이 보류하면서 한숨 돌린 분위기지만, 재계의 우려는 여전하다. 기업의 정보공개 움직임이 산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삼성 보고서 공개 요구는 기업에 대한 현 정부의 인식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토로했다.

성급했던 대기업ㆍ총수 지정, 기업 경영 위축= 산업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전방위적 규제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특히 자율성과 창의성이 중시되는 IT기업을 대규모 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며 정부의 규제에 묶어 놓는 데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공정위가 넷마블을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면서 대기업 이름표를 달게된 IT기업은 네이버, 카카오, 넥슨을 포함해 4개사로 늘었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도 동일인(총수)으로 지정돼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 등 각종 규제를 적용받게 됐다. 사내이사직을 버리고 경영 3선으로 물러선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도 총수로 유지됐다.

IT업계는 과거 제조업 중심의 ‘재벌’ 잣대를 IT업계에 일괄 적용하는 것은 업계 특성을 반영하지 못한 시대착오적인 규제라고 반발한다. 개인창업을 통해 회사를 키워간 IT업계의 태생 상 재벌의 세습과 가족경영, 일감 몰아주기를 막기 위해 마련한 대기업 규제 취지에 맞지 않다는 것이다,

또 IT업계는 우수 인력 등이 핵심 경쟁력이 되는 무형자산 중심인 만큼 제조사와 마찬가지로 자산총액을 기준으로 규제틀에 포함시키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삼성그룹 총수(공정거래법상 동일인)는 30여 년 만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변경됐다. 롯데그룹도 한정후견인 개시 결정이 확정된 신격호 총괄회장을 대신해 신동빈 회장이 총수로 지정됐다.

일각에선 총수의 기준이 불명확하다고 지적한다. 공정위의 자의적 판단을 막기 위해 지정 기준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는 이유다.

규제뿐만 아니라 정부가 요구하는 기부금에 대한 부담도 가중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최근 산업혁신운동 1단계 사업(2013년 8월~올해 7월)에 참여한 대기업을 상대로 2단계 사업 참여와 기부금 출연을 요청했다. 일부 대기업은 대한상의를 통해 1단계 사업 때보다 20% 많은 기부금 출연을 요청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nic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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