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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전 합의 없었다” 남북 군 당국, 확성기 동시철거 ‘무언의 교감’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남북이 1일 군사분계선(MDL) 일대에서 심리전 수단으로 활용했던 확성기 방송 시설을 동시에 철거했다.

이번 조치는 남북정상회담에서 도출된 판문점 선언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판문점 선언이 단지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제 행동으로 옮겨질 수 있음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남북 정상은 판문점 선언에서 비무장지대(DMZ)를 평화지대로 “5월 1일부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 행위들을 중지하고 그 수단을 철폐하며 앞으로 비무장지대를 실질적인 평화지대로 만들어나가기로 하였다”고 선언했다.

육군 9사단 교하중대 교하 소초 장병들이 1일 경기도 파주시 민간인 통제구역 내 설치되어 있는 고정형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우리 군은 이날 오후 2시 경기도 파주 인근 서부전선에 설치된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을 시작으로 전체 시설에 대한 철거작업에 들어갔다.

대북 확성기 방송시설을 운용하는 국군심리전단이 철거 작업을 주관한다.

군이 운용 중인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은 이동형 10여곳, 지상 고정형 30여곳 등 모두 40여 곳이다. 이들 방송시설을 통해 북측으로 뉴스와 가요, 날씨 정보 등을전달해왔다.

차량형 이동식 확성기는 최전방 지역에서 후방지역으로 이미 이동시켰다. 지상 고정형 확성기는 철거하는 데 수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군 당국은 지난달 23일 이들 확성기 방송시설의 운용을 중단했다.

군은 이날 오후 경기 파주 인근 최전방 부대의 대북 확성기 방송 시설 철거 장면을 언론에 공개했다.

북측과 철거 여부를 놓고 옥신각신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점이 이번 철거의 가장 큰 특징이다.

국방부는 이날부터 시작된 확성기 방송 시설 철거작업을 북측에 사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3일 방송 중단 때도 사전 통보 절차는 없었다.

그러나 우리 측이 방송을 중단하자, 북측도 중단하는 등 선제적 조치가 상호 교감하에 후속 조치로 이어지는 모양새다.

군의 한 관계자는 “북측이 우리 측의 선제 조치에 부응할 것으로 기대하면서 별도로 사전 통보하는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북측은 이날 오전부터 서부, 중부, 동부전선 등 MDL 일대 여러 곳에서 대남 확성기 방송 시설을 철거하는 작업을 시작한 동향이 포착됐다.

군의 한 관계자는 “오늘 우리 군이 확성기를 철거하는 상황인데 오전부터 북측을 주시한 결과, 오늘부터 북한군도 전방 확성기를 철거하는 동향이 파악되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북측이 전체 전선에 걸쳐 여러 개의 대남 확성기 방송 시설을 철거하는 동향도 포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군은 지난 2015년 8월 지뢰도발 등 남북 갈등 국면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극적인 8.25 합의 이후 우리 측에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을 콕집어 요구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 북한군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다수의 탈북 군인들 역시 과거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을 들으며 심경에 변화를 일으켰음을 고백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 8.25 합의로 우리 측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지만, 북한이 2016년 1월 6일 4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맞대응 차원에서 이틀 후인 1월 8일부터 우리 군은 방송을 다시 시작했다.

북측이 지난 21일 핵실험 중단을 선언하자, 우리 군은 23일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격 중단했고 다음날 북측도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다. 그리고 판문점 선언에 따라 1일 우리 군이 확성기 방송 시설 철거에 착수하자, 북측 역시 철거로 화답하고 있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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