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주 52시간’ 프레임 갇힌 親노동정부…시간 줄이기만 급급…후폭풍 불보듯
근로시간 초과분, 임금인상으로 연결
“투자·생산 저하…근로자 삶의 질 악화” 우려


오는 7월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법정근로 ‘주 52시간’시대가 본격 막이 오른다. 2013년 논의가 시작된 이후 5년만에 시행으로 근로시간 단축은 친노동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강한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다.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을 통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최고 수준의 장시간 근로를 해소해 근로자 삶의 질을 높이는 것과 함께 일자리 나누기를 통한 고용증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정부의 입장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선 정부가 근로시간을 줄이는 대에만 집착하고 있다는 반응이다. 산업계를 비롯한 현장에선 후폭풍이 불보듯 예상되는 상황인데도 정부는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부작용과 이에 쏟아지는 우려의 목소리에는 귀를 막고 있다며 불만이다. 


이런 가운데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9일 10개 시중은행장들과 만나 “은행들이 노동시간 단축의 모범사례가 돼 달라”며 근로시간 단축의 안정적인 제도 안착과 더불어 이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요청했다.

은행장들은 이에 화답하면서도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시행을 요청했다. 주 52시간 시행을 피할 수 없는 만큼 적어도 제도의 연착륙을 위해 필요한 제도 지원이 없다면 경영상의 애로가 적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탄력적 근로시간제는 선택적 근로시간제와 함께 기준근로시간의 예외를 인정한 것으로 갑작스러운 근로시간 단축의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손꼽힌다.

비단 은행권 뿐만의 일이 아니다. 산업계 현장에선 업종별 특성조차 무시한 탁상공론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고 혹평도 나온다. 불가피한 근로시간 초과분에 대한 임금인상은 결국 경영애로로 직결돼 탄력적인 투자와 생산을 저해하고 이는 ‘부메랑’이 돼 근로자들의 삶의 질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주 52시간을 목표로 설정하되 제도적 연착륙을 위해서라도 업종별 특성을 감안해 탄력적인 제도 운영이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신제품 개발ㆍ프로젝트 등으로 장시간 근로가 특정 시기에 집중되는 IT업계나 연구ㆍ개발(R&D) 부문에선 현행 근로시간 단축과 탄력적 근로시간제가 원칙대로 적용될 경우 비효율적인 인건비 부담이 커져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을 수 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한 IT업계 관계자는 “프로그램 개발 계약을 따내면 서너달은 꼼짝없이 이에 매달려야 하는데, 근로시간을 준수해가며 납기일을 맞추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일이 없는 기간의 근로시간을 집중적으로 특정시기에 몰아서 투입 수 있는 유연성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푸념했다.

이같은 산업계의 요구에 정부는 노동시간 단축 후속조치를 내놨다. 일시적으로 주 52시간을 넘는 초과근무가 필요할 경우 유연근로제를 활용하도록 독려하고, 전세버스 등 노동시간 특례 유지 업종에 11시간 연속휴식 적용 충격을 최소화하는 방안 등이 골자다.

고용부의 입장은 탄력ㆍ유연 근로시간 확대가 장시간 노동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이를 확대하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때문에 주 52시간 근로시간이 시행된 이후 올 하반기 실태조사를 거쳐 제도개선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부작용이 있으면 이를 고쳐나가겠지만, 시행 이전부터 ‘주 52시간 근로’ 제도 자체에 손을 대지는 않겠다는 얘기다.

익명을 요구한 노동분야 한 전문가는 “현 정부 출범이후 쏟아진 노동친화적 정책에서 볼 수 있듯, 현재 노동정책 방향은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봐도 무방하다”며 “근로시간, 소득 향상 등 근로자들의 삶의 질 향상이 중요한 만큼 기업의 경영환경도 외면해선 안된다”도 쓴소리를 했다.

유재훈 기자/igiza77@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