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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수한의 리썰웨펀]1963년부터 2018년까지 55년, 대북확성기 방송의 역사
-한류스타들 총출동, 대북 확성기 방송의 ‘사면초가’ 효과
-남북간 갈등 상황에 따라 재개, 중단 반복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우리 군 당국이 23일 0시를 기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격 중단하며 55년의 대북 심리전 역사가 전환기를 맞고 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실제 최전방에 배치된 북한 군인들의 심경 변화에 큰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탈북 군인들을 상대로 한 조사 결과 다수의 탈북 군인이 대북 방송을 들으며 탈북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북측 역시 대북 확성기 방송을 ‘대공화국 적대행위’라며 상당히 민감하게 반응해 왔다. 특히 한국 가수들의 케이팝(K-pop)이 미국 빌보드 차트에 수시로 오르고 한류가 중국, 일본, 동남아 등은 물론 세계 전역에서 활개치면서 북한 군인들의 경계심마저 느슨해진 것으로 대북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한나라 유방, 초나라 항우의 패권 다툼에서 포위당한 초나라 군대가 사방에서 들려오는 초나라 노래 소리에 사기가 떨어져 패했다는 ‘사면초가’의 고사가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셈이다. 비록 수단은 노래에 불과했지만, 항우는 이 싸움에서 대패했고 계속 쫓기다가 오강에 이르러 자살하고 말았다.

지난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 ‘대응’ 차원에서 재개된 대북 확성기 방송에는 걸그룹 여자친구의 ‘오늘부터 우리는’, 에이핑크의 ‘우리 그냥 사랑하게 해주세요’, 빅뱅의 ‘뱅뱅’ 등이 등장했다. 아이유의 히트곡도 대북 확성기 방송의 단골 메뉴로 알려졌다.

당시 걸그룹 여자친구, 에이핑크 등은 우리 군 장병들 사이에 ‘군통령’으로 불리며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물론, 북한 핵실험 상응 조치라고 하기엔 미흡한 부분이 없지 않았지만, 핵실험이라는 최악의 군사 도발에 나선 북측에 차분히 대응해 위기의 격상을 막았다는 평가도 일부 뒤따른다.

가수 아이유 [사진=인스타그램]

한류스타들 총출동, 대북 확성기 방송의 ‘사면초가’ 효과=우리 정부당국은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집중해 결국 북한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냈다.

대북 확성기 방송에는 케이팝 외에 뉴스, 남한의 발전상, 북한의 실상, 남북 동질성 회복의 필요성, 북한체제 비판 등의 내용이 들어간다. 이런 내용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라디오 드라마도 방송된다고 한다.

북한 핵실험으로 재개된 대북 확성기 방송에는 북한 주민의 인권 문제, 경제적으로 어려운 북한이 핵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는 비판 등도 포함됐다.

다만, 체제 비판은 하되 노골적인 비난 등 유치한 방법은 피한다는 게 우리 군 심리전의 수칙이라고 한다. 북한 군인들이 실제 방송을 듣고 마음을 돌리려면 과도한 포장보다는 진솔한 접근이 효과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23일 국방부에 따르면, 대북 확성기 방송이 처음 시작된 건 1963년 5월 1일이다. 당시 서해 부근 휴전선 일대에서 방송이 시작됐다.

1972년 11월11일에는 당시 7.4 남북공동성명으로 남북간 확성기 방송이 전면 중단됐다.

1980년 9월8일에는 북측이 나흘전인 9월4일 먼저 확성기 방송을 재개함에 따라 우리 측도 방송을 재개했다.

이로부터 20년간 남북은 휴전선 철책을 사이에 두고 확성기 방송에 매진했다.

치열했던 남북간 심리전이 중단된 건 2000년 6월15일 김대중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정상회담 직후다.

2004년 대북 확성기 철거 장면 [사진제공=연합뉴스]

남북간 갈등 상황에 따라 재개, 중단 반복=2004년 6월4일에는 노무현 참여정부 당시 6.4 합의로 남북이 대북 확성기를 제거하기로 했다. 당시 2차 장성급군사회담을 통해 서해해상 우발적 충돌 방지, 군사분계선 선전활동 중지 및 선전수단 제거에 관한 합의서를 채택한데 따른 것이다.

대북 방송 재개에는 이로부터 6년,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에는 11년이 걸렸다.

2010년 5월24일 천안한 폭침 관련 남측 이명박 정부 대응 조치인 ‘5.24조치’로 대북 라디오방송이 재개된 것. 대북 FM 라디오 ‘자유의 소리’ 방송이 2010년 5월24일 18시부로 재개됐다.

2015년 8월 10일에는 박근혜 정부 들어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됐다. 북한의 DMZ 지뢰도발 사건으로 남북간 갈등이 증폭되던 시기다. 이 갈등은 2015년 8월25일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에서 극적 합의가 이뤄지면서 봉합됐고, 이날부터 다시 대북 확성기 방송이 중단됐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이 2016년 1월 6일 4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1월 8일 전격 재개됐다. 그러나 오는 27일 남북정상회담을 나흘 앞두고 23일 중단됐다. 

soo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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