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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 카페]끄적거리듯 일상 담아낸 생활시
“그땐 젊었으나 가난했고 욕심이 있었다/그래서 후암동의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했다(중략) /지금 역시 가난하지만 욕심은 줄었나보다/젊은 날 보이지 않았던 후암동의 비경/그게 가슴에 와 닿는다/예전엔 미처 몰랐다/이게 인생인가 보다”( ‘후암동에서 1’)

아침 출근길, 오늘따라 새들이 유난히 재잘거린다는 것을 알아차릴 때, 어제보다 조금 커진 목련꽃 봉오리가 눈에 들어올 때, 남산이 유난히 가깝게 보이는 화창한 날임을 깨달을 때, 왠지 두근거린다. 그런 감성은 각박한 우리 삶을 지탱시켜주는 힘이자, 어찌보면 시(詩)라고 할 수 있다. 허덕이는 일상 속에서 예전에 미처 몰랐던 아름다움이나 생기발랄함을 다시 발견한다면 그건 행복이라고 할 수 있다. 생을 지탱해주는 여유라 할 수 있는, 그 행복은 바로 시심(詩心)이다.


시집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왜 빨리 사라질까’(김영상 지음ㆍ북오션 출판사)는 일상에서 순간순간 얻은 소소한 감성을 길바닥에 버리지 않고, 가슴으로 챙겨 그대로 글로 꾸몄다.

시집은 일상을 끄적거리듯 써내려간 생활 시(詩)다. 메타포(은유)나 함축, 미사여구는 없지만 소시민의 감성을 담담하게 써내려 갔다. 그게 묘하게 울림을 준다.

저자는 시인이 아니다. 언론사(헤럴드경제)에서 20년 이상을 기자로 일했고 몇 권의 책을 냈지만, 시를 공부한 적은 없다.

그런데 시를 읽다보면 ‘묘한 공감’이 있다. “어, 내가 살아온 느낌과 비슷하네”, “나도 그런 추억이 있는데” 라며, 빨려들게 한다. 두메산골 어린시절 추억부터 첫사랑에 대한 가벼운 떨림과 회한, 언제부터인가 아름답게 보이는 주변과 그들의 따뜻한 시선, 나무와 꽃 얘기 등 우리 일상을 시의 재료로 썼기에 어색함이 한층 덜어진다. 그래서 시를 읽다보면 ‘내 자신의 얘기가 아닐까’ 하는 묘한 향수에 젖어든다.

가난, 욕심, 탐욕, 후회, 반성, 깨달음 등은 이 시집의 키워드다. 1987년 소시민으로서의 나약함 등 우리 사회 어려웠던 시절에 느꼈던 소회도 담았다.

“시(詩)는 고매한 영혼의 전유물임을 믿어왔다. 지금도 그렇게 생각하기에, 영롱한 시의 호수(湖水)에 투박한 돌멩이 하나 던진 것 같아 부끄럽다. 하지만 소년시절의 감성, 젊은 날의 객기와 꿈, 나이 들수록 예뻐 보이는 주변 등 삶의 단상을 감히 시로 표현하고 싶었다.”는 저자의 수줍은 고백과 생활시들은 겸허하게 시를, 주위를 돌아보게 한다. 

이혜미 기자/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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