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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장애인은 도움받는 사람? 문턱 하나 없애면 됩니다”
스스로 설수있는 獨·美 접근법 주목

올해로 38회를 맞는 4월 20일 장애인의 날. 헤럴드경제는사흘에 걸쳐 장애인들이 일상에서 마주해야만 했던 차별의 실태를 진단했다. 가까이는 이동권부터 고용ㆍ미디어ㆍ성 분야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도사린 장애인 차별의 민낯은 올해 역시 참담했다. 하지만 내년은, 또 내후년은 달라야하지 않을까. 더 이상 긴 말하지 않아도 될 40회 장애인의 날을 꿈꾸며 전문가들에게 차별없는 세상의 실마리를 물었다.

▶“100% 저상버스 있는 獨, 휠체어도 교통약자 아니야”=김용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은 한국에서 장애인이 느끼는 교통약자로서의 차별은 조금만 여건이 바뀌어도 사라진다며 독일의 사례를 들어 설명했다.

김 정책위원에 따르면 독일은 시내버스가 100% ‘저상버스’(바닥의 높이가 낮고 계단이 없어 탑승이 편리한 버스)인 덕분에 휠체어 탄 장애인은 물론 유모차나 노인도 손쉽게 버스에 탑승할 수 있고 교통 ‘약자’라고 느낄 필요도 없다. 그는 “한국엔 장애인 차별금지법이 있지만, 독일은 장애인 평등법이 있다. ‘차별이 특별한 것’이란 인식보다도 ‘평등이 당연한 것’이란 의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 정책위원에 따르면 한국사회와 독일의 가장 큰 차이는 ‘차별을 해결하는 방식’이다. 그는 “청각장애인이 한국에서 수업을 듣는다고 해보자. 한국은 다른 친구에게 대필을 부탁해 노트필기를 빌려보게 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다. 하지만 더 좋은 방식은 수화통역사를 배치해 청각장애인도 스스로 수업을 듣고 필기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정책위원은 이같은 인식변화를 위해선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도 지적했다. ‘벙어리 외교, 절름발이 정책, 귀머거리 정치’처럼 장애를 부정적인 것으로 묘사하는 관습을 버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그는 “모금 프로그램식으로 불쌍함을 강조해 장애를 비극적인 존재로 조명하는 일방향 보도를 지양할 필요가 있다”며 “장애인은 지원만 필요한 존재가 아니라 적극적으로 이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이다. 주체성을 갖고 살아가는 이들의 모습도 있는 그대로 그려져야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장애인 고용, 채찍 대신 당근에 주력하는 美”=이복실 성공회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외래교수는 장애인이 겪는 고용차별을 다른 시각에서 접근해볼 것을 제안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장애인 고용을 의무화한 한국과 달리 미국은 고용시장에서 장애인의 경쟁력을 키워주는 데 집중한다. 채찍보다 당근이 중요하다는 접근이다.

그는 “미국은 한국같은 장애인 의무 고용제도가 없지만 다양하고 보편적인 장애인 직업재활서비스를 제공해 장애인의 능력을 길러준다”며 “장애인 고용을 강제하는 게 아니라, 장애인 고용 정책이 자연스럽게 실천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같은 접근은 정부가 각 공공·민간부문의 장애인 고용률을 할당하는 ‘장애인 의무고용률’을 못박아놓고도 장애인 직업훈련은 턱없이 부족해 일터에서 쉽게 따돌림 당하는 한국과 대조된다.

한편, 장애인 성 차별 해법을 묻는 질문에 온 사회가 배려와 존중이 무엇인지 배우는 게 중요하다는 답변이 나왔다.

김혜경 한국발달장애인 가족연구소 성교육팀장은 “자존감과 정체성은 자신의 노력뿐 아니라 주위 사람 인식과 태도에 영향을 받는다. 담임선생님이 ‘(장애 학생이 배정돼) 올해 똥 밟았다’며 말하는 반에선 학생들도 장애인을 하찮게 보지만, 교사가 모든 학생을 존중하는 학급에선 그런 분위기가 덜하다”며 “장애인들이 ‘나와 나의 몸은 소중하다’는 성교육 핵심 가치를 효과적으로 깨달을 수 있도록 주변에서 주체성을 인정해야 하고 교사뿐 아니라 부모도 올바른 성교육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유진 기자/kace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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