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최근에 찍힌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헤어스타일 (오른쪽) [사진=연합뉴스] |
시쳇말로 빵 터졌음ㅋㅋㅋ 11년 만에 열리는 남북정상회담을 하루 앞둔 26일. TAPAS팀이 귀를 열고 들어본 젊은 세대의 이야기는 역시 달랐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만나 무슨 얘기를 나눌 것 같으냐’고 물었는데…역시 상상력이 풍부하더군.
듣다보니 궁금하더라고.
김정은 머리스타일 좀 어떻게 안 될까?
라이센스 말고 ‘진짜’ 대동강 맥주로 혼맥하고 싶은데…
개마고원 트레킹-캠핑은? 백두산은?
“북한엔 미용실 없어요?”
30대 직장인 권 모씨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머리스타일이 영 마음에 안 들었던 모양이야. “개인적으로 딴 건 필요없고, 김정은 미용실 소개…(좀 해줬음 좋겠다)”라고 말했지.
결론부터 말하면 북한에도 헤어 손질 해주는 곳이 ‘당연히(!)’ 있어. 북한 전문매체 NK News에 따르면 리발소(이발소)는 정부 허가를 받은 공식사업장이 많아.
그런데…상상한 대로야. 20∼30대는 잘 안 가고 중ㆍ노년층이 애용한다고.
북한의 미용실 [출처=사단법인 등대복지회] |
미용실도 국영과 민영이 있다고 해. 대부분은 가격이 민영의 5분의 1수준인 국영을 이용하는데, 슬픈 건 염색이나 탈색은 NO. 정부가 머리색깔을 심하게 통제해서, 국영 미용실은 검은색 말고 다른 염색은 할 수가 없다더군.
북한의 헤어스타일 [출처=NK News] |
그리고 민영 미용실. 개인이 집에서 몰래 운영하는데, 요즘 젊은 층이 많이 찾나봐. 비용은 좀 들지만 ‘몰래 염색(?)’은 여기서 가능!
북한도 시기별로 유행하는 헤어스타일이 있었대. 2000년대 후반엔 ‘거지머리’랑 ‘솎음머리’가 인기였다고. 정부 단속에도 불구하고 거지머리로 소문난 미용실은 문전성시를 이뤘다고 하네.
북한서 인기 끄는 머리는 대부분 중국이나 한국 드라마를 통해서 유입됐다고 하는데.
글쎄, 할아버지(김일성)를 따라했을 것이란 짐작은 가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 헤어 스타일은 대체 누가 만져주는 걸까…대통령님, 한 번 물어봐 주시면 어떨지.
“좋은데요, 대동강맥주!”
30대 직장인 문 모씨가 원하는 건 지금 편의점에서 파는 대동강 페일에일 맥주가 아냐. 북한 사람들이 요즘같은 선선한 날씨에 마시는 ‘진퉁(?)’ 대동강 맥주임.
대동강맥주 [출처=유니브랜드 페이지] |
그런데, 그거 알았어? 북한산 대동강 맥주는 사실상 영국에서 건너왔단 사실을 말야. 영국 매체 인디펜던트가 인터뷰한 양조전문가 게리토드 설명에 따르면, 대동강 맥주 양조 설비는 2000년 늦여름. 북한이 영국산 시설을 그대로 수입해서 만든 제품이라고.
당시 북한이 가져간 양조장 설비는 컨테이너 30개 분량. 비용은 우리 돈 175억 원이었다고 해.
[출처=유튜브]
더 흥미로운 건, 2009년에 대동강 맥주의 TV광고도 나왔단 사실이야. 조회수가 엄청나지. 게리토드는 “하지만 김정일은 나중에 이 광고를 내리라고 지시했다”고 회상했어.
하지만 안타까워. 현재 북한산 대동강 맥주는 한국에 못 들어와. 8년 전 5ㆍ24 조치 등 일련의 대북 경제제재 때문이지.
그래도 이 맥주만큼은 마시고 싶다는 한국 젊은이는 한둘이 아냐. 대통령님, 어떻게 안 될까요? ㅠ
“개마고원 캠핑은요?”
“사람 손이 타지 않은 개마고원을 가보는 게 소원입니다. 부디 검토 바랍니다”
남북대화를 지지하는 30대 남성이라고 밝힌 한 시민이 3월 29일 청와대 홈피에 남긴 청원이야. 26일 현재 동의한 사람은 2명(ㅠㅠ).
개마고원 [출처=산림청] |
그런데, 개마고원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아. TAPAS팀과 만난 20대 여성 이 모씨는 “개마고원 관광이 전면 허용됐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버킷리스트를 털어놓기도 했어. 문 대통령도 그 중 하나야.
하지만 그곳은 심리적으로 너무 멀어. 사실 이유는 뻔하지.
카카오맵으로 찾아본 ‘개마고원’ |
국산 맵으로 검색하면, 서대문구 통일로에 있는 한정식집 ‘개마고원’이 가장 먼저 나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 있는 개마고원으로 길찾기? 당연히 안 되지.
구글맵으로 본 ‘개마고원(Kaema-Kowon) |
구글이라고 별반 다르지 않아. 적어도 한국 인터넷망을 쓰는 일반인이라면, 이 정도로 보이는 게 전부야.
한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
당장은 갈 수 없다보니 사람들의 열망이 점점 커지고 있어. 단순히 청와대 청원 동의 숫자만으로 무시할 주제는 결코 아니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나 소셜미디어엔 개마고원 가보고 싶단 누리꾼들의 포스팅이 이어지고 있어!
‘드립’ 속에 묻어나는 진지함
[출처=인스타그램 @mctcnc4426, @t.guru.j 등] |
요 며칠 새 인스타그램에서 인기 끌고 있는 합성 이미지야.
기자도 한참을 웃었는데…유머 속에 숨은 진지함이 엿보이지.
청년들은 남북정상회담에서 소소한 이야기만 나누길 원하진 않았어. 취재진과 연락한 분들은 재미있게 수다떨듯 드립(?)을 치다가 마지막엔 ‘한반도 평화’ㆍ‘이산가족 상봉’같은 무거운 주제들을 한 목소리로 꺼내놨지.
“한반도에 평화가 왔으면 좋겠어요” (권 모씨)
“정치는 잘 모르지만, 떨어진 가족들 죽기 전에 한 번이라도 보면 좋겠어요. 이제 거의 다들 돌아가셨을텐데…그 자손들 소식이라도 알아야 하잖아요” (문 모씨)
우리가 직접 만나지 못한 일반 시민들도 다르지 않아.
서울 금천구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내건 남북정상회담 성공기원 현수막 [사진=윤현종 기자, 4월 26일 촬영] |
얼마 전 통일부가 청년층에게 받은 대표제안도 ‘종전선언ㆍ평화협정’이 가장 많았어.
10년 넘게 내려놨던 상상이 또 다시 현실이 됐어. 하루 아침에도 세상은 바뀌지.
드디어. 이제.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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